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서 철학, 민속사상에서 민족종교로 가는 여정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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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 철학, 민속사상에서 민족종교로 가는 여정의 추적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5.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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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속사상과 민족종교: 〈옥추경〉을 통해 본 | 이정재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 352쪽

 

한국에도 ‘한국철학사’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타의 민속사상에 관한 내용이 없다. 한 예로 한국의 산신사상, 수목사상 혹은 무속사상은 철학사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 세계의 어디든 민속사상의 바탕 위에 철학이나 종교가 성립했다. 그것은 시간의 조만과 무관하다. 우리는 서구의 민속사상으로 자신의 민속사상을 밀어내는 우를 범했으므로 이제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민속서 〈옥추경(玉樞經)〉과 민족종교 ‘불법연구회(원불교의 전신)’의 상호관계성을 탐구한다.

〈옥추경〉은 13세기를 전후하여 송나라에서 유래한 도교 경전이다. 정작 만들어진 중화문명권에서는 홀대받았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4세기 고려 말에 전해져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도 ‘귀신을 뼈까지 녹여버리는’ 영험한 경문이라 하여 무속인들이나 주술 수행자들이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다. 조선시대 소격서 관리들을 뽑으면서 시험과목으로 삼았을 정도다. 무속인에게는 필수 경전이었고, 민중들이 늘 읽고 곁에 두는 독경문이었다. 당시는 유가의 광기에 휩쓸려 다른 것은 취급도 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 살벌한 곤란을 뚫고 꿋꿋이 고독하게 계승을 이은 건 민중이었다. 〈옥추경〉은 반도의 민중이 그 진가를 알아보고 지켜낸 진리여서 신화로 승격될 수 있었다.

이 책은 〈옥추경〉을 통해 신화에서 철학으로, 민속사상에서 민족종교로 이행하는 과정을 추적해 나간다. 〈옥추경〉은 실제로 신화적 진실, 이론과 형식과 실천을 두루 겸비한 경책이었다. 그렇기에 민족종교인 동학, 증산, 불법연구회 모두의 근간에는 〈옥추경〉이 자리하고 있다. 새판을 짜는 과정에서 미분화된 신화적 접근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옥추경〉의 민중전승은 구전의 전통을 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불법연구회의 철학적 체계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차원에서 민속과 무속에 대한 재평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겠지만, 실상 연구 상황은 자료 부족으로 열악하며, 원불교에서는 해당 내용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여기저기 산재했던 〈옥추경〉 기도문 자료를 통합하고, 『보경해 합부』, 『옥추해』, 『옥경해 초』, 『옥추보경』 등 이본의 발전·변화 순서까지 자세히 밝혀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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