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공유를 통해 혁신의 길을 찾다: 대만 ‘아시아태평양 사회혁신 서밋’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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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공유를 통해 혁신의 길을 찾다: 대만 ‘아시아태평양 사회혁신 서밋’을 다녀와서
  • 임대근 한국외대·문화콘텐츠학
  • 승인 2023.05.13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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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의 참관기]

 

지난 5월 6일부터 7일까지 대만 이란현(宜蘭縣)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사회혁신 서밋’(亞太社會創新高峰會; Asia Pacific Social Innovation Summit: 이하 ‘서밋’)에 다녀왔다. 2018년 창립되어 올해 6회째를 맞은 ‘서밋’은 대만 행정원을 중심으로 국가발전위원회, 디지털발전부, 외교부, 위생복지부, 원주민족위원회, 교육부, 노동부, 문화부, 경제부 등 중앙부처가 협력하여 개최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올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14개국에서 112명에 이르는 넘는 관‧산‧학계 전문가 24개 세션, 6개 워크숍에 참여하여 열띤 발표와 토론을 펼쳤다.

“힘내라 아시아!”(興新亞洲; Cheer Up Asia!)라는 주제로 열린 서밋의 개막식에는 천젠런(陳建仁) 행정원장, 유시쿤(游錫堃) 입법원장을 비롯한 대만 정부의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 천젠런 행정원장은 개막식 축사를 통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사회혁신에 100억 대만달러(한화 약 4천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정부가 사회혁신이라는 정책 방향에 얼마나 몰두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발언이었다.

 

                               천젠런 대만 행정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임대근

사회혁신을 위한 토론 주제는 환경, 지방, 금융, 조직, 과학기술 등으로 집중됐다. 개막식에서는 수잔 바레스 럼(Suzanne Vares-Lum) 미국 동서센터 총재가 “아태 지역의 혁신 협력: 인재 양성과 지속 가능한 도시”라는 제목으로 기조 발표를 맡았다. 하와이 원주민 출신으로 미국 육군 소장을 지낸 뒤 여성 최초로 동서센터 수장에 오른 럼 총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태평양에 넓게 분포되어 있는 여러 섬나라가 인재 양성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잔 바레스 럼 미국 동서센터 총재가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임대근

ESG로 불리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은 대만에서도 뜨거웠다. 여러 세션에서 해당 이슈가 동시대 디지털 또는 인공지능 기술과 충돌하는지, 협력할 수 있는지에 관한 토론이 펼쳐졌다. 주제 발표자들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공유했다. 추상적인 이론이나 원론적인 논의보다는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새로운 구상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번 서밋은 특히 대만의 주요 도시를 벗어나 이란현이라는 지방에서 열린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서밋이 열린 곳은 국립전통예술원 이란지구였는데, 넓은 공간을 배경으로 대만 원주민과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이 마련된 일종의 테마파크와도 같은 곳이었다. 이 때문에 ‘지방’은 서밋의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서밋' 개막식 참석자들의 기념 촬영 ⓒ대만 행정원

내가 참여한 세션은 “지방 최전선: 어떻게 위기를 전기로 바꿀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이 세션에서는 모두 세 명이 발표를 맡았다. 쿡아일랜드와 뉴질랜드를 오가며 연기자와 스토리텔러로 창작을 하고 있는 스탠 월프그램(Stan Wolfgramm) 테아라박물관(TE ARA Cook Islands Museum) 설립자는 쿡아일랜드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영상콘텐츠 제작에 관한 경험을 공유했다. 타히티에서 ‘스픽타히티’(Speak Tahiti) 운동을 이끌고있는 매그놀리아 차우소이(Magnolia Chaussoy) 대표는 소멸해가는 지방 언어인 타히티어를 지속 가능한 언어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공유해 주었다.

나는 한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브랜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브랜디드콘텐츠를 활용하는 사례를 발표했다. 문체부가 제작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모은 ‘Feel the Rhythm of Korea’의 각 도시 버전과 농림축산식품부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브랜드SNS, 부산시의 브랜드웹툰을 소개하고, 브랜디드콘텐츠가 지방의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틀 동안 열린 토론을 통해 비록 다른 공간에 살고 있지만 동시대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의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은 결국 독자적인 전통과 고유한 문화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상호 교류를 통해 이를 더욱 풍부하게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되었다. 아시아 태평양의 여러 나라, 특히 섬 지역에서 저마다 삶과 문화의 터전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건강한 에너지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거듭되는 혁신을 통해 의미 있는 자원을 재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임대근 한국외대·문화콘텐츠학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회장,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조직위원장,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등 역임. 중국영화와 대중문화, 아시아에서의 한류, 21세기 문화콘텐츠, 문화정체성과 스토리텔링 등의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강의, 저술, 번역에 힘쓰고 있다. 『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 『문화콘텐츠연구』, 『한류, 다음』(공저), 『세계의 영화 영화의 세계』(공저), 『한국영화의 역사와 미래』(공저) 등의 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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