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코드(Korean Studies Code) … 생명세,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말하다
상태바
한국학 코드(Korean Studies Code) … 생명세,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말하다
  • 최민자 성신여자대학교 명예교수·정치학
  • 승인 2023.05.07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나의 테제_ 『한국학 코드: 생명세,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말하다』 (최민자 지음, 모시는사람들, 928쪽, 2023.05)

 

현재 인류는 얽히고설킨 ‘세계시장’이라는 복잡계와 통제 불능의 ‘기후’라는 복잡계가 빚어내는, 문명의 대순환주기와 자연의 대순환주기가 맞물리는 시점에 와 있다. 생태학적인 재해가 경제적 및 사회적 허리케인으로 연결돼 세계적인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공중보건을 파괴하면서 격렬한 폭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가 자정 전 90초(2023.1.25. 기준)를 가리키고 세계 도처에서 ‘공습경보 사이렌’을 울리며 지구가 대규모 재앙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로 다가서고 있는 이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에 과연 새로운 계몽의 시대는 열릴 수 있는 것인가?

세계는 지금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기후 행동(Climate Action)’과 생존 모드로의 대전환이 촉구되고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기후변화 2021(Climate Change 2021)」 6차 보고서에서는 인류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04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5℃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인간’으로 지목하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탄소중립을 전제로 또 다른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을 강력하고 빠르게 지속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데드라인 1.5℃를 억제하지 못하면 대재앙이 닥칠 것이며 인간이 지구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지구 환경이 생물학적 한계점에 다가서고 지구 대격변과 대정화(great purification)의 주기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다른 한편으론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인류의 진화과정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켜 ‘포스트휴먼(posthuman)’을 만들어내려는 프로젝트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말하자면 생물적 지능과 디지털 지능의 결합을 통해 지능적·육체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인간 강화(human enhancement)’를 시도하는 것이다. 인간과 인공지능 기계의 융합으로 현 인류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포스트휴먼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의식의 접합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요구된다. 필자가 ‘생명의 공식(formula of Life)’이라 명명한 ‘일즉삼(一卽三)·삼즉일(三卽一)’[천·지·인 삼신일체]이라는 한국학 고유의 생명 코드는 만물의 상호연결성(interconnectedness)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전일적 실재관(holistic vision of reality) 또는 시스템적 세계관(systemic worldview)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함으로써 과학과 의식의 접합에 기초한 새로운 계몽의 시대를 여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2022년 11월 30일 세계 최대 AI 연구소 ‘오픈AI’는 문장 인식 및 텍스트 생성 기능을 가진 AI 챗봇(chatbot) 챗GPT(ChatGPT, GPT-3.5)를 공개한 데 이어, 2023년 3월에는 문자뿐 아니라 이미지도 인식하는 더욱 강력한 성능의 초거대 규모 AI ‘GPT-4’를 공개하고 챗GPT 유료 버전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챗GPT는 알파고처럼 단일 분야에서 특정 임무만 수행하는 제한적 인공지능(ANI)과는 달리 거의 모든 전공 분야에 적용되는 데다, 채팅을 주고받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답변이 화면에 출력되면서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게 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기사, 법안, 판결문 등 여러 공적인 텍스트가 챗GPT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챗GPT가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반(범용) 인공지능(AGI, Strong AI)의 출발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수학자 어빙 존 굿이 그의 논문에서 예단했듯이 기계가 일단 튜링 테스트(Turing test: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기계의 지능을 판별함)를 통과하면 기계가 더 똑똑한 기계를 설계하게 되고 ‘최초의 초지능 기계는 인간이 만든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지능폭발(intelligence explosion)에 대비하는 순전히 기술적인 전략이란 없다. 지구는 지금 누가 누구를 지배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공존이냐 공멸이냐’ 택일의 기로에 섰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사회적 제어력을 높이는 것도 결국 인식 코드의 전환이 있어야 가능하다. 생명 가치를 활성화하고 바람직한 생명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인류 의식의 패턴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결국 인공지능 윤리 문제는 인공지능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운영체계를 설계하는 인간의 문제다. 

