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은 여전히 가치 있는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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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은 여전히 가치 있는 선택인가?
  • 김태훈 경희대·경제학
  • 승인 2023.05.0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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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다_ 『학력 프리미엄』 (김태훈 지음, 해남, 134쪽, 2023.03)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남다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80%가 넘는 학생들이 4년제 대학교 혹은 전문대학에 진학하고 있고, 특히 60%가 넘는 4년제 대학교 진학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람들은 대학이 졸업 이후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믿으며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많은 교육비를 지출해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지나치게 높으며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까지 대학에 진학하여 오히려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대학교는 정말 대학 전공 공부를 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학생들만 진학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취업을 하거나 전문대학에 가서 실용적인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교 진학은 비용을 상회하는 이득을 가져다주는 합리적인 선택인가? 아니면 사회 분위기와 맹목적인 교육열에 휩쓸려서 내린 비합리적인 선택인가?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학생들에게 한해서 대학 교육을 제한적으로 제공해야 하는가? 아니면 되도록 많은 학생들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하는가? 대학 진학률의 증가로 인한 대학 졸업자의 급격한 증가는 노동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이 책은 경제학에서 발전한 인과관계 추정 기법과 최신 데이터를 이용해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학력 프리미엄이란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얼마나 높은 임금을 받는지를 의미한다. 그런데 4년제 대학교를 입학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고등학교 성적, 대입 시험에서의 성적만이 아니라 가정환경, 건강, 성격 등에서도 체계적인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더 많은 지원을 해줄 수 있고, 더 건강하고, 더 인내심이 있던 학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대학교 졸업자와 비졸업자의 임금을 그대로 비교하면 그 차이는 대학 교육으로 인한 효과와 위와 같은 여러 특성의 차이를 모두 반영하는 것이다. 

인과적인 측면에서 대학 교육이 임금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다는 것은 개인들의 특성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순수한 대학 교육의 효과를 밝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 교육과 임금의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 효과를 추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대졸자가 비대졸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대부분 대학 교육 때문이 아닌 개인들의 능력이나 특성의 차이로 인한 것이라면 대학 교육 그 자체는 사람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의 중요성은 대학 교육 그 자체의 효과를 판별해내야만 판단할 수 있다. 

