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곧 철학으로 이어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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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곧 철학으로 이어지는 여정
  • 강대석 前대구가톨릭대·서양현대철학/미학
  • 승인 202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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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

■ 저자가 말하다_ 『철학으로 예술 읽기: 인간을 닮은 예술, 철학을 담은 예술을 찾아서』 (강대석 지음, 시대의창, 2020.02)
 

『철학으로 예술읽기』의 저자 강대석입니다. 본인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딱딱하고 어려운 철학을 부드럽고 쉬운 방식으로 전달해보려는 의도에서 학술형식이 아닌 예술형식의 저술들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이러한 형식의 저술은 이미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현대 독일철학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학술형식보다는 예술형식에 가까운 철학책입니다. 플라톤과 니체는 스스로의 사상을 예술형식으로 표현했는데 본인은 스스로의 사상이 아니라 기존의 철학과 미학이론들을 독자들에게 보다 알기 쉽게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저술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저술은 그러나 너무 주관적이 되기 쉽고 주제가 산만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종의 모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본인은 그러한 단점을 피하기 위해서 보다 많은 자료를 섭렵하였고 그 자료들을 주제별로 정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주어진 자료들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본인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생각도 없고 또 그럴만한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저술에는 어느 정도 저자의 주관이 작용합니다. 학술적인 저술에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닙니다. 자료의 선택뿐만 아니라 결론에서 그것이 드러납니다. 그것은 일정한 철학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데서 어쩔 수 없는, 혹은 필요한 요건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본인은 흥미 위주의 주변 이야기가 아니라 본질적인 핵심 문제를 들추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그것이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는 독자들이 평가할 것입니다.   

본인은 지금까지 두 가지 방식으로 예술형식의 철학 저술을 시도했습니다. 그 하나는 저자가 사회를 보고 두 사람의 상반된 철학자가 등장하여 토론을 하는 포럼 형식입니다. 때로는 제3의 토론자를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니체와 포이어바흐』, 『루소와 볼테르』, 『카뮈와 사르트르』가 여기에 속하는 저술들인데 두 번째 포럼에서는 칸트가, 세 번째 포럼에서는 루카치가 토론자로 등장했습니다. 양편에 정통한 토론자가 등장함으로써 토론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형식은 이번에 나온 『철학으로 예술읽기』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습니다. 한 주제를 놓고 여러 명이 토론하는 형식입니다. 이 책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7박 8일 동안 러시아 예술도시 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하면서 나눈 대화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철학 및 미학 교수 강물(저자의 별칭), 미학과 미술을 전공하는 여학생 둘, 철학과 의학을 전공하는 남학생 둘이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은 14번에 걸쳐 철학 및 예술에 관해 토론을 벌입니다. 제1부는 페테르부르크 행 열차 안에서의 토론을, 제2부는 페테르부르크에서의 예술 체험을, 제3부 페테르부르크를 떠나는 열차 안에서의 토론을 다루고 있는데 첫 번째의 주제인 <철학이란 무엇인가?>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의 주제인 <우리민족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철학과 예술에 관한 핵심적인 문제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순수예술의 발생동기, 실증주의 철학과 자연주의 예술의 연관성, 유물론 철학과 사실주의 예술의 연관성 등에 대한 토론은 철학과 예술의 본질 문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으로 예술읽기』에는 <인간을 닮은 예술, 철학을 담은 예술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에서 본인은 예술과 삶, 예술과 철학의 긴밀한 연관성을 수미일관하게 강조하였습니다. 본인은 “이론은 화색이나 생명의 산 나무는 푸르다.”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을 좋아합니다. 철학과 미학이 이론에만 묻혀있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또 독일철학자 야스퍼스의 “어중간한 철학은 현실을 떠나지만 진정한 철학은 현실로 돌아온다.”는 말도 좋아합니다. 오늘날 철학이 일반대중들로부터 소외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철학자 자신들의 책임도 없지 않습니다. 철학자들이 이론 자체에만 치우치지 말고 우리 시대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헤겔이 말한 것처럼 모든 철학은 그 시대사상의 진수를 표현하고 모든 철학자는 그 시대의 아들들입니다. 미학과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대의 삶을 비껴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의 철학과 미학은 물론 모든 학술활동과 예술 활동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염두에 두면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일관된 신념입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인 통일입니다. 이 책의 과제 하나도 그것을 부각시키는 데 있습니다. 본인은 아직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지 못했지만 1995년에 북독의 항구도시 킬에서 크루즈여행으로 페테르부르크를 여행한 경험과 2년 전에 큰 수술을 하고 병상에 누워 많은 상상을 한 것이 이 책의 저술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룰 때 훌륭한 예술작품이 탄생합니다. 좋은 예술에는 예술성과 사상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도 같은 의미입니다. 철학에서는 형식보다도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논리적인 내용이 주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때로 예술적인 형식의 철학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내용이기 때문에 어떤 형식을 취하든 건전하고 바람직한 내용이 들어있어야 합니다. 그 평가도 역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서 내려져야 합니다. 순수예술이 참된 예술과 거리가 먼 것처럼 순수철학도 오늘날 우리에게 바람직한 철학은 아닙니다. 이 문제에는 많은 토론이 필요합니다. “진리는 두 사람 사이에서 시작된다.”는 야스퍼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쪼록 『철학으로 예술읽기』에 대한 많은 의견을 제시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끝으로 논리적이고 심오한 학술형식의 철학 저술뿐만 아니라 감성 형식의 철학 저술들도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철학자의 생애는 물론 죽음, 소외, 행복과 같은 철학문제를 다루는 철학 소설이나 철학 장편 시(詩)도 철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강대석 前대구가톨릭대·서양현대철학/미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과 및 동 대학원 철학과 졸업. DAAD 장학생으로 독일 Heidelberg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독일사 공부. 스위스 Basel 대학에서 철학, 독문학, 미학 연구.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및 대구 효성여자대학교(현 대구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 역임. 국제헤겔학회 회원이며, 국제포이어바흐학회 창립회원이다. 저서로 <루소와 볼테르>,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유토피아>, <카뮈와 사르트르> 등이, 역서로는 <포이어바흐,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 <포이어바흐, 기독교의 본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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