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의 복판을 가로지르는 조작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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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의 복판을 가로지르는 조작의 흔적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5.1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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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유산으로 일본을 말한다: 일본 문화재 이면에 도사린 복제와 조작의 관행을 추적한다 | 김경임 지음 | 홍익피엔씨(P&C) | 400쪽

 

이 책은 해체 수리와 복제가 다반사인 일본문화재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으로 문화유산의 약탈과 모방으로 점철된 일본문화재의 민낯을 파헤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기준은 현저한 보편적 가치와 함께 유산의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이 핵심 요소이다. 진정성이란 유산의 원형(original)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복제된 유산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같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진정성 기준은 국보급 문화재의 해체 수리와 복제가 다반사인 일본 문화유산의 진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조잡한 자국의 문화유산을 보충하기 위해 중세 왜구에서 시작된 일본의 문화재 약탈 관행은 근대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진 제국주의 일본에서 보다 철저하고 더 큰 규모로 되살아났다. 메이지유신 이래 근대화에 성공하고 본격적인 제국주의 길로 들어선 일본은 이웃나라들에 대한 침략을 계획하며 전쟁 중 문화재 약탈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오늘날 일본에는 은폐되고 밀봉되어 접근할 수 없는 문화재가 무수히 존재한다. 이러한 일본문화재는 일본 역사뿐 아니라 한일관계사와 동아시아 역사, 나아가 세계문명사 보완을 위해 더없이 귀중한 잠재적 사료이다. 이 책은 일본문화재가 인류 역사의 복원에 이바지하고 역사의 진실에 응답하도록 문화재의 공개, 학문적 연구와 비판을 수용하는 정책을 촉구한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내 모든 작품은 일본 미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본 미술은 일본 자국에서는 퇴폐해졌어도 프랑스 인상주의 작가들 사이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있다.’ 1800년대 중후반,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일본미술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일본 풍속화 우키요에는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일본 붐, 소위 자포니즘(Japonism)은 미지의 국가 일본에 다대한 홍보 효과를 안겨 주었다.

일본의 국보 1호는 우리나라 국보 반가사유상과 놀랍도록 닮았다. 그밖에도 수많은 한반도 문화유산들이 일본의 국보로 둔갑되었다. 여기서 보듯이 오늘날 한일 갈등의 기저에 흐르는 양국 간의 고대사 분쟁에는 역사의 물증으로서의 문화재가 필히 개재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일본인들의 문화재에 대한 독특한 감정을 파악하는 일은 문화재에 얽힌 양국 간의 갈등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이제 일본인들은 문화재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문화재에 얽힌 거짓 전승과 조작된 해석을 버리고 이를 학술적으로 연구하여 그 고유한 가치를 해명해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문화재를 갈망하여 이웃나라 문화유산을 탐하지 말고 타국의 문화재를 존중하여 약탈문화재를 반환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고 밝혀 줄 일본 고유의 문화재를 일본과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보전, 계승하기 위한 일본의 참된 문화재 정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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