인간의 마음이 밝아지지 않으면 세상이 밝아질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수천 년 동안 국가 통치 엘리트 집단의 통치 코드로 삼았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최고 지도자는 한국학 고유의 생명 코드를 체현한 존재였다. 이 생명 코드는 우주 자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본다는 점에서 복잡계 과학이나 양자역학의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우리 고유의 생명 코드는 만물이 만물일 수 있게 하는 제1원인인 ‘생명(Life)’에 대한 개념적 명료화(conceptual clarification)를 통해 종교와 과학과 인문, 즉 신과 세계와 영혼(天地人 三才)의 통합성을 자각하게 함으로써 그것이 곧 인류의 ‘보편 코드’이며 오늘날 ‘통합학문’의 시대를 여는 단초가 되는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필자의 저서 『한국학 코드: 생명세,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말하다』(서울: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2023)의 특징은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비분리성·비이원성을 본질로 하는 한국학 고유의 생명 코드(‘일즉삼(一卽三)·삼즉일(三卽一)’[천·지·인 삼신일체])를 포스트휴먼적 가치의 핵심 키워드인 ‘생명(Life)’과 연계시켜 새로운 규준(norm)의 휴머니즘에 입각한 새로운 계몽의 시대를 여는 ‘마스터 알고리즘’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한국학 코드의 특성과 현재적 의미를 만물의 제1원인인 ‘생명’에 대한 개념적 명료화, 새로운 문명을 창출해내는 추동력을 지닌 통섭적 사유체계, 그리고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포스트 물질주의 과학과의 사상적 근친성이라는 세 측면에서 통시적/공시적으로 고찰하고, 아울러 역사문화적·역사철학적·과학사상적·천문역학적·생태정치학적 접근을 통하여 그것이 수천 년 동안 국가 통치 엘리트 집단의 통치 코드였을 뿐만 아니라 생명학·통섭학의 효시(曉示)로서 오늘날 세계시민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 코드’이며 ‘통합학문’의 시대를 여는 단초가 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한국학 고유의 생명 코드(麻姑 코드, 天符 코드)의 기원과 연맥(緣脈)을 역사문화적 맥락에서 밝히고 그것의 세계 각지로의 전파와 서구적 변용을 규명하며, 현대물리학과의 상호피드백을 통해 과학과 영성[의식]의 접합을 도출해내고 사상적 근친성을 밝힘으로써 동·서융합의 통합적 비전을 제시한 점이다. 

넷째, 정보기술(IT)·문화기술(CT) 분야의 지식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컬한 특성을 갖는 한류 현상을 한국인에 잠재된 ‘거시 문화적 역량’이 디지털 현상과 연결되어 발현된 것으로 보고, 진정한 한국산(産) 정신문화의 교류로까지 심화·확장되어 동아시아 최대의 정신문화 수출국이었던 코리아의 위상을 되살리고, 경제 논리를 앞세우기보다는 호혜적이며 시스템적인 교류방안을 개발하여 세계시민사회의 수용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초국적 발전 패러다임에 기초하여 한반도 평화통일과 본격적인 아태시대, 나아가 유라시아 시대 개막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포괄적 의미의 동북아 피스이니셔티브(NEA Peace Initiative, NEAPI)를 발의하고, ‘생명’을 문화적 유전자(cultural genes)로 이어받은 한국학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계발을 통해 ‘시중(時中: 때에 맞게 행하다)’의 도(道)로써 그 소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촉구한 점이다. 

여섯째, 현재 과학계에서 경고하는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의 생명 위기 시대를 적시하는 신조어로, 본질적으로 역동적이며 ‘불가분의 전체성(undivided wholeness)’인 ‘생명’ 기반의 ‘생명세(生命世, Lifeocene)’라는 용어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명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성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핵심 주제였고, 현 인류가 ‘죽음의 소용돌이(vortex of death)’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원적인 길을 제시하는 핵심 기제이기도 하며, 21세기 생명공학(또는 생명과학) 시대를 여는 중추적인 개념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제는 생명의 네트워크적 본질을 이해하는 인류의 집단의식 수준이 점차 임계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최민자 성신여자대학교 명예교수·정치학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영국 켄트대학교(University of Kent at Canterbury) 정치학 박사, 중국 북경대학교 객원교수, 중국 연변대학교 객좌교수(客座敎授) 역임. 저서로 『동학과 현대과학의 생명사상』, 『무엇이 21세기를 지배하는가』, 『빅 히스토리: 생명의 거대사, 빅뱅에서 현재까지』, 『스피노자의 사상과 그 현대적 부활』, 『새로운 문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반도發 21세기 과학혁명과 존재혁명』 등 다수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