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불평등의 이해 – 비교사회학적 관점에서
상태바
한국 사회 불평등의 이해 – 비교사회학적 관점에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0.03.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연단:문화의 안과 밖]

■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삶의 지혜 44강>_ 신광영 중앙대 교수의 「소득 불평등과 복지: 한국 사회 불평등의 이해」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여섯 번째 시리즈 ‘삶의 지혜’ 강연이 매주 토요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카오스홀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보람 있고 성숙한 삶의 실현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살펴보는 이번 시리즈는 주로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객관적인 사실, 또 보다 넓은 사고와 관점에서 처세와 이존(以存)을 보다 확실한 삶의 사실에 이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으며 전체 50회로 구성되어 있다. 44강 신광영 교수(중앙대 사회학과)의 강연 중 주요 대목을 발췌·요약해 소개한다.

정리   편집국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신광영 교수는 불평등이라는 것이 “모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마다 특수한 역사적 상황과 구조적 조건 속에서 독특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사회 불평등에 대한 이해는 보편적인 인식과 더불어 특정한 사회의 역사적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요인에 대한 인식을 요구”한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그 같은 바탕 아래 “최근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증거에 기반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좇아 “가능한 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한국의 불평등 추세를 진단”하고 제시한다. 끝으로 “불평등이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점을 공유한다면 그를 완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과 시도들이 필요하겠지만 답을 1차원적인 데서 구해서는 안 되며 “규범적, 분석적, 정책적 관점”의 접근이 모두 필요한 과제임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지난 2월 15일, 신광영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삶의 지혜〉’의 44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 지난 2월 15일, 신광영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삶의 지혜〉’의 44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1. 평등/불평등의 인문사회과학

역사적으로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평등에 관한 논의와 함께 동전의 양면처럼 다루어졌다.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염원이 주로 ‘평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플라톤의 『공화국』을 시작으로 아마르티아 센의 『정의의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정치철학이나 도덕철학으로 분류되는 인문사회과학 논의가 평등과 관련하여 이루어졌다.

한편, ‘불평등한’ 현실에 관한 논의는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나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같이 사회 혹은 경제이론 수준에서 다루어졌다. 불평등에 관한 논의들은 데이터 부족으로 인하여 주로 이론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 때로 연역적인 논쟁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19세기 말부터 ‘데이터에 기반을 둔’ 불평등 논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05년 미국의 로렌츠(Lorenz)와 1906년 이탈리아의 파레토(Pareto)는 공통적으로 소득과 토지 소유에 관한 데이터를 가지고 불평등에 관한 논의를 제시하였다. 20세기 들어서 불평등 문제도 이론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불평등 현실’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하였다.

1955년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는 경제 성장과 소득 불평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쿠즈네츠의 가설에 대한 비판은 보다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산업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는 연구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는 여러 나라의 장기 시계열(2~3세기) 자료를 구축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20세기 후반부터 불평등이 극심하게 높아지는 원인을 밝히고자 하였다.

21세기 소득과 자산 불평등 연구와 관련하여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는 ‘빅데이터 혁명’ 이다. 행정 데이터가 불평등 연구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가 경제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행정 데이터 기반 불평등 연구이다.

한국에서 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되었다. 특징은 철학적 논의나 정치경제학적 논의보다는 정치적인 차원에서 불평등 담론이 촉발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 양극화 담론이 등장했다. 복지제도가 제대로 발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격하게 불평등이 심화되고, 빈곤층이 확대되면서 불평등 논의는 정치적 담론으로 시작되었다.

2. 누구의 그리고 무엇의 불평등인가?

불평등 논의는 다양한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계급 불평등, 젠더 불평등, 세대 불평등, 지역 불평등, 고용 지위에 따른 불평등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은 모두 개인의 일이나 직업을 통해서 얻는 근로소득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이다. 계급, 젠더, 세대, 지역은 모두 집합적인 사회적 범주이지만, 일을 하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들의 소득에 근거하여 불평등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분석 단위는 개인이다.

