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역사는 잘못된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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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역사는 잘못된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5.28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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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 저자 인터뷰_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 홍성화 교수의 한일유적답사기』 (홍성화 지음, 시여비, 430쪽, 2023.04)

 

▶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한다고 보시는지요?

사실 이 문제는 비단 근현대의 이야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연원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일본의 야마토 정권은 일본열도를 통합하기 위해 백제를 비롯한 한반도의 국가로부터 우수한 선진문물과 제도와 사상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결국 선진국이었던 백제 등 한반도의 도움으로 일본이 고대국가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만 백제의 패망 이후 위기상황에 빠지게 되었고 그러던 중에 율령국가를 추진하게 되면서 신라를 적대시하고 자신들이 한반도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한 인식 속에서 선대 일본왕실의 권위를 칭송하기 위해 편찬되었던 것이 『일본서기』였습니다. 『일본서기』에는 우리나라의 사서에 나오지 않은 많은 한반도 관련 기록이 있지만, 그 구도는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이 왜국에 조공을 바쳤다는 식으로 한반도를 일본이 지배한 것과 같이 씌어 있습니다. 소위 진구의 삼한정벌을 통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왜곡된 우월인식이 나타나게 된 것이지요. 

결국 이러한 인식이 이후 일본인에게 면면이 이어져 항상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 조선을 정벌하고 대륙으로 뻗어나가려는 허상을 키워왔습니다. 이것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사상적 근거가 되었고 지금도 이러한 인식이 일본 우익들의 논리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 이 책을 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지금 이 시점에도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논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한일관계사를 전공하고 연구하다보니 과연 이러한 논쟁의 시작점은 어디인지, 그리고 이러한 논쟁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인지, 현재의 인식을 만들었던 과거의 진실은 무엇인지, 역사 속에서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30여 년간 일본열도를 수도 없이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은 한반도 관련 유적을 찾아다닌 몇 안 되는 한국인이 되어버렸네요. 

15년 전 『한일고대사 유적답사기』를 출간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 이후 연구에만 몰두하다보니 대중서의 발간이 늦어졌습니다. 그동안 칠지도나 인물화상경 등 한일관계의 쟁점이 되었던 연구업적들도 발표하게 되었고 일본 관련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이제는 이 내용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자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학교에서 ‘한일교류의 역사’라는 과목을 맡고 있는데요, 이 강의에 필요한 교재로도 사용하기 위해 출간했던 것인데 요즈음 한일관계가 민감한 시기라서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칠지도와 일본서기

▶ 책 속에는 많은 한일관계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그중 어떠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고대에 만들어졌던 진구의 삼한정벌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중세 여몽연합군의 일본 침공으로 일본인에게 공포감과 무력감을 주면서 재생산되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인식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공하면서 재발현되었고 근대에 들어와 정한론(征韓論)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본인의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던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진구의 삼한정벌이나 임나일본부설로 대변되는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20세기 초 일본인이 설정했던 역사의 틀을 바로 잡아나가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도 일본인이 설정한 역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수께끼로만 치부되었던 역사가 있었는데요, 칠지도와 인물화상경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우리가 고대 한일관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 것인지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근세 조선으로부터 통신사가 갔던 즈음에 조선의 일본에 대한 인식이나 일본의 조선에 대한 인식 등을 살펴보면 과연 우리가 어떠한 한일관계를 이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일 간 역사의 흐름을 찾아가면서 잊을 수 없었던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것처럼 고대에 일본의 고대국가 기틀에 기여했던 도왜인(渡倭人), 임진왜란 이후에 일본에 문화를 전파했던 피로인(被虜人)의 이야기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가 잘 모르는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인의 역사인식,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일본의 경우 왜곡된 역사를 통해 자신들의 인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에 나타나는 일본인의 역사 인식을 조금만 들춰보아도 고대시대부터 한반도의 역사를 왜곡하면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구려의 광개토왕이 백제와 싸우던 5세기초에 왜가 백제의 지원군으로 왔던 사실을 현재 일본은 왜가 중심이 되어 고구려에 대항하는 체제로서 한반도 남부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663년 소위 백촌강 전투 시기에는 남쪽으로 뻗치던 당의 제국주의와 북으로 향하던 일본의 제국주의가 부딪힌 사건으로 인식하면서 백제를 왜의 조공국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근대의 러일전쟁도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조선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을사늑약을 을사보호조약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작금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동북아의 현실을 단순한 국제관계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일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정립되지 않은 이상 현재와 미래가 온전하게 보장될 수 없을 것입니다. 

