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국제교류처장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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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국제교류처장을 하며
  •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 승인 2020.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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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사색]

지난 1월 둘째 주에 후베이성 우한공항을 거쳐서 중국을 방문했다. 우한에서 멀지않은 인구 6백만의 지우장에 사는 중국 제자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서였다. 조문은 가도 축하연은 피한지 오래건만, 지도교수는 부모와 같으니 필히 참석해야한다는 제자의 간청을 하물며 제자 소속대학의 자매대학 국제교류처장으로서 물리치지 못했다.

우한에서 엄청난 한국인 방문자 수에 놀랐다. 그랬기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우려가 깊었다. 귀국 후에 단순 코감기에 걸렸는데, 관련정보가 부족했던 때라 일주일간 자율격리도 했다. 이후 중국정부가 후베이성을 봉쇄한 후에야 뒤늦게 우리 정부가 그 성이 발행한 여권소지자에 한해 입국을 제한하고, 공적기록이 없는 그 지역의 내외국인 거주자와 방문자들 모두 아무런 제재나 검역 없이 입국 가능케 하기에 우려가 더 깊어졌다. 이후 매주 2, 3번씩 중국 곳곳의 제자들, 대학관계자들과 연락하며 경제적 희생을 무릅쓰고 사회주의 사회에서나 가능한 철두철미한 봉쇄와 통제로 바이러스와 싸우는 소식을 접하며 안쓰러움에 눈물도 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사스, 신종플루, 홍콩독감, 메르스를 막론하고 평생에 겪은 가장 전파력이 빠른 무서운 전염병이라고.     

이제 그 안쓰러움의 대상은 우리 자신이 되었다. 전세계 1일 생활권 시대에 일부 국가에 대한 입국제한은 실효성이 적음을 안다. 하지만 의학적 판단과 과학적 결정보다는 정치적 판단과 경제적 결정을 우선시하며 여러 번 골든타임을 놓치더니 어느새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120개국 이상의 입국제한, 40개국 이상의 전면제한 대상이 되는 한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초기의 정치적·경제적 계산보다 훨씬 큰 정치적·경제적 손실의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게다가 무고한 희생자들은 줄을 잇는데, 우리정부의 방역은 ‘전세계의 모범’이라는 자평타평이 난무한다.

물론 지금은 비판의 때가 아니라, 합심과 위기극복의 때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시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적·정치적 득실 계산과 뼈아픈 현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의학적 검진능력, 사명감 넘치는 의료진과 약사, 마스크 구입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시간·에너지·재정적 손해를 감수하고 위문품을 보내는 착한 국민은 ‘전세계의 모범’이다. 코로나19 검진과 자가격리를 모두 마친 중국 학생들임에도 이들의 대학로 활보에 대한 항의전화가 대학 사무실에 빗발치더니, 이제는 원룸과 상가 주인들도 대학 측의 철저한 유학생 관리와 방역이 고마워서 성금을 내겠다고 한다. 대학 퇴직직원들은 봉사단을 조직해서 자율격리하는 중국학생들 삼시세끼 도시락 배달과 쓰레기 수거를 자청한다. 아직도 일부 지자체 의원은 중국학생 입국을 문제삼아 정치적 입지구축에 급급하지만, 인구 30만 도시에서 구성원 2만의 대학 존립은 곧 도시의 생존과 직결됨을 대다수가 아니 다행이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 유치를 위해 대학들을 독려해왔다. 2020년 올해 중국의 유학생 유치목표가 50만, 일본이 30만 명이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이 7만에 이른 배경에는 대학과 국가의 국제화, 친한 인물 양성, 글로벌 입지확보 외에도,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압박을 받아온 사립대학, 특히 지역 사립대들의 숨통이 된데 있다. 장기간 교육이념보다 경제논리를 앞세운 정부 평가제도에 내몰린 대학에게 유학생 유치는 필수적 생존요소가 된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대학은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에게 적어도 훗날 모교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준의 양질의 교육과 안전을 제공해야 마땅하다. 지금도 교육부의 원격수업 권고에도, 곧 3월 말로 비자만료 되는 많은 유학생은 학점취득을 위한 비자연장을 위해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입국 중이다. 해외체류 학생들은 한시적 비자 자동연장이 불가하다는 정부입장에 따른 것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한낱 미미한 나같은 사람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정권에서 세월호 때 그릇된 섣부른 판단은 많은 억울하고 무고한 희생자와 정권이양을 초래했다. 이 점에서 코로나19가 현 정부의 세월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미국 델라웨어대학(Universityof Delaware)에서 미술사석사와 철학박사 취득, 국립 스미소니언박물관 Fellow와 국제학술자문위원, 미국 국립인문진흥재단(NEH) Fellow, 중국 연변대학 객좌교수, 일본 동지사대학 국제대학원 객원강의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대미술사학회 회장과 미술사학연구회 부회장을 지냈다. 현재 원광대 조형예술디자인대학 미술과 교수로 원광대 국제교류처장과 한국문화교육센터장, 전라북도 문화예술진흥위원,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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