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연구 글로벌 동향] 미국·영국·독일·일본의 연구 시스템 비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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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글로벌 동향] 미국·영국·독일·일본의 연구 시스템 비교(1)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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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생물의학 분야 연구자금 비교 분석

한국연구재단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생명과학 및 생물의학 분야 연구자금을 비교·분석한 보고서[NRF R&D Brief-2020-02]를 지난 2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 연구개발전략센터(CRDS)에서 발간한 '연구력 강화를 위한 대학·국립 연구소 연구시스템의 국제적 벤치마킹' 보고서에서 드러나는 미·영·독·일의 생명과학·생물의학 분야의 연구자금을 비교·분석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들 나라의 주요 연구기관을 조사하여 크게 변화하는 생명과학·생물의학 관련 트렌드 중 높은 연구력을 발휘하기 위한 연구시스템 탐색의 일환으로 시도됐다고 재단 정책혁신팀은 밝혔다.

◇ 미국…다원적 체제, 막대한 기부금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각 부서에서 정책입안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다원적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NSF 예외)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생물의학 분야의 세계 최대 펀딩기관으로 펀딩 액수가 2018년 기준 258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NIH의 R01은 생명 관련 분야 연구비 지원 프로그램으로, NIH가 개인 연구자에게 지급하는 연구비 지원 프로그램 중 그 규모가 가장 크고 역사가 오래됐다. 생물의학 분야의 주된 개인용 그랜트로 NIH그랜트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평균 약 13.8억 원/5년이며 갱신이 가능하다). Study Section이라는 독립된 위원회에서 그랜트 1차 심사가 이루어지며, 주로 대학원생과 포스닥의 인건비와 본인의 급여로 사용된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선정율이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해결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미국 연구문화를 지탱하는 또 한 가지 재원으로는 기부금이 꼽힌다. 2016년 미국의 대학 기부액은 총 410억 달러로, 1위는 11억 9,000만 달러를 기부 받은 하버드대학이 차지했으며, 상위 1%의 대학이 기부총액의 27.1%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설재단 및 사설연구소로는 세계 최대 자선기금 단체로 연간 펀딩 규모가 40억 달러에 달하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미국 제2위 규모의 자선기금 단체로 연간 6.5억 달러를 기부하는 하워드 휴즈 의학 연구소, 그리고 2015년 1.1억 달러의 재원을 지원한 앨런 뇌과학 연구소 등이 있다.

◇ 영국…이원 지원제도, 최대 공적 펀딩기관 UKRI

영국은 이원 지원제도(dual support system)로 프로젝트 베이스의 개별 연구프로그램 등에 부여되는 경쟁적 연구자금과 대학의 연구활동을 위해 부여되는 연구의 질에 근거한 자금으로 구분되어 지원된다. 영국연구혁신기구(UKRI)는 2018년 4월 발족된 영국 최대 공적 펀딩기관으로 기존에 별도로 조직돼 있던 7개의 연구평의회, Innovate UK와 Research England를 결집시켰다. 전체 공적 연구비의 60% 정도인 연간 60억 파운드 이상의 예산을 보유하고 있다. UKRI 산하 생명공학 및 생물과학 연구위원회(BBSRC)는 생물의 기초연구를 담당하며 그 재원은 경쟁적 자금 40%, 탑다운 형태의 자금 60%로 이루어져 있다. 비즈니스·에너지·산업전략부(BEIS) 산하 조직이나 각 연구회의의 독자성을 옹호하는 ‘홀데인 원칙’에 따라 분배된 자금은 각 기관의 재량으로 결정된다.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의 새로운 로고

한편,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보건사회복지부(DHSC) 산하 기관으로서 국립위생연구기구(NIHR)라는 연구자금 분배 기관을 보유해 환자와 사회가 필요로 하고 세계에서 앞서갈 숭 lT는 연구를 지원한다. 또한 연구조성이나 연구위탁 외에 양호한 연구 환경을 게공하기 위한 시설이나 인재를 제공하고, 연구윤리 등에 관한 시스템 정비, 임상 연구도 추진한다.

영국의 기반적 경비인 블록 그랜트는 크게 연구교부금과 교육교부금으로 구분된다. 영국고등교육재정위원회(HEFCE)가 지금까지 담당했던 대학 연구평가, 연구교부금 분배, 산학연계 기능은 UKRI 조직의 일부인 Research England로 인계됐다. 대학 연구에 대한 공적 평가는 REF(Research Excellence Framework)를 통해 실시하며 Research England의 연구교부금은 대학의 연구평가 결과에 입각해 분배금액이 결정된다. REF의 평가항목은 연구성과(65%), 연구 환경(15%), 연구임팩트(20%) 3가지로 구성된다.

이외에 자선단체에 의한 연구개발도 있다.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는 생물의학 연구 분야의 영국 최대 비정부 조성단체로, 연구자 개인을 지원하는 펠로십과 장학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 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 CRUK)는 암연구에 특화된 연구를 추진하며 기업과 일반 시민의 기부금을 자금원으로 한다는 점에서 웰컴 트러스트와 차이를 보인다.

◇ 독일…연방과 주에서 약 6:4 비율로 지출

독일의 경우 공적 연구비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양측에서 약 6:4 비율로 지출된다. 막스 플랑크를 비롯한 연구협회, 펀딩기관인 독일 연구진흥협회(DFG) 등에 대해서도 양측으로부터 일정한 비율이 결정되어 지출된다.

독일 연방정부의 연구개발 지출 규모는 2017년도 정부예산안 기준 171억 유로로, 이 중 60%를 연방교육연구부(BMBF)가 담당한다. 경쟁적 자금이 83억 유로, 기반적 경비가 77억 유로 가량이며, 기반적 경비의 약 50%를 막스 플랑크, 헬름홀츠 협회 등 4대 공적기관에 대한 지출이 차지한다. 연방정부 예산 중 건강의료 분야에 대한 지출이 24억 유로(이 중 BMBF가 22억 유로)로 가장 많다.

독일 연구진흥협회(DFG)
독일 연구진흥협회(DFG)
독일 연구진흥협회(DFG)100주년 기념로고

특히 경쟁적 자금 중 바텀업 기초 연구는 주로 DFG(독일 연구진흥협회)가 담당한다. 2016년에는 연간 31,000건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약 30억 유로를 조성했으며, 그 중 생명과학 분야가 10억 유로 정도로 가장 많은 조성금을 획득했다(총액의 34.7%이며 생물과 의학 비율은 6:4이다). DFG에 의한 연구조성에 관한 간접경비는 조성금의 일률 22%로 규정했다.

◇ 일본…과학기술진흥비 약 1.3조 엔(2018)

일본의 과학기술 관련 예산은 3.8조 엔 정도다. 이 중 과학 연구에 직접 투자되는 예산인 과학기술진흥비가 2018년 약 1.3조 엔이며, 여기에 국립대학 운영비 교부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운영비 교부금은 국립대학용, 연구개발법인용으로 나누어진다. 국립대학용은 2018년 10,971억 엔으로 2011년부터 5% 전후로 변동됐다. 한편 국립 연구개발법인의 운영비 교부금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약 823억 엔(약 12%)이 감소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미국의 대학 등 연구기관은 그랜트의 간접경비와 기부금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국은 자선단체가 국가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연구 운영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특징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독일은 국가연구소를 중심으로 장기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경우, 균형과 평등을 중시해왔으나, 각 부처 산하 연구기관들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반적 경비와 경쟁적 자금, 대학과 국연의 기능분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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