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피해자 문제, 포괄적 해결책 모색과 대내·외 투트랙으로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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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피해자 문제, 포괄적 해결책 모색과 대내·외 투트랙으로 접근 필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5.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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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 한일 간의 외교적 사안임과 동시에 국내적 현안
- 소송원고단만이 아니라 전체 피해자를 염두에 둔 포괄적 해결방안 논의 필요

 

2023년 3월 6일 우리 정부는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강제동원피해자의 구제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방식으로 추진할 방침임을 발표했다. 일본 기시다(岸田文雄) 총리는 이번 조치에 대해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에 관한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국내에서는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미래지향적 결단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피고 일본 기업의 참여 및 일본 측의 직접적 사과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교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일 간 화해가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일시적으로 문제가 동결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강제동원피해자 문제는 한일 간의 외교적 현안임과 동시에 피해자 구제와 관련하여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온 국내적 현안이기도 하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NARS)는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에 대한 제20대, 제21대 국회에서의 논의 동향 등을 검토함으로써, 보다 포괄적인 측면에서 동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이슈와 논점』 보고서 〈강제동원피해자 관련 국회 논의 동향과 향후 과제〉(저자: 박명희 입법조사관)를 5월 18일(목) 발간했다. 

보고서는 향후 정부는 소송원고단만이 아니라 전체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대내·외 투트랙으로 문제해결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으며, 필요한 구체적 조치로서 첫째, 향후 대일역사 문제 대응에 대한 정부 입장의 적극적인 설명 필요성, 둘째, 범정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기구 마련의 필요성, 셋째,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요구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정책연혁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군인, 군무원, 노무자로 동원된 피해자는 연인원 7,804,376명으로 집계됐다.

우리 정부는 과거 2차례에 걸쳐 강제동원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지원을 실시한 바 있다. 1차 보상은 1971년 「대일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75년부터 1977년까지 피징용 사망자 8,552명에게 1인당 30만원을 지급했으며, 채권 등 증서에 대한 보상으로 74,963건, 66억 1,695만원(1엔당 30 원)을 지급했다. 2차 보상 및 지원은 2007년 제정된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에 대한 법률」에 따라 사망 및 행방불명자에게는 1명당 2,000만원, 부상자에게는 장해 정도에 따라 1명당 300만원에서 2,000만원을 지급했다. 미수금 피해자에게는 1엔당 2천원으로 환산하여 이를 지급했으며, 국외 강제동원 생존자에게는 매년 80만원의 의료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들 조치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지적됐다. 

첫째, 한시적 전담 기구의 문제이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강제동원피해자 진상조사 및 피해판정 등을 담당했던 지원위원회는 2015년 12월 31일로 해산되었다. 

둘째, 「특별법」 제2조에 따른 피해의 인정 범위와 보상 및 지원의 범위가 상이(相異)한 데 따른 문제 제
기이다. 

한편, 2018년 대법원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 지배 및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피고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8천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까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한일 양국과 국민 간 청구에 관한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고, 한국 대법원판결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2019년 1월 9일 원고단이 신일철주금 재산 압류 이후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 근거한 정부 간 협의, 중재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한일 기업의 출연으로 ‘피해자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전달(2019.6.19.)했으나 일본 측이 거절했다.

 

■ 강제동원피해자 관련 국회 논의

국회에서의 강제동원피해자 관련 논의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과거 2차례에 걸쳐 진행된 강제동원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지원정책의 한계에 대한 개선 및 보완 논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이후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이다.

구체적으로 제20대(2016-2020) 국회에서는 강제동원피해자문제 관련 총 13건의 법안이 제출되었는데, 지원위원회 활동 재개 법안(4건), 강제동원피해자 지원 확대 법안(4건), 강제동원피해자 지원재단 근거법 제정 법안(4건), 강제동원피해자배·보상을 위한 기금·재단설치 법안(2건)이 발의되었으나,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되었다. 제21대(2020-현재) 국회에서는 지원위원회 활동 재개 법안(2건), 강제동원피해자 지원 확대 법안(1건), 강제동원피해자 지원재단 제정 법안(1건), 강제동원피해자배·보상을 위한 재단 설치 법안(1건)이 계류 중이다.


■ 대법원판결 관련 정부 방침 및 주요쟁점

2023년 3월 6일 우리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대법원판결 관련 해결방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 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한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마련한다. 둘째, 동 재단은 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한 추모 및 교육·조사·연구 사업 등을 더욱 확대한다.

이번 정부 방침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피해자가 정부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단의 제3자 변제의 효력 여부이다. 
둘째, 일본 정부 및 가해 기업의 사과 및 기부금 참여 등 일본 측의 호응 조치이다. 
셋째, 대법원 판결금 지급 주체로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지원재단’의 적합성 여부이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해결방침은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소송에서 승소한 원고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할 수 없는 피해자(군인, 군무원 등) 등은 정책대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나, 후속 조치 등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이 발표된 지난 3월 6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피해당사자 양금덕 할머니가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향후 과제

강제동원피해자 문제는 한일 간의 외교적 현안이지만, 국내적으로 국가가 책임감을 가지고 마주해야만 하는 사안이다. 이에 정부는 소송원고단만이 아니라 전체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포괄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대내·외 투트랙으로 문제 해결에 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국내·외적 조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향후 대일역사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한일청구권협정」,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 발표, 2018년 대법원 판결과 이번 조치가 어떻게 정합성을 가지는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둘째, 범정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 외교부 외에 관련 법률의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여성가족부 등 다양한 부처와의 논의가 동반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셋째,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요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강제동원 진상규명에 필요한 우편저금 및 예탁금 자료제공, 강제동원사망자 유해조사 및 봉환 등 실질적인 행동을 일본 측에 요청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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