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는 반도체 ... 일등공신은 빛을 이용한 분자 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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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는 반도체 ... 일등공신은 빛을 이용한 분자 브레이크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5.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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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CH∙성균관대 공동연구팀, 고신축성∙고성능 고분자 유기반도체 기술 개발

 

(왼쪽부터) 조길원(교신저자, POSTECH 화학공학과), 김승현(공동1저자, POSTECH 화학공학과), 정세인(공동1저자, POSTECH 화학공학과), 강보석(교신저자,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학과)

얼마 전 미국의 한 초등학생이 주행 도중 의식을 잃은 통학버스 운전기사를 대신해 버스를 멈춰 많은 학생들의 목숨을 구했다. 위기를 직감한 학생이 운전석으로 달려가 침착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덕분에 차는 도로 위를 미끄러지지 않고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었다. 자동차에 제동을 걸어준 브레이크처럼 반도체 사슬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 더 획기적인 소자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분자 브레이크가 있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조길원 교수 · 박사과정 김승현 씨 · 정세인 씨,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학과 강보석 교수 공동연구팀은 신축성과 전기적 성능을 동시에 확보한 고분자 반도체 소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에서 영향력 높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지 커버 논문으로 게재됐다. 

 

구부리고 돌돌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나 피부 부착형 의료용 소자 등에 필요한 반도체는 딱딱한 금속 재질이 아니라 휘어질 수 있는 스트레처블(strechable) 소재다. 반도체를 늘리는 경우 단순히 구부렸을 때보다 열 배 이상의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반도체층이 부서지면서 전기적 성능이 저하된다. 변형된 상태에서도 반도체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유기반도체에 사용될 수 있는 분자의 양 끝에 아자이드† 반응기를 가진 유연한 사슬 형태의 광가교‡제를 개발했다. 광가교제에 자외선을 쪼이면 고분자 반도체와 그물 구조를 형성하여 자유자재로 반도체를 늘리더라도 미끄러지지 않게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기존 반도체 소재는 늘렸을 때 서로 얽혀있던 고분자 사슬들이 비가역적으로 미끄러지면서 부서져 성능이 저하되는 반면 이 ‘브레이크’ 덕분에 고분자 사슬이 미끄러지지 않고, 신축성과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 아자이드: 질소 원자 3개와 음이온을 가지는 이온으로 반응성이 매우 높아 화학 반응의 중간체로 사용된다.
‡ 광가교: 다리를 걸치듯 형성되는 결합을 ‘가교결합’이라고 하는데 빛에 의해 개시되는 분자 간 공유결합 형성 반응을 ‘광가교’라고 한다.

 

테스트 결과, 반도체를 80% 늘린 상태에서도 전기적 성능을 최대 96%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반도체보다 소재가 파괴되기까지 늘어나는 정도와 반복 인장 안정성 등 특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길원 교수는 “고분자 유기 반도체 박막에 아자이드 광가교제를 도입하여 큰 기계적 변형을 견디면서도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고분자 반도체 소재의 신축성을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패터닝 기술에 접목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대면적 신축성 유기 반도체 패턴 제작 등 높은 산업적 효용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제협력 네트워크 전략강화사업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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