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경영 전략의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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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공대 경영 전략의 조정
  • 최기련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 승인 2023.06.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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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전공대(법인명: 한국 에너지공과대학교)의 설립목적은 ①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강한 소형 대학, ② 국가의 글로벌 에너지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혁신 선도대학, ③ 기업에 도움이 되고, 지역 혁신을 선도하는 산학연 클러스터(Cluster: 상호연계모델형) 대학 형성이다. 한전공대는 국가 에너지 산업혁신을 주도할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교육-연구-교류를 촉진함으로써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특성화 공과대학이라 정의할 수 있다. 2017년 문재인 후보는 공약으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추진했다. 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으로 선정되어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22년 3월 급히 개교되었다. 학생 정원 1,000명, 교수진 100명 규모로서 현재 교수 50여 명, 학부 1∼2학년 학생 약 200명이 재학 중이다. 향후 2031년까지 추가 시설투자 및 운영 비용은 1조 6천억 원대로 예상된다. 

그러나 작년 개교 이후에도 정치권 등에서 그 설립 및 운영 적정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만성적자라는 경영 위기에 따라 한전공대 설립 투자 및 운영 지원의 근원적 필요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전은 작년에 32조 6,552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6조 1,776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2분기부터 시작된 한전 적자는 올해 1분기까지 8개 분기째 이어졌다. 전기요금 인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기를 팔수록 손실이 쌓이는 역마진 구조 탓이다. 이는 공공요금 조정에 대한 정책적 선택이고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도 없지 않다. 따라서 한전 적자는 조기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러한 여건 아래 한전은 2026년까지 26조 원대 재무 개선을 위한 자구안을 발표했다. 임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부동산 자산 매각, 인력 및 경비 감축 방안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한전은 적자 경영 속에서도 한전공대 지원을 위해 당초 예상 5,000억 원보다 더 늘려 투입하고 있다. 최근 한전은 그 설립과 운영비로 오는 2031년까지 1조 6천억 원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부지를 제공한 ‘부영그룹’ 현물과 나주시와 전남도의 운영비 예상 출연금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 그룹사들이 부담한다. 급기야 감사원은 공공재원 활용원칙 준수에 대한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를 수용하였다. 이러한 논란은 외국 컨설팅 업체 (A. T. Kearney)에 의뢰한 설립기획 보고서 작성 단계부터 시작된 측면이 많다. 

‘커니‘ 보고서는 (1) ‘나주 에너지 밸리’ 중심대학, (2) 각종 에너지 산업 혁신 주체들이 함께 하는 클러스터 모델형 대학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2040년까지 국내 최고, 2050년까지 세계 최고 공대 실현을 목표로 밝혔다. 부지는 총 120만㎡에 캠퍼스 40만㎡, 클러스터 40만㎡, 대형연구시설 40만㎡ 등으로 제시되었다. 학생 1,000명, 교수 100여 명 이외에 클러스터 내 연구시설 인력까지 고려하면 5,000명 이상의 규모로 커진다. 여기에다 파격적인 학업·진학 지원과 입학금과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고, 아파트형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교수 요원들에게는 국내 경쟁대학의 2배 수준의 보수 지급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커니’사 제안 내용들은 자본이나 인력 투자 제약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당시 한전공대 설립은 광주-전남지역 숙원사업을 넘어 국가적 과제라는 기본전제가 있는 것 같다. 당시 한전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졌다. 여기에다 지역 사회와 여권 정치인들의 정치·경제적 여망을 국가적 차원으로 합리화하였다는 의심도 가능하다. 지금 그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난감해 하는 한전공대의 모습이 그때 이렇게 제시된 것이다. 