젠더 격차는 주로 피고용자들의 성별 임금 격차를 다룬다. 고용 지위에 따른 격차도 피고용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계급 불평등은 피고용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나 고용주를 포괄한다. 세대와 지역은 연령 집단 간 소득 격차나 지역 간 소득 격차를 다룬다. 가구소득 불평등은 개인이 아니라 가구를 분석 단위로 한다. 가구소득 수준은 가구 형태에 의해서 1차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가구소득은 일이 없거나 퇴직을 한 가구의 소득도 포함한다.

3. 노동시장의 변화

역사적으로 현대 한국의 노동시장은 크게 3 가지 역사적 계기에 의해서 영향을 받았다. 첫 번째 사건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직후에 이루어진 노동자 대투쟁이다. 이는 노동시장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이루어졌다. 노사 관계도 크게 변화를 겪었다. 노동조합 조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동시에 노사 분규도 급증하였다.

두 번째 사건은 1997년 외환위기로 기업의 연쇄 파산이 이루어지면서,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대량 실업과 비정규직 고용의 증대로 노동시장 자체가 질적인 변화를 겪었다.

세 번째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등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하였다. 2019년 기간제 고용이 비정규직에 포함되면서 통계상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졌다. 그러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났다.

1) 노사 갈등과 임금

1980년대 한국의 노동시장은 중화학 공업의 발전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급증으로 특징지어진다. 1980년대는 3저로 불리는 경제적인 호조건(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환율)에 힘입어 제조업이 호황을 누린 시기였다. 그러나 제조업 호황의 과실은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돌아오지는 않았고, 그 대신 노동자들을 고용한 대규모 제조업체들이 초고속으로 성장하였다.

전체 국내 총생산에서 피고용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가리키는 노동 분배율은 1980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여주었고, 1987년 이후에 비로소 40%를 넘어섰다. 한국의 노동 분배율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1990년대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2) 외환 위기와 노동시장의 변화

1997년 외환 위기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는 기업 파산과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자 양산이다.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으로 인하여 노동시장과 가족생활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두 배 정도 더 큰 비율로 실업을 경험했다.

둘째, 고용 형태와 내용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정규직 고용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비정규직 고용이 급증해서 전반적으로 고용의 질이 악화되었다. 특히 임시직의 비중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 1997년 11월 14.5%였지만, 1999년 11월에는 19.1%로 크게 높아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기업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소규모 사업체에 집중되어 있는 비정규직 분포는 큰 변화가 없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셋째, 정규직 임금과 비정규직 임금과의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비정규직 고용이 영세 중소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도 관련이 되어 있다.

3) 2000년대 노동시장 구조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활성화를 특징으로 하는 ‘87년 체제’와 외환 위기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특징으로 하는 ‘97년 체제’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의 구조는 일에 대한 보상 체계와 관련하여서도 큰 변화를 겪었다.

첫째, 인적 자본에 대한 보상이 크게 약화되었다. 교육 수준에 따른 임금 격차는 지난 30여 년 동안 크게 줄어들었다. 임금에서 학력 프리미엄이 크게 약화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학력 대신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새로이 등장했다. 전체적으로 기업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일에 대한 보상이 더 높아지는 추세가 전체 기업들에서 나타났다. 따라서 대졸자들의 대기업 선호는 매우 당연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변화는 여성들의 고학력화와 함께 젊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났고, 젠더 임금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적 부문보다는 공공 부문으로의 여성 진출이 크게 늘어났고, 남녀고용차별금지법과 제도의 시행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네 번째 변화는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에 따른 노동시장 분절이다. 3D 업종의 노동력 부족에 대한 대응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4) 국제 비교를 통해서 본 한국의 임금 불평등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어느 정도일까? 격차가 가장 낮은 국가는 프랑스로 임금 상위 10%의 평균 임금이 임금 하위 10%의 평균 임금의 2.8배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은 1990년 3.5배였고, 2016년에는 3.4배로 약간 줄었다. 반면 임금 격차가 심한 나라들에서는 오히려 임금 격차가 커졌다. 미국의 경우, 1990년 4.3배에서 2016년 5.05배로 임금 격차가 커졌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 다음으로 임금 격차가 커서, 1990년 3.9배에서 2016년 4.5배로 나타났다.

