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위트 스팟’으로 떠오르는 인도…미·중·러가 모두 구애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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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위트 스팟’으로 떠오르는 인도…미·중·러가 모두 구애하는 나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5.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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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PERSPECTIVE]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어도비 CEO들의 모국이자 전 세계에서 IT엔지니어링 및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 중 하나는 올해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 될 나라이자 생산가능인구가 무려 전체 인구의 60% 이상인 나라,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가 다시 블록화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나라 바로 인도이다.

오늘날 국제 지형에서 인도가 갖는 지경학적·지정학적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인도와의 협력 확대를 위해 우리나라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KIEP-Perspective: 미·중·러가 모두 구애하는 나라? 글로벌 ‘스위트 스팟’으로 떠오르는 인도’에서 한국과 인도 외교관계 수립 50주년이 되는 올해 지난 2015년 두 나라가 맺었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왔다며 한국경제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인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인들에게 인도는 문화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 거리가 있는 국가이다. 김 원장에 의하면 양측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 줄 지점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인도는 긴밀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교류 사업을 펼쳐 인도와 우리 사이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의 ‘KIEP-Perspective: 미·중·러가 모두 구애하는 나라? 글로벌 ‘스위트 스팟’으로 떠오르는 인도’를 아래 지상 중계한다.

 

■ ‘규제 왕국’ 벗어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IMF가 예측하는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5.9%이다. 조사 대상국 중 1위인데 코로나 이후 전 세계가 고물가 등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인도 경제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인도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경제 펀더멘탈이 허약해 이른바 ‘Fragile Five’(India, Indonesia, Turkey, Brazil, South Africa)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그런데 최근엔 환율이나 물가 등 경제 지표의 불확실성 모두가 낮아지며 고위험 신흥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런 견고한 펀더멘탈을 바탕으로 인도는 지난해 영국을 제치고 전 세계 GDP 순위 5위를 기록했다. 향후 10년 안에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경제의 가장 큰 강점은 ‘인적 자원’이다. 총인구 14억 명의 평균 나이가 28.7세에 불과하고 생산가능인구가 9억 명을 넘어서는 ‘젊은’ 국가이다. 또 영어를 쓸 줄 아는 노동자가 7,000만 명이 넘는데 이 덕분에 글로벌 IT 기업들의 아웃소싱을 도맡다 보니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도 높다. 

 

이런 인도의 잠재력을 그간 억누르고 있던 건 국가 특유의 경직성이었다. 16세기 무굴제국 때 시작된 관료제에, 피식민 지배 시절의 영국식 법과 제도, 독립 후 사회주의까지 더해지면서 인도는 복잡한 관료주의와 규제장벽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 때문에 인도엔 ‘라이선스 라지(Licence  Raj)’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1991년 개방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래 인도의 이러한 오명은 점차 과거의 것이 되었다. 특히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Narandra Modi) 총리 이후 개혁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전략을 추진하면서 제조업을 중시하고 각종 인허가 규제나 FDI 규제를 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모디 정부는 인도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적 안정을 누리고 있는데 이것은 최근 인도가 매력적인 나라로 부상하는 데 일조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세계은행이 집계한 인도의 사업환경(Doing business) 순위가 2014년 142위에서 2022년에는 63위로 수직 상승하는 등 인도는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 지정학적 가치 급부상하는 인도…러·우크라 전쟁 덕보다?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인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유에는 이 지역이 갖는 ‘지정학적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를 시작으로 EU와 일본, 호주, 아세안, 우리나라 등은 각자의 ‘인태 전략’을 내놓았는데 이 국가별 인태전략은 세부 내용이 조금씩 다를 뿐  ‘인도’의 지정학적 가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중 갈등 등의 이유로 경제 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서구권의 가장 큰 우려인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이자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을 대체할 유일한 국가로 인도가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스스로의 지정학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쿼드(Quad), G20, D10, IPEF 등 서구권이 주도하는 협의체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브릭스나 상하이협력기구 등 서구권의 대척점에 있는 협의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자기 몸값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특히,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더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인도와 러시아는 우방 관계로 두 국가 사이에는 군사나 과학기술, 인적 네트워크가 긴밀하다. 이번 러·우 전쟁에서 인도가 러시아를 ‘묵시적’으로 지지 또는 방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러시아에 우호적인 인도에 대해 서구권은 별다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인도의 지정학적 가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미국 CNBC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침공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를 의도치 않게” “외교관계의 달콤한 중심에 두게 했다”면서 “인도는 쿼드 협력국들과” “중국, 러시아가 모두 구애하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에 있다”라고 보도했다.


■ 생각보다 먼 한국-인도 거리…왜?

우리나라와 인도는 지난 2010년 발효된 한·인도 CEPA(The Korea-Indi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를 계기로 경제적 유대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다만, 두 나라의 경제 규모나 잠재력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한국 무역 시장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위권에 머물러 있다. 인도를 향한 한국의 FDI 역시 10위 밖에 위치해 있다. 사실 한·인도 CEP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다른 FTA와 비교할 때 시장 개방 수준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이를 변경하기 위해 양국은 지난해 CEPA 개선 협상을 시작했는데 두 나라 사이의 시장 개방 수준을 좀 더 높이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전략을 비롯해 핵심 제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IT나 자동차 분야 등에서 핵심 기술을 갖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 줄 지점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인도는 긴밀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인도는 최근 경제 강국들과 신규 FTA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과의 CEPA 개선 협상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서 우리나라로서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2023년은 한국과 인도가 외교관계를 수립한지 꼭 50년째 되는 해이다. 지난 2015년 두 나라가 맺었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온 셈이다. 한국인들에게 인도는 문화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 거리가 있는 국가이다.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교류 사업을 펼쳐 인도와 우리 사이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 이후 인도에서는 한류 콘텐츠가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 양국 사이를 보다 발전시켜 나가는 데 이 K-콘텐츠를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4강 외교’로 불리는 우리 외교에 또 하나의 힘이 될 수 있는 국가, 한국경제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인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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