현재 여건에서 가장 바람직한 한전공대 미래 운영전략을 모색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현임 윤석열 정부 국정기조 변화에 따른 한전공대 육성대책의 탄력적 변화 방향을 살펴야 할 것이다. 특히 과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과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의 강력한 탈피 기조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탈원전정책과 환경이념 위주 발전사업 투자는 크게 수정될 것이다. 원전건설 재개와 송배전 합리화가 강조될 것이다. 신재생 투자의 경제성 재평가와 무리한 지역 균형 발전 전략도 일부 재고될 수 있다. 그리고 새롭게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절약 인식 확산 대책이 크게 강조될 것이다. 인버터, 전기 히트펌프 등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을 크게 지원한다. 에너지 효율 투자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키운다. 국민의 자발적인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전기 사용량·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새로 제공한다. 에너지 사용 절감분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는 에너지 ‘캐쉬백’ 제도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한전공대 육성전략 수정은 당연하다. 

둘째, ‘한전공대 내부 경영전략’ 또한 경영층을 중심으로 심층 재검토할 시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두드러진 한전공대 교육-연구-지역협력 체계 전반에 걸친 의구심과 비판적 견해에 대한 진솔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지금 한전공대는 설립 2년 만에 세계 최초 에너지 단일학부 운영과 에너지 기술에 관한 융·복합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체제를 갖추었다고 자부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5대 에너지 연구 분야(에너지 AI 인공지능, 수소, 스마트그리드, 에너지 신소재, 환경기후)를 선정하고 4대 에너지 융합 전공(전기안전, 연료전지발전기술, 차세대 SMR, 전력 반도체) 과정을 운영 중이다. 따라서 그 규모와 설립 역사에 비추어 복잡다기한 한전공대 경영전략의 시대적 당위성과 전략 구성의 탄력적 재평가는 갈수록 커진다. 특히 고위 경영층의 전략적 임무 수행 능력 검증이 요구된다. 에너지 소재 등의 국가 차원 효율성에의 기여도를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인접 광주 GIST, 전남대학교 등 지역대학, 그리고 KAIST, UNIST, 포스텍, DGIST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 등과의 경쟁보다는 전략적 협동과 분업 체제 구성이 요구된다. 

여기에다 설립 초기 부족하기 마련인 한전공대 자체 인력과 설비를 고려하면 한전과 관련 회사와의 통합운영 체제 구축도 요구된다. 우선 한전 기술연구원과 한수원 등 관련사 연구–교육 기능과의 통합 운영을 검토할 수 있다. 원자력 SMR(소형핵융합로) 부문은 ‘한전 원자력 대학원대학(KINGS)’과의 협력이 당연하다. 이러한 통합-연계 체계 운영에는 공공성 입증을 위한 사전 전략연구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1조 원 대로 예상한 한전공대 부지 내부의 시설-기자재 투자 소요의 절약이 가능할 것이다. 정부나 한전 및 방계회사의 출연 부담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또한 학부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율 학습 체제를 강조하는 것은 지식축적의 효율성 측면에서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인구감소, 출산율 저하 등에 따른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제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구조적 개혁에 직면하고 있다.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이 2021년 43만 명에서 2040년 28만 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3년 이내에 38개 이상의 사립대가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간주 되는 교육부의 ‘글로컬(Global+Local) 대학’ 사업에 108개 대학이 신청했다. 이 사업은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지방대 10곳을 선정하여 5년간 1,000억씩을 지원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30곳으로 지원 범위를 넓힌다. 지난 정부와 지역 정치인들이 광주·전남의 발전 방안을 핑계로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기만 하고, 이에 수반되는 모든 책임과 한계를 한전에 넘겼다는 비판 의견도 있다. 

넷째, 이런 여건과 정책 환경의 변화 속에 한전공대와 광주과학기술원의 통합 의견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다 한전 재무구조 악화를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역 혁신 ‘클러스터’ 기능의 축소조정의 경우 심층 추가 검토가 요구된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50여 년 자원 빈국인 우리가 외향적 성장전략 성공과정에서 교육-연구 기능 축소는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한전공대 구조 개편이 이러한 정책 기조 수정의 최초 사례일 수 있다.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자성과 현명한 판단, 그리고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기련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로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Grenoble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너지자원기술개발지원센터 소장,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 단장, 고등기술연구원장, 한국 에너지공학회 회장, 차세대 성장 동력 포럼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종합조정 실무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파워 플레이>, <에너지경제학>,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에너지와 환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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