‘근로 빈곤층’은 일을 하지만 임금이 낮아서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를 지칭한다. 한국의 근로 빈곤층 비율은 미국보다는 낮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미국의 근로 빈곤층 비율이 15.4%로 선진국에서 가장 높았고, 한국은 12.7%로 독일 10.2%, 덴마크 7.5%, 스웨덴 8.6%, 네덜란드 9.3%보다는 높은 수준이었다.

젠더 불평등은 노동시장 불평등 중의 중요한 부분이다. OECD 평균 젠더 임금 격차는 13.4%인 반면, 한국은 34.1%로 OECD 국가들 중 격차가 가장 크며 지속되고 있다.

4. 가구 구조와 가구소득

개인 근로소득과는 달리 가구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소득은 가구의 속성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므로 가구를 구성하는 방식, 경제활동 참가자,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가구원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 가구소득 수준은 달라진다.

1) 가구 구조와 소득 불평등

가구소득 불평등은 가구 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경제 변화가 가구 구조의 변화를 야기하고, 가구 구조의 변화가 가구소득 불평등을 변화시킨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전체 가구 중에서 고령 가구의 상대적 비중 증가로 나타난다. 인구 고령화는 저소득층의 증가와 전체 가구소득의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 또 다른 가구 구조의 변화는 만혼, 비혼, 이혼과 고령화 때문에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차원의 노동시장 변화와 관련 있는 가구 구조 변화는 ‘남성 가장 가구 모형(male breadwinner model)’에서 ‘맞벌이 가구 모형(dual earner model)’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맞벌이 가구도 다양한 고용 형태의 조합에 따라 가구의 경제적인 지위가 크게 달라진다.

가구는 가구원의 학력, 직업, 고용 지위와 고용 형태, 가구원 수, 가구원의 연령과 계급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가구 자체가 매우 다양화되어, 가구가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가구소득 불평등을 매개하는 매개 변수(mediating variable)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전국 빈곤율은 20.83%였지만, 가구를 구성하는 가구원들의 고용 형태 조합에 따라서 가구소득 수준과 상대적 빈곤율도 크게 달랐다. 또한 가구주의 성별에 따라서 그리고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의 고용형태에 따라서 체계적으로 빈곤율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빈곤율 차이는 가구주의 ‘고용 형태’와 ‘젠더’에 따라서 경제적인 상태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2) 가구소득 불평등 국제 비교

모든 나라에서 가구소득 격차는 임금 격차보다 훨씬 더 크다. 2016년 한국의 가구소득 격차는 5.7배로 미국 6.3배 다음으로 컸다. 한국과 일본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기업의 권력이 강하고, 복지 제도가 경제 수준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달하지 못하여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 속한다. 경제 수준에 비하여 소득 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노사 관계나 복지 제도를 발전시키기 못하였다. 그 결과, 분배와 관련하여서는 가장 열악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세 전 상위 1%와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을 보면 2013년 프랑스의 경우 각각 10.2%와 32.6%였고, 2014년 미국의 경우 각각 20.2%와 46.0%, 2016년 한국의 경우 각각 12.1%와 43.1%였다. 한국의 상위 1% 소득 점유율은 미국보다 훨씬 낮았으나,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43.1%로 프랑스의 32.6%보다 훨씬 높았고, 미국의 46.0%에 근접하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상위 소득 계층으로의 소득 집중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5. 왜 임금과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는가?

한국의 불평등은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심화 추세를 보이다가, 2010년대 중반 이후 높은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불평등이 심해졌는가? 불평등 심화는 대기업 중심 경제, 노동시장 유연화, 인구 고령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의 산물이다.

