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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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연에게
  • 안미영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현대문학
  • 승인 2023.04.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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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정경

벚꽃도 지고 라일락의 계절이 돌아왔구나
중간고사 시험 보느라 힘 들었지

늘 읽고 쓰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효연이에게 오늘은 내가 질문을 던질게
‘책을 읽을 때 전신(全身) 중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 읽는 자신의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보렴 
감정이 먼저 반응하지. 

문학작품과 관련된 얘기가 아니냐고. 전공서적도 마찬가지란다.
지식과 정보가 수용될 때도 어려움의 정도에 따라 힘겨워하기도 하잖아
느끼는 것에서부터 이해가 시작된단다.

오에 겐자부로(1935~2023)는 『읽는 인간』에서 ‘읽는 것’을 ‘전신운동’에 비유한단다. 
책에서 자극을 받고 힘을 얻는 것은 발견이라는 감각에서 시작된다고 본거지.
시선은 책을 향하지만 감정, 정서, 이성이 함께 작용하잖아

               프리다 칼로 ‘헨리포드 병원’ 1932.

오에 겐자부로는 프리다 칼로(Frida Kahlo de Rivera,1907~1954)의 그림(<헨리포드 병원>1932)에서 신체 기관과 몸이 혈관으로 연결된 것처럼, 책으로 읽은 것이 자신과 혈관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봐.

전신운동에서 ‘전신’이라는 표현에 주목해 볼까.
전신운동이 온 몸을 다 사용하고 이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야 하는 것처럼, 
책에 집중한 몸이 시간을 견딘 만큼, 의식은 깊고 넓게 확장해 가면서 정신의 ‘근육’을 이룬단다.

이쯤 되면 이건, 자기 언어와 가치관이라 볼 수 있지.
말로 드러나기도 하고, 글로 표현되기도 하고, 행동으로도 드러날 테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이 추가되기도 하고, 기존의 것이 변형되기도 하겠지.
때로는 내가 받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도 할 거야

전신운동에서 ‘운동’이라는 표현도 주목해 볼까
운동은 하루아침에, 한 번으로 이루는 일이 아니잖아
한 번 읽는 것도 좋지만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 좋고, 한 저자의 책을 여러 권 읽는 것도 좋단다. 

나의 일부를 만들어 나가는 일인데, 내 것이 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

읽는 것을 ‘이해’라기보다 ‘이해의 과정’으로, ‘수용’보다 ‘수용의 과정’으로 생각해 보자.
선명하게 이해되는 책도 좋지만, 어렴풋하게 이해되면서 천천히 음미하는 책도 좋단다. 어슴푸레 들어오는 감각과 지각은 느리지만 오래 가거든.
   
우리의 기관과 근육이 갖추어지면 가까운 곳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단다.
자기 자신이 눈에 들어오고, 자신을 둘러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단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 내 주변에는 무엇이 있으며, 
내가 선 자리에서 그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이쯤 되면, ‘전신운동’을 꼭 책으로 해야 하는지, 
미디어 시대에 활자 외에도 보고 느끼고 공부할 수단이 많지 않냐고 되묻고 싶지.
그 역시 ‘전신’ ‘운동’을 하는 것처럼 하면 되겠지. 온 몸과 온 마음을 다해서 말이야 

우리 때로는 혼자서 읽고, 또 때로는 강의실에서 같이 읽자

다음 주 강의시간에 만나자
  

안미영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현대문학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에서 글쓰기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구문학수용사』(역락, 2021), 『문화콘텐츠비평』(역락, 2022), 『밀레니얼시대 청춘시학』(소명, 2022)을 출간했습니다. 지금은 『소설로 읽는 한국근현대문화사』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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