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기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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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째 기침 중
  • 김영명 한림대학교 명예교수·정치학
  • 승인 2023.04.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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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 김영명 교수의 〈생활에세이〉

 

기침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 이러다 말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벌써 열흘이 지나가고 있다. 별 차도도 없이 기침이 심하게 난다. 약국 약도 사먹고 병원 처방 약도 먹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약사 친구에게 물어보니 원래 기침약은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아 견디기가 좀 나은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침이 때로는 발작적으로 심하게 나니 열나는 것 이상으로 고통이다. 그래도 그냥 기침과 함께 살면서 일상생활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문제는 그것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는 점이다. 어젯밤에는 계속 못 자다가 새벽 5시쯤에 잠들어 겨우 두어 시간 잤다. 그전까진 기침이 나더라도 잠은 그럭저럭 잤는데 어제 일이 계속될까 걱정이다.

감기에는 원래 치료약이 없다고 알고 있다. 감기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약을 못 만드는 것이다. 문외한인 나는 왠지 모른다. 아마 바이러스가 워낙 다양하고 많아서? 그렇다면 그 많은 바이러스를 일거에 박멸하는 약은 만들 수 없을까? 없으니까 못 만드는 거겠지. 

약을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으니 이제 안 먹기로 했다. 시간이 문제니 다 지나가는 것이니까. 인터넷과 유튜버에 기침을 검색하니 모두 같은 기초 내용들이다. 무생강즙을 먹어라 도라지를 먹어라 등등. 그런데 이런 거 먹는다고 언제 얼마나 좋아질까? 약도 소용없는데. 물론 그런 거 마시면 일시적으로 기분은 좋아지겠지.

독감을 독한 감기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질병이라고 모두들 강조하는데, 내가 보기엔 독한 감기 맞다. 독감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고 감기는 여타 다른 다양한 바이러스가 일으키며 합병증도 다르다는 이유로 완전히 다른 병이라는데, 하지만 증상은 역시 독한 감기가 아닌가? 인플루엔자에는 치료약도 있고 예방 주사도 있는데, 감기에는 그것이 없다. 동생이 형보다 다루기가 더 까다롭다.

기침은 앉았을 때보다 누웠을 때 더 심하게 난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소파에 기대어 불쌍한 자세로 깜빡 졸곤 하였다. 그러면 어깨가 아프다. 10여 년 전에도 심한 기침 감기가 걸렸었는데, 그때 꼬박 3주를 앓았다. 3주까지가 급성 기침이라니 날수를 꼬박 채운 셈이다. 그때는 열이 나서 고생했지만 잠을 못 잔 기억은 없다. 지금과 비교해 어느 것이 더 고생인지 모르겠다. 이번 기침도 3주를 각오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또 열흘?

오늘 밤엔 그래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내는 지금 딸, 손자와 제주도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감기나 가져오지 않길 바란다.  


김영명 한림대학교 명예교수·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명예교수로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글문화연대 대표 등을 지냈으며, 한국정치학회 학술상, 외솔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 『담론에서 실천으로: 한국적 정치학의 모색』, 『단일 사회 한국: 그 빛과 그림자』, 『이게 도무지 뭣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 한국 불교, 이것이 문제다』, 『대한민국 정치사』, 『한국 정치의 성격』, 『정치란 무엇인가: 김영명 교수가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수필집 『봄날은 간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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