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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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의 현주소
  • 김찬우 숭실대·정책학
  • 승인 2019.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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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

2018년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여성 73.8%, 남성 65.9%로 평균 70%에 달한다. 플라톤이 말했던 ‘철인’을 길러내는 곳이 대학이라고 한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철인이 넘쳐나는 ‘이상 국가’여야 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학입시에서 수시와 정시 비율을 정하기 위해 교육부 장관도 모자라 대통령까지 나서지만, 여전히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높은 교육열과 대학진학률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이상한 국가’에 가깝다. 세계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건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수월성’과 ‘형평성’의 이념대립에 매몰되어 표류하고 있다.

수월성과 형평성은 결국 자유와 평등의 문제이다. 이 둘은 어느 한쪽이 더 낫고 못한 가치라기보다는 사회 구성원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구성원이 공론의 장에서 생산적인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모두에게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 대학은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고, 대학교육이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야 하는 이유이다. 

대학의 현장은 과연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기에 적합한가? 혹자는 우리 대학교육 현실을 빗대어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수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라고 한다. 글로벌 창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목표와는 달리 학생들은 학점관리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교수의 농담까지 받아 적으며 투혼을 불사르지만 정작 ‘문제가 무엇인지?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문제해결 지향적이며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겠다던 대학의 목표와 실제는 너무나 유리되어 있다. 복잡하게 얽혀서 풀기 힘든 문제를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라 한다. 사악한 문제를 풀어야 할 대학교육이 오히려 사악한 문제가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필자는 대학 강의실의 물리적 구조 개선과 수업의 방향 전환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21세기에 가장 적합한 교육은 토론식 양방향 수업이고, 창의적인 인재는 ‘주입’이 아닌 ‘깨침’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유교문화권에서 일제와 권위주의 군사정부를 거치면서 토론을 진행할 문화적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교수의 의지만으로 토론식 양방향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우선 강의실의 구조를 세미나실이나 회의실 형태로 바꿈으로써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영국 킹스 칼리지의 경우 학생들이 책을 읽어오면 교수는 학생들이 토론하는 걸 지켜보면서 점수를 매길 뿐 거의 수업에 개입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의실의 리모델링을 통해 토론을 할 수 있는 물리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수업의 방향 전환이다. 한국의 부모와 유태인 부모가 다른 점은 한국의 부모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늘 너 뭐 배웠니?”라고 묻지만 유태인 부모는 “오늘 너 뭐 질문했니?”라고 묻는다. 공부의 관점이 다른 것이다. 창조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라면 수동적으로 무엇을 배울 때보다는 능동적으로 무엇을 질문할 때 더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엉뚱한 생각일지라도 존중하며 질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며, 질문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반문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수업의 방향 전환이 절실한 것이다. 여러 가지 교육 현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마지막 보루이자 희망이기에 또다시 대학의 변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김찬우 숭실대·정책학

숭실대학교 행정학부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학 박사로 서울대학교 창의인재양성사업단 박사 후 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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