인과 효과를 추정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일반적으로 무작위 통제 실험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오면 대학 교육을 받게 하고 뒷면이 나오면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한 후 대학 교육 이후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두 집단의 임금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동전 던지기의 결과라는 우연에 의해 대학 교육을 이수하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두 집단은 앞서 말한 특성들에 평균적으로 차이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두 집단에 임금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는 순수하게 대학 교육으로만 인한 차이라고 판단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인과적인 측면에서의 학력 프리미엄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실험을 수행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실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도, 정책, 역사적 사건 등이 만들어낸 실험과 유사한 상황을 이용해서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이를 자연 실험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자연 실험을 이용해서 학력 프리미엄을 인과적으로 추정한 결과를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코호트(같은 해에 출생한 사람들) 규모와 대학 입학정원에 의해서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출생아 수가 100만 명인 코호트에서 대학 입학정원이 20만 명이었다면 원칙적으로 이 코호트에서는 20%의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80만 명인 코호트에서 대학 입학정원이 40만 명이었다면 50%의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물론 재수생이 존재하여 코호트별 대학 진학률이 코호트 규모 대비 입학정원으로 정확하게 결정되지는 않지만, 핵심은 코호트 규모 대비 대학 입학정원의 비율이 높을수록 대학에 진학하기가 쉽고 더 많은 비율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데이터에서도 확인이 되는 사실이다. 인접한 코호트 간에 평균적인 능력이나 다른 특성에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은 낮고 특히 그것이 코호트 규모 대비 대학 입학정원과 체계적인으로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무작위 통제 실험에서 운 좋게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단지 운 좋게 코호트 규모 대비 대학 입학정원이 많은 코호트에 속해 있어서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코호트 규모 대비 입학정원의 비율이 높았던 코호트와 그 비율이 낮았던 코호트들의 대학 진학률과 평균 임금을 비교함으로써 인과적인 의미에서의 학력 프리미엄을 계산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서 추정한 평균적인 학력 프리미엄은 최소한 50% 이상으로, 이는 대학교 졸업자가 비졸업자보다 임금이 1.5배 이상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이 치르는 대학 교육의 비용은 대학을 다님에 따라 일을 하지 못해 벌지 못했던 근로 소득과 등록금을 들 수 있는데 약 10년을 일하면 대학 교육으로 인한 추가적인 소득의 합이 교육 비용을 합한 것과 유사해진다. 남성으로 제한할 경우 대학 졸업 후 근로기간이 일반적으로 30년 이상이기 때문에 대학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비용을 크게 초과한다고 할 수 있다. 임금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직장에서 받는 각종 사회보험 및 기타 부가적 혜택이 많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주관적으로 평가한 건강 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 즉,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대학 교육으로 인한 혜택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 교육의 인과적인 효과를 분석한 결과들을 통해 앞서 제기한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하면 대학 진학은 기대되는 이득이 비용을 크게 초과한다는 점에서 합리적 선택의 성격을 가졌고, 대학교 교육을 소수의 엘리트들에게 제한하여 제공하는 것보다 학업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여 제공하는 것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대학 교육으로 인한 이득이 비용을 크게 초과하며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전 세계 경제학계에서 오랜 기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미국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애쓴 사실이나 미셸 오바마가 뮤직비디오를 찍어서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을 권유했던 것은 이러한 사실에 기반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의지가 강한데 이제는 높은 대학 진학률을 비판하고 부정하기보다 이를 잘 활용하여 이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으로 노동시장의 학력 구성의 변화가 학력 프리미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다. 앞서 추정한 결과는 평균적인 학력 프리미엄이지만 실제로 학력 프리미엄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초반에는 대졸자의 학력 프리미엄은 100% 이상이었다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급격하게 감소해왔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는 변화의 크기가 크지 않고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현재는 학력 프리미엄이 40~50% 정도 수준으로 1980년대 초반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대졸자와 고졸자에 대한 노동수요와 노동 공급, 그리고 노동시장 제도에 의해서 학력 프리미엄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고졸자보다 대졸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학력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고졸자 대비 대졸자에 대한 상대 수요를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컴퓨터의 도입 및 확산과 같은 고학력자의 생산성을 더 크게 증가시키는 방향으로의 기술 변화를 들 수 있다. 반면에 고졸자에 비해 대졸자가 더 많이 노동시장에 공급되면 학력 프리미엄은 감소한다. 노벨 경제학자 틴베르헌은 학력 프리미엄은 교육과 기술 사이의 경쟁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교육 수준이 상승하여 고학력 근로자들의 공급이 늘어나면 학력 프리미엄은 감소하고 고학력자들을 더 생산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기술 변화가 일어나면 학력 프리미엄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학력 프리미엄의 감소는 대졸자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고졸자 대비 대졸자의 공급 증가가 수요 증가를 압도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에 1990년대 중반부터는 대졸자의 공급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과하고 학력 프리미엄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대졸자들에 대한 수요 역시 공급 증가로 인한 효과를 상쇄할 만큼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대졸자의 공급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면 해당 시기에 학력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았음을 의미한다. 고학력자일수록 소득이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학력 프리미엄의 감소는 소득 불평등의 감소에 기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대학 진학률의 증가로 인한 대졸자의 증가는 학력 프리미엄과 소득 불평등을 감소시키거나 혹은 증가를 둔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에서 대졸자의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은 대학 입학정원 정책이다. 대학 입학정원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신입생의 수를 나타내기 때문에 대학 입학정원은 고등학교 혹은 그 이전의 입시교육과 대학 교육 그 자체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최근의 첨단분야의 대학 정원 증원과 관련된 논란이나 대학 구조개혁 평가 이후 수도권·비수도권 대학의 정원 조정 문제를 둘러싼 문제들을 살펴보면 대학 정원 정책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대학 정원이 교육 그 자체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우선 대학 정원의 증가는 대학 교육을 받는 사람의 증가를 의미한다. 대학 교육이 사람들의 삶에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대학 정원의 증가는 그 증가로 인해 대학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을 것이다. 또한 대학 정원의 증가는 노동시장에 있는 근로자들의 학력 수준의 신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노동시장의 임금 구조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대학 정원정책의 역사를 검토하면서 대학 정원정책의 통제적인 성향과 경직적인 측면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대학 정원의 조정은 탄력적이 아닌 경직적으로 이루어져 온 경향이 있었고 대학 입학정원과 대학 지원자의 차이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져 정원 조정의 압력이 커졌을 때 큰 폭의 정원 조정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정부에서는 집권 이후 대학 정원을 강하게 통제했는데 이는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의 높은 학력 프리미엄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대학 교육에 대한 수요를 폭증시킨 원인이 되었다. 이 때문에 1979년과 1981년에 급격한 대학 정원의 증가가 있었다. 특정 시기의 급격한 대학 정원의 증가는 여러 부작용을 낳게 되었고 그로 인해 대폭적인 정원 증원 이후에는 정원이 다시 경직적으로 유지되어온 경향이 있었다. 1981년 졸업정원제 이후 10여 년간 대학 정원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이는 1990년대 초반 이후 대학 정원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원인이 되었다. 

지나고 나서 깨닫는 어리석음이지만 과거의 정책들을 검토해보면 조금 더 유연하고 탄력적이며 개방적·허용적이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반영한 대학 정책이 시행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정원정책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대학 정책은 여전히 경직적이고 규제 일변도이며 현상유지적인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점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대학 교육과 대학 정원정책이 사람들의 삶 및 우리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 넓은 시야에서 고등교육의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저자의 입장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김태훈 경희대·경제학

• (현)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학사·석사
•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경제학 박사
• 노동경제학, 응용계량경제학 강의

〈주요 논문〉
• “Estimating Pecuniary and Non-pecuniary Returns to College Education for Academically Marginal Students”
• “The Effects of Changes in Kindergarten Entry Age Policies on Educational Achievement”
• “Age Culture, School-entry Cutoff, and the Choices of Birth Month and School-entry Timing in South Korea”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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