 

                                                          후쿠오카시 하코자키궁

▶ 이 책에서는 우리의 역사 인식에도 문제는 없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최근 엔데믹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찾는데요, 우리가 일본을 돌아보면서 주의해야 할 것들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최근 코로나가 마무리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본의 문화를 살펴보다보면 그 안에 우리와 관련된 곳이 무척 많다는 사실이지요. 

일본에는 곳곳에 마을마다 신사들이 있어서 일본의 문화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만, 신사는 각각 제신으로 모시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오사카성을 들르기도 하는데요, 그 안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제신으로 하는 호코쿠(豊國)신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사의 내력을 모르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그 신사 앞에서 좋다고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요. 이러한 점은 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도쿄의 우에노공원에 가면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해주었다고 하는 왕인(王仁) 박사의 기념비가 서있습니다. 이 비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주장하면서 왕인을 추앙하고 이를 통해 조선인을 회유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세웠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일본관광책자에 나온 것만을 보고 한국관광객들이 왕인비 앞에서 좋다고 사진을 찍는 일이 있는데요, 이러한 것도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일본인의 인식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요즘 한일관계가 민감한 시기입니다.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인식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역사 왜곡,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해법 문제 등등 한일역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역사인식을 가져야 할까요?

누구보다 돈독한 한일관계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이지만, 과거에 대한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를 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일관계의 문제도 실은 과거에 우리가 종지부를 찍지 못한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사에 대해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어물쩍 넘기게 된다면 그것은 미래에 또 다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양국 간 또 다른 잘못된 인식으로 자리를 잡아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도 있듯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관이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니 않나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며 올바른 한일관계를 정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현재 한일관계의 문제는 일본이 고대사를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윗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되면 아래쪽에도 계속해서 잘못된 단추가 끼워지듯이 일본의 고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중근세를 지나 근현대까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해결점은 애당초 시작부터 잘못된 인식을 고쳐나가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대의 한일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고대의 일본열도는 다 우리 땅이었네’라고 하는 식의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주장도 일각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인식으로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좀 더 고대의 한일관계 역사에 관심을 갖으면서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인 분석으로 무장할 때만이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앞으로는 단순히 일본인의 인식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있기도 했습니다만, 단순히 양국의 역사인식의 차이만 노정할 것이 아니라 향후 정부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 인식을 좁혀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홍성화 건국대학교·고대한일관계사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 연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역사연구소 및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리쓰메이칸대학 객원연구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아시아비교문화연구회 회장, 동아시아고대학회 부회장, 예성문화연구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대사에 관한 한국과 일본 역사학계 양쪽의 분석틀을 비판하고 새로운 고대사상(像)을 제시하고자 관련 연구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하사인가 헌상인가의 논쟁이 있었던 칠지도(七支刀)와 관련해서는 적외선 사진에 나타난 새로운 글자를 통해 408년 전지왕 때 백제가 일본에 하사했던 칼로 해석함으로써 역사학계에 충격파를 던져주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의 국보인 인물화상경이 일본과는 전혀 관련 없는 유물로서 백제의 무령왕이 동생인 동성왕에게 전달했던 동경임을 밝혀 언론에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역사가 몇몇 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과 호흡하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교류에 작은 몫이라도 기여하는 역사가이자 실천가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30년간의 열정과 땀의 결과물이 《일본은 왜 한국역사에 집착하는가》에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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