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에 맞서 싸우는 면역세포의 탈진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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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에 맞서 싸우는 면역세포의 탈진을 막아라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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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 탈진유도인자 TOX와 면역관문억제제와의 역(逆)상관관계 확인
-국내 연구팀 "면역항암치료 효과 높일 수 있어"

바이러스, 세균에 감염된 세포나 종양세포를 식별해 자살로 이끄는 백혈구의 일종인 T세포. 국내 연구팀이 비정상 세포에 대한 T세포의 공격력을 점점 잃게 만드는 탈진 유도인자의 농도로 면역항암치료에 대한 환자별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활용하면 항암치료 시기를 적기에 결정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종양세포는 T세포의 눈을 속이기 위해 거짓 신분증, 즉 면역회피물질(PD-L1)을 제시하는데, 면역관문억제제는 이를 막는다. 우리 몸의 면역을 이용하기에 부작용이 적은 면역관문억제제는 2011년 FDA 승인 이후 폐암, 두경부암, 피부암 등 15종 이상의 다양한 항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세포독성 T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억제하는 신호전달에 관련된 CTLA-4나 PD-1등의 수용체를 다시 억제해 세포독성 T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재활성하는 약제다. James Allison 교수와 Tasuku Honjo 교수가 개발해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약 30% 이하의 환자들만 이 약제에 반응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환자별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고 보다 적합한 치료를 적기에 제공하기 위한 동반진단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연세대 이인석·하상준 교수 연구팀은 T세포 탈진을 유도하는 단백질 TOX를 도출해 암 조직 내 TOX 농도가 높을수록 면역관문억제제 효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세포독성 T세포의 탈진과정을 모델링하기 위해 공공 데이터베이스로부터 흑색종과 폐암의 세포독성 T세포의 단일세포유전체분석 정보를 수집했다. 단일세포유전체분석은 많은 수의 세포가 필요한 기존 유전체 분석기술과는 달리 단일세포에서 유래한 DNA 및 RNA를 기반으로 유전체정보를 생산하며, 이질적 세포들이 혼재된 조직 내 개별 세포들의 특성과 기능 분석에 쓰인다.

▲ T 세포탈진 유도하는 TOX 억제를 통한 T세포의 면역항암 효과 개선 전략
▲ T 세포탈진 유도하는 TOX 억제를 통한 T세포의 면역항암 효과 개선 전략

연구팀은 탈진 초기세포와 말기세포를 이분화해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세포 탈진을 유도하는 전사조절인자 후보들을 예측했다. 후보 유전자들 가운데 TOX를 도출, 이 전사조절인자가 단백질 수준에서도 세포탈진이 많이 진행된 T세포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폐암 및 두경부암 환자의 임상시료에서 TOX 농도가 T세포 탈진정도와 매우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섭RNA로 TOX 생성을 억제하자 세포탈진을 일으키는 면역회피물질 생성은 줄고 정상적인 T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 생성은 늘었다. 나아가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은 피부암 및 폐암 환자 조직의 전사체 정보를 분석해 T세포의 TOX 농도가 각각 암환자 생존률 및 면역관문억제제 반응률과 역 상관관계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바이러스에 만성적으로 감염된 생쥐모델에서 제 구실을 못하는 T세포가 관찰되는 등 T세포의 탈진은 감염이나 암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T세포 탈진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기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면역항암치료에 대한 예후예측은 물론 TOX를 억제, T세포 탈진을 막거나 탈진한 세포를 회복시켜 면역항암 효능을 개선하는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면역항암치료 연구의 가장 큰 과제는 치료에 반응하는 환자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것과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면역항암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효과적인 항암치료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적절한 면역항암치료를 받음으로써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인식 교수는 "연구를 마무리하고 논문을 작성하던 중 수개월 사이 Nature지 등 국제학술지에 TOX가 T세포 탈진화를 유도한다는 총 6편의 논문이 발표됐다"며 "연구결과의 임상적 의미를 부각시키는데 노력했고, 때마침 면역항암치료를 받은 폐암환자 코호트 2개의 정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TOX의 임상적 예측력을 보여줌으로써 본 연구논문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속연구를 통해 TOX 활성을 저해할 수 있는 합성화합물을 발굴해 이를 이용한 면역 항암치료 병용요법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구축한 단일 세포 유전체 분석기술을 이용해 추가로 더 많은 암 조직 내 면역세포들을 분석함으로써 TOX 이외에 T세포 탈진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조절인자들을 발굴해 궁극적으로는 T세포 탈진의 조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지난달 28일 지놈 메디신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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