올해 로스쿨 합격자 절반, '상경·사회계열'...법학계열 제쳐
상태바
올해 로스쿨 합격자 절반, '상경·사회계열'...법학계열 제쳐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22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스쿨협의회, 2020학년도 합격자 통계 발표
사회계열이 '1위'...이어 상경-인문-법학 순
與 ‘방통대·야간 로스쿨’ 공약 발표...법조계 '냉담'

올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가운데 절반은 사회계열 전공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학들이 학부에서 법학과 모집을 폐지하면서 인문계 우수 학생들이 상경·사회계열 등으로 진학한 것에 따른 결과이다.

앞으로도 법학계열 출신 합격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상경·사회·인문계열 출신 합격자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올해 로스쿨 합격자 2130명...사회계열 'top'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스쿨협의회)가 발표한 ‘2020학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체 합격 인원은 전년에 비해 6명 감소한 2130명이다. 자교출신은 276명(22.3%), 타교출신은 1654명(77.7%)이다. 이 가운데 165명(7.75%)은 취약계층 특별전형으로 선발했고, 로스쿨 본교 출신은 476명(22.35%), 타교 출신은 1654명(77.65%)으로 나타났다.

2020학년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자 통계자료
2020학년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자 통계자료

전공별로는 사회·상경계열이 두드러졌다. 사회계열이 543명(25.49%), 상경계열 500명(23.47%), 인문계열 379명(17.79%), 사범계열 108명(5.07%)으로 집계됐다. 법학사도 317명(14.88%)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공학계열, 자연계열, 의학계열, 농학계열, 약학계열 등 다양한 전공자가 합격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1,142명(53.62%)으로 여성 988명(46.38%)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26~28세가 763명(35.82%)으로 가장 많았고, 23~25세 762명(35.77%), 29~31세 287명(13.47%) 순으로 나타났다. 41세 이상 합격자도 39명이다. 최종학력별로는 학사학위 소지자가 1,146명(53.8%)이고, 이 가운데 석사학위 소지자는 40명, 박사학위 소지자는 4명으로 나타났다. 대학교 졸업예정자는 984명(46.2%)이 합격했다. 또 회계사 16명, 변리사 6명, 노무사 5명, 세무사 4명 등 전문자격 소지자도 합격했다.

◇ 로스쿨 합격자 중 '법학계열' 크게 감소

2009학년부터 2020학년까지 전국 25개교 로스쿨 합격자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법학계열은 2013학년 55.36%에서 2018학년 20.89%로 절반 이상 크게 감소했다. 반면 상경계열 및 사회계열은 2013학년 각각 9.53%, 13.63%에서 2018학년 24.22%, 23.60%로 크게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법학계열을 제치고 1, 2위를 기록했다.

상경계열 출신은 로스쿨 첫 해인 2009학년 329명(16.47%)을 기록한 이후 2012학년 242명(11.57%), 2013학년 200명(9.53%)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14학년에 310명(14.96%)로 크게 늘었다. 이어 2015학년 343명(16.46%), 2016학년 377명(17.81%), 2017학년 474명(22.40%), 2018학년 510명(24.22%)으로 대체로 꾸준히 증가했다. 사회계열 출신도 로스쿨 첫 해인 2009학년 257명(12.86%)을 나타낸 뒤, 2012학년 225명(10.76%)로 감소하다 2013학년 286명(13.63%), 2015학년 334명(16.03%)으로 크게 늘었다.

2017학년에는 424명(20.04%), 2018학년 497명(23.60%), 2020학년 543명(25.49%)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법학계열은 2009학년 704명(35.24%)으로 출발해 2013학년 1162명(54.11%)으로 전체 합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지만, 2014학년(1024명·49.42%)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17학년 594명(28.07%), 2018학년 440명(20.89%), 2019학년 394명(18.45%)으로 급감했다.

2020학년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 출신 계열별 현황을 보면, 상경계열이 63명(전체 합격자의 40.4%)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계열이 40명(25.6%)으로 뒤를 이었다. 두 계열이 전체 합격자(156명)의 66.0%로 크게 높은 편이며, 전년도 상경계열 65명(42.8%), 사회계열 29명(19.1%)과 비교했을 때 상경계열은 2명 소폭 감소한 반면 사회계열은 11명 증가했다.

2020학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최종 통계에서도 상경계열이 37명(전체 합격자의 30.6%)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계열 26명(21.5%), 인문계열 23명(19.0%) 순으로 세 계열이 전체 합격자의 71.1%로 크게 높았다. 전년도 상경계열 40명(32.3%), 사회계열 22명(17.7%), 인문계열 32명(25.8%)과 비교해 상경계는 3명 소폭 감소하고, 인문계열을 9명 중폭 감소한 반면에 사회계열은 4명 소폭 증가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2020학년 여성 합격자 수는 988명(전체 합격자 2130명의 46.38%)으로 전년도 949명(전체의 44.43%)보다는 상승했고, 2009학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남성은 1142명(53.62%)으로 전년도 1187명(55.57%)와 비교해 35명 감소했다. 로스쿨 도입 첫 해(여성 합격자 778명, 전체 합격자 1,998명의 39.4%)를 제외하면 올해까지 여성 합격자 비율은 모두 40%를 넘어섰고, 12년간 평균 여성의 합격자 비율도 43.3%에 달해 향후 법조계에서 여성의 활약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與 '방통대·야간 로스쿨'...법조계 "총선용 공약"

최근 여당이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 도입'을 4·15 총선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다시금 로스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며 "로스쿨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다양한 경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야간·온라인 로스쿨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며 공약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방통대와 야간 로스쿨 정원을 각각 100명씩 총 200명으로 제한하되, 현재 로스쿨 정원과 적정 변호사 수를 고려해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등록금은 평균 로스쿨 등록금(1000만원 가량)의 20~25% 수준으로 낮춘다. 온라인·야간 로스쿨도 현행 3년 과정 주간 로스쿨이 정한 입학기준, 학사, 설치기준과 동일하게 운영되며, 양질의 전임교원을 확보하기 위해 방통대에 대한 예산도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에 대한 별도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정원은 배정하지 않기로 했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전체 로스쿨 정원 대비 75%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방통대·야간 로스쿨 도입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야말로 '보여주기 식'의 총선용 공약일 뿐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변시 수험생 단체인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는 성명서에서 "수차례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제 해결을 호소했지만 (민주당이) 이에 대한 아무런 검토 없이 오로지 총선을 위한 방통대·야간 로스쿨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로스쿨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스쿨의 핵심 문제는 기득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합격자 수 통제"라며 "단지 방통대·야간 로스쿨을 도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제를 제대로 살펴보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고시생모임)도 민주당이 현 로스쿨 제도에 대한 반성 없이 내놓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은 정성평가를 기반으로 한 깜깜이·금수저·고스펙 전형에 있다"며 "방통대·야간 로스쿨 입학생도 기존의 정성평가를 통해 선발하면서 공정한 사회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얄팍한 정치 술수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은 "현재 절대다수의 국민이 ‘사법시험 부활’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방통대·야간 로스쿨 도입’ 공약은 국민을 우롱하는 정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