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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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소실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3.05.20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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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 김환규 교수의 〈과학에세이〉

 

                                                                               출처: itu.int<br>
                                                                     출처: itu.int

기후변화는 서식지와 생물종을 교란한다. 현재의 기후변화 패턴이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지구의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시기보다 1.5℃ 이상 상승할 것이다. WHO는 21세기에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기후변화는 개발에 따른 서식지 절편화 및 오염 등과 함께 생물다양성 소실을 일으키는 인자 중 하나이다. 생물다양성은 육상, 해양과 다른 수생태계에 존재하는 생물 사이의 변이를 이른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소실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2022년 말에 각국 대표자들이 캐나다의 몬트리올에 모여 생물다양성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였다. COP15라 불리는 이 회의에서, 대표자들은 육상 및 해양의 30% 이상을 보존 구역으로 설정하는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려는 노력과 기후변화를 어떻게 연결하는가에 대한 중대한 이슈에서 대표자들은 일치에 이르지 못했다. 정책 차원에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소실을 분리하여 생각하기 어렵다. 많은 동식물은 기온 상승에 의한 생리적 스트레스에 직면해있으며, 서식지 이동이나 다른 먹이원을 찾아야 하는 극단적인 환경에 처해있다. 이러한 변화는 차례로 개체 수 감소를 유도하거나 멸종에 이를 수 있다. 

기후변화는 생물다양성 소실의 주된 요인이며, 생물다양성 소실 역시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고 저장하여 감소시키는 생태계의 능력을 감소시켜 기후변화를 촉진한다. 건강한 생물다양성에 좌우되는 생태계 서비스는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에 본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인류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는 인류의 삶에 필요한 식량, 음용수 및 다른 핵심적인 자원들을 감소시키고 있다. 차례로, 생물다양성의 소실은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질소, 탄소 및 물의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빠른 감소 속도는 현대 사회의 환경 위기를 정의하는 두 가지 인자이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된 주제로 접근해야만 한다. 

건강한 생태계는 토양 미생물로부터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구성원을 필요로 한다. 일부 종이 환경으로부터 제거되면 정상적인 생태적 지위가 유지되지 않고 결국 생태계가 붕괴하게 된다. 꿀벌, 잠자리와 무당벌레는 인류가 사용하는 많은 곡물의 수분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서식지 소실은 수분 매개 동물의 개체수를 감소시키고, 수분 매개 동물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곡물 생산량의 1/3이 감소할 것이다. 아스피린, 카페인과 모르핀 같은 많은 약품은 최초 식물에서 추출되어 상품화된 것이다. 미발견 또는 미조사된 야생종이 사라진다면, 미래의 약품 개발에 필요한 원천이 사라지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인류에게 생태계 서비스와 폭풍우로부터의 보호, 탄소 고정, 물의 여과, 화석 연료 생산, 산소 생성과 여가 활동 같은 많은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YTN 사이언스 캡처

생물다양성 소실은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 생태계는 육상과 해양 그리고 대기 사이의 탄소 및 물 순환에 주된 기능을 하고 있다. 생태계가 파괴되면, 지역 및 지구 차원의 기후 조절 인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온 상승과 더불어 풍부한 삼림이 회복되지 않는 역치점을 넘으면 생태계 복원력이 상실될 수 있다. 인류가 환경과 경제 활동을 관통하는 기후와 생물다양성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지구 온난화는 더욱 악화할 것이고, 종과 생태계는 결국 소실될 것이다. 많은 야생생물의 질병은 기후변화로 더욱 악화하고 있는데, 질병 매개체의 서식지 절편화를 확대해 동물들을 전염병에 취약한 작은 밀집된 지역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슴 뇌사상충은 그러한 질병의 하나로, 이 기생 선충류는 숙주인 흰꼬리 사슴을 통해 전파되는데,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미국의 북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기후변화 및 생물다양성에 대한 국가 간 문제는, 생태계를 보호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사용되는 비용이 누구에게 큰 책임이 있는가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갈등이다. 부유한 국가들은 대부분의 온실가스 오염물질을 생성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은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어 생태계를 활용하기 위한 엄청난 경제적 압력이 존재한다. 동시에, 개발도상국들은 북반구 국가들이 생물다양성 보호와 기후변화 완화 비용을 감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라 확대된 보호구역은 지리적 경계가 있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기온이 높아진 지역으로부터 이주하는 종들은 원래 보호구역 내에서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으므로 보호구역 설정은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기후변화에 따라 일부 동물은 행동과 신체 기능을 변화시켜 적응하나 일부 종은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후변화는 일부 개체군의 팽창, 감소 또는 멸종을 이끌게 된다. 