1) 자본의 집중

대기업 중심 경제는 대기업이 경제 성장률을 능가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 대기업에서 자본 수익률이 노동 수익률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대기업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자본 수익률과 임금 상승률의 격차는 수출 대기업과 재벌 기업에서 두드러졌고, 이는 재벌기업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 확대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즉,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현상과 노동자들 사이의 불평등 확대를 가져온 것이다. 또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와 복지 격차는 대졸자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이어져, 기업 간 생산성과 성과 격차가 더 커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2) 노동시장의 유연성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불안정을 보여주는 고용 유지율(job tenure)이 한국은 2016년 5.8년으로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3년 이상 고용 유지율은 28.4%이었고, 10년 이상의 고용 유지율은 10.4%이었다. 이것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자주 직장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잦은 직장 이동은 직장생활 부적응자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결과, 직장 이동은 대체로 임금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잦은 직장 이동과 그에 따른 짧은 근속 연수는 고용 불안정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낮은 퇴직 연령이 한국 노동시장의 또 다른 특징이다. 한국 피고용자의 평균 퇴직 연령이 2011년 49.2세, 2016년 49.1세로 대단히 낮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남성의 경우 51.6세이었고, 여성의 경우는 47세였다. 그러나 실질적 퇴직 연령은 남성 71.1세, 여성 74.5세로 실질 퇴직 연령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늦고 또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인 공식 퇴직 연령과 실질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벗어나는 퇴직 연령의 격차가 가장 컸다.

3) 인구 고령화

한국은 인류 역사상 인구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이다. 65세 이상의 인구비가 2000년 7.2%에 달하여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래, 2018년 14.3%로 고령 사회에 진입하였고, 2025년 20.3%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수명에 비해 주요 일자리에서의 퇴직 연령이 낮아지면서, 소득이 없거나 낮은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는 곧 노인 빈곤 문제로 나타난다. 현재 한국은 65세 이상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16년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 13.5%보다 3배 이상 높은 43.8%였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의 노인 자살률로 이어지고 있다.

4) 가족의 변화

가족 구조의 변화도 불평등과 빈곤 문제의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의 1인 가구는 1975년 4.2%에서 2018년에는 29.3%로 급증하였다. 1인 가구의 비중은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1인 가구의 문제는 단적으로 빈곤 문제이다. 전체 가구에서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 소득을 얻는 가구의 비율을 상대 빈곤층이라고 하면, 2018년 한국 가구의 중위 소득은 2016만 원 정도로 전체 가구의 22.5%가 빈곤 가구에 속한다.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이 1935만 3000원 정도이기 때문에, 평균 소득이 빈곤선 이하이다. 그 결과, 1인 가구의 64.5%가 빈곤 가구에 속하여, 1인 가구의 대부분이 빈곤 가구라고 볼 수 있다.

5) 복지 저발전 국가

국가가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 대해 대응하는 방법은 주로 복지 제도와 조세 제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복지 국가는 가장 국민소득이 높은 미국에서 발달한 것이 아니라 스웨덴이나 덴마크에서 사회민주주의적인 복지 국가로 발달하였고,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조합주의적인 복지 국가로 제도화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서구의 복지 국가가 경제적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선택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 2000년 이전 복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한국은 경제 수준은 이제 유럽 수준이지만, 복지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 전형적인 복지 저발전 국가에 속한다.

6. 맺음말

한국의 불평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불평등은 한편으로는 모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마다 특수한 역사적 상황과 구조적 조건 속에서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사회 불평등에 대한 이해는 보편적인 인식과 더불어 특정한 사회의 역사적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요인에 대한 인식을 요구한다.

오늘날 한국의 불평등은 중층적인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변화의 산물이다. 경제력 집중, 노동시장 유연화, 인구 고령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와 재분배 정책의 미발전 등이 불평등 문제의 근본 원인들이다. 사회 불평등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불평등 완화를 위한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불평등 완화가 중요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과제라는 인식의 공유가 더 중요한 출발점이다.

불평등이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점을 공유한다면 분배 정책이나 복지 정책을 통해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겠지만 답을 1차원적인 데서 구해서는 안 되며 규범적, 분석적, 정책적 관점을 모두 필요로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