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핵심 연구인력 고갈 위기…이공계 대학원의 역할과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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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핵심 연구인력 고갈 위기…이공계 대학원의 역할과 과제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5.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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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P 수요포럼]
- 산업경쟁력 좌우하는 ‘인재’…인구 감소로 확보 어려워진다
- 해외 인력 유치…논문 이외 산학 연계 프로젝트 통한 학위 취득 검토해야
- 이공계 대학원의 도제식 교육시스템 변경 촉구

 

                                               제158회 KISTEP 수요포럼 유튜브 캡처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재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아니라 인구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공계 대학원으로의 진학률도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며, 결국 산업계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의 맞춤형 양성, 정부 출연연의 인력양성 확대, 해외 이공계 우수 학생들의 국내 유치 등 양적·질적 인력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은 The CHIPS and Science Act를 제정했고, 중국은 고급 외국인 전문가 유치계획을 추진 중이며, 일본은 해외 인재·자금 유치 액션플랜을 마련하는 등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주요국 간 핵심 연구인력의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에 따른 연구인력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인구는 2020년 데드크로스 발생 이래 생산가능인구(15세∼64세) 비율이 2020년 3천579만 명(71.5%)에서 2040년경에는 2천703만 명(55.6%)으로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이공계 대학원생 규모도 2025년 이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핵심 연구인력의 양적·질적 부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원생 현황 등 이슈를 진단하고 이공계 대학원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5월 24일 충북혁신도시 소재 KISTEP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158회 KISTEP 수요포럼’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이공계 핵심 연구인력 고갈 위기, 이공계 대학원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KISTEP 손병호 부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핵심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2004년 이공계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과학기술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왔다”며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이며, 2020년에는 데드크로스(총 인구 감소)가 발생했다. 학령인구도 감소하면서 한국의 20개 대학원생 규모도 2025년 이후로는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포럼을 통해 R&D 핵심 인력의 산실인 이공계 대학원 육성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 과제를 모색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 주제발표를 맡은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과학기술인재정책연구센터장은 핵심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공계 대학원의 연구시스템을 개편하고, 공급 중심의 인력양성 정책이 아닌 노동시장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력양성 시스템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인구감소에 따른 핵심 연구인력 고갈 위기, 이공계 대학원 역할과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이공계 석·박사 인력 부족에 대비하고, 핵심 연구인력 유인을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공계 대학원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제언했다.

홍 센터장은 “이공계 대졸 졸업자는 여전히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사 입학자부터는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이공계 기피 현상과 차별화된 인구감소의 영향을 우려했다. 사람이 있는데 이공계로 지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올 사람이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홍 센터장은 이공계 대학원의 진학률을 높이고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육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존의 대학원 방식이 개별 교수에게 연구실 운영과 교육을 철저히 위임해 추진하는 도제교육방식이었다면, 연구자 훈련시스템으로 개편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진로에 맞춘 대학원 과정 중간에서부터 좀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연구개발 지원 시스템에도 진로 지도와 연계한 경력개발 시스템을 명시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뿐만 아니라 기업 현장 경험까지 요구하는 미래 과학기술인재의 원활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참여자 정보체계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오현환 KISTEP 정책기획본부장의 진행으로 전배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책지원실장, 고혁진 한국공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류석현 UST 산학협력처장이 참여했다.

전배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책지원실장은 반도체 분야 핵심 연구인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전공 학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대학원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석·박사 인력의 처우 개선’과 ‘대학원 중심의 산·학연계 프로젝트 활성화’ 등의 유인책을 통해 대학원이 핵심 연구인력 양성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배근 실장은 “기업의 인식이 대학원 진학자보다 학부 졸업 후 현장 경험을 쌓은 사람이 더 우수하다는 인식으로 바뀐다면 우수한 학부 졸업생들이 대학원으로 진학할지 의문”이라며, 기업도 이공계 석박사를 채용하기 위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며, 대학원도 논문 이외에 산학 연계 프로젝트를 통한 학위 취득, 재정확보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고혁진 한국공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석·박사 인력 감소에 대응하여 핵심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 연구 등 다양한 부분에서 대학원의 역할을 제언했다. 특히, 기초교육 및 역량전환 교육, 연구환경 개선, 외국인 유입 강화 방안 마련 등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혁신 교수는 무엇보다도 구조적으로 인구가 감소되는 상황에서는 양적으로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해외의 인력이 방출되는 것을 막는 한편으로 해외의 우수한 석·박사 인재의 적극적인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류석현 UST 산학협력처장은 “한국의 교육은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가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라며, 현재의 한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교육과 인재 양성 시스템이 미래에도 세계 속의 한국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변화와 혁신을 촉구했다.

류석현 처장은 출연(연)과 지역 대학(원) 및 기업을 연계하여 현장 맞춤형 고급인재를 육성하고 외국인 석·박사 유학생의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핵심 연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특히 연구·산업현장 수요에 적합한 출연(연) 기반의 UST 교육모델을 강화하고, 우수 이공계 석·박사 인력을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현환 KISTEP 정책기획본부장은 독일의 프라운호퍼의 경우 학부생 졸업생을 프라운오퍼에서 교육시켜서 다시 산업계로 연결시키는 파이프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출연연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손병호 KISTEP 부원장은 “이공계 대학원은 중요한 연구개발 주체일 뿐만 아니라, 핵심 연구인력 육성을 위한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며, “기술패권 경쟁의 승패는 핵심 연구인력에 달려있는 만큼, 이공계 대학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포럼 개최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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