동물은 기후변화에 반응하여 서식 지역을 변경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기온의 상승에 따라 일부 육상동물이 매 10년간 더 추운 북쪽으로 평균 6km를 이주하였고, 일부 해양 종은 매 10년간 27km 이상 북쪽으로 이주하였다. 기후변화로 세계 전역의 해양과 담수 생태계가 변화되었고 그 결과, 지역적인 종 소실, 질병의 증가와 동식물의 대량 사멸을 일으키고 있다. 수온 상승은 해양 및 연안 생태계의 비가역적 소실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지난 150년 동안 산호초는 약 절반으로 감소하였으며, 더 이상의 온난화는 현재 남아있는 대부분의 산호초를 파괴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건강에 영향을 미쳐 바이러스, 동식물의 분포 및 인류의 정착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결과, 동물이 질병과 바이러스를 인류에게 확산시킬 가능성을 증가시키게 된다. 

 

지구의 육상 및 대양은 탄소의 침전 장소이며, 배출된 온실가스의 많은 양을 흡수한다. 자연 공간과 그들이 가진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회복시키는 데에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탄소 배출의 최소화가 필수적이다. 생물다양성은 인류가 의존하는 식량, 물, 약품과 안정적인 기후, 경제 성장과 다른 많은 것을 포함하여 생명체의 사슬을 형성한다. 전 세계 GDP 생산의 절반 이상이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며, 10억 명 이상의 인류가 삼림에 의존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소실의 주된 원인은 인류의 식량 생산을 위한 육상 활용 때문이다. 인류의 활동은 얼음에 뒤덮인 토양의 70% 이상을 이미 변화시켰다. 초지나 삼림이 농지로 전환되면, 일부 생물종은 서식지를 잃고 멸종에 직면하게 된다. 인류의 활동으로 생성된 온실가스의 약 절반은 대기에 방출되고, 다른 절반은 육상과 대양에 흡수된다. 생태계와 그들이 포함하고 있는 생물다양성은 자연적 탄소 저장소로,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적인 해결책을 제공해주고 있다. 삼림은 육상의 30% 이상을 덮고 있다. 습지대로 이루어진 이탄지는 육상의 3%만을 차지하나 삼림이 보유한 탄소보다 거의 2배를 저장하고 있다. 이탄지를 보존하고 회복하는 것은 탄소가 산화되어 대기로 방출되는 것을 차단하는 수단이다. 해초와 맹그로브 같은 대양 생육지 역시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포획한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대양의 산성화를 일으켜 수소이온 농도 불균형에 민감한 생물에 영향을 미친다. 육상과 물에서 자연 공간을 보전하고 회복하는 것은 탄소 방출을 제한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1970년 이래 야생생물 집단의 약 59%가 감소하였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소실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서로를 악화시키는 음성 되먹임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건강의 소실을 일으켜 지구의 자연적 기후 조절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있다. 삼림파괴와 기후변화는 자연 서식지의 거의 1/4을 파괴하였다. 서식지 소실은 종들의 급격한 멸종을 일으킨다. 삼림파괴와 서식지 소실은 생태계의 자연 주기에 해를 끼쳐 교미 주기의 변동에 따른 번식 방해와 이주에 이르는 동물 생활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생물종의 생존 가능성은 지리적 영역에 의해 제한된다. 기후변화는 기온 및 날씨 패턴을 변화시켜 동식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데, 생물다양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종들이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온실가스는 태양으로부터 열을 흡수하여 대기로의 확산을 차단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농도가 상승하면 기온도 상승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발표에 따르면, 2100년까지는 기온이 최대 6℃ 상승할 것이라 한다. 기온 상승은 이미 극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빙군의 감소는 북극곰, 펭귄과 다른 생물의 서식지를 감소시키고 있으며, 얼음이 녹음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여 연안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해수면의 상승은 또한 대양의 온도와 조류에도 변화를 일으켜 해양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플랑크톤 집단의 변화는 해양의 생물다양성을 교란할 수 있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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