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장기 미집행에 따른 시효 문제 해결 위해 형법 개정 필요하다
상태바
사형 장기 미집행에 따른 시효 문제 해결 위해 형법 개정 필요하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4.23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회입법조사처 ‘사형의 장기 미집행에 따른 입법적 쟁점과 과제’ 보고서 발간

 

우리나라 「형법」 제77조는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된다는 ‘형의 시효의 효과’를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8조는 ‘형의 시효의 기간’을 규정하면서 사형에 대한 시효의 기간을 3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465조는 사형집행의 명령을 판결확정일로부터 6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장기적인 사형 미집행으로 인하여 30년의 시효기간이 도래하는 경우 형법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사형의 장기 미집행에 따른 입법적 쟁점과 과제’를 다룬 <이슈와 논점> 보고서(저자: 조규범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장)를 4월 11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사형의 시효가 지나면 사형수를 구금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는 주장과 이미 구금된 사형수의 경우에는 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형법」 제80조가 사형의 경우 수형자를 체포함으로써 시효가 중단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형확정자가 신체구금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형 확정시에도 구금을 유지한 상태라면 시효중단 규정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형사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형은 6개월 이내에 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의 사형 집행 이후 26년을 넘긴 현재까지 사형을 미집행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사법부가 선고한 사형을 행정부가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제기될 수 있는 위법성 문제에 대하여 사형의 존폐 논의를 통한 입법적 해결이 요구된다. 또한 사형 미집행은 이러한 문제 외에도 형의 시효 완성으로 인한 사법적 혼란도 야기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오래된 사형수의 복역기간이 약 29년 4개월로 30년이라는 사형시효가 임박하여 그 해석 및 적용 문제로 형사사법체계에 혼란이 예상된다. 사형제도의 존폐에 관한 국제사회의 추세 분석과 끊임없는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입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이에 대한 결론에 이르기 이전이라도 사형의 장기 미집행에 따르는 형의 시효 문제를 명료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입법례에서와 같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형의 시효로 집행이 면제되는 범죄에서 사형을 제외하고 있다. 그 밖의 국가에서는 사형제가 없지만 무기자유형의 집행시효를 명문으로 규정하거나 일정한 중범죄에 대한 형의 시효를 배제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형법상 사형수에 대한 형의 시효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사형의 장기 미집행에 따른 법적 문제

▶ 사형의 확정과 집행 현황

우리나라는 1997년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 않다. 1998년부터 2023년 3월 27일 현재까지 사형이 확정된 인원은 48명으로 2023년 3월 27일 현재 사형이 확정되었으나 집행되지 않은 채 생존해 있는 사형수는 총 55명이다.

▶ 사형의 합헌성과 실질적 사형폐지국의 지위

사형존폐론과 관련하여 수많은 논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를 합헌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1997년 이래로 26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2007년부터 ‘국제엠네스티’가 ‘실질적 사형폐지국’(Abolitionist in Practice)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란 살인과 같은 일반범죄에 대한 사형을 유지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정책이나 확립된 관행이 있다고 보아 실제로 사형폐지국으로 간주할 수 있는 국가로 전세계에서 28개국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형존폐에 관한 문제는 아직도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러한 논쟁의 결과로 사형을 폐지한 국가가 상당한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사형집행에 대한 국제적 부담은 간과하기 어려운 현실이라 할 것이다.

▶ 사형의 장기 미집행과 형의 시효 진행 문제 

「형사소송법」이 사형집행의 명령을 판결확정일로부터 6월 이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선고한 사형에 대하여 행정부가 집행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위법성 여부가 문제된다. 사형의 장기 미집행으로 인하여 사형이 확정된 자를 징역형으로만 집행하는 경우 사법부의 선고에 대한 행정부의 집행 위반을 정당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형의 존폐에 대한 입법적 결단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요청한 바와 같이 사형존폐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도 문제이지만, 「형법」 제78조의 사형의 시효 30년이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것에 대한 법적 논란 역시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 형의 시효 제도의 의미와 효과

▶ 형의 시효와 공소시효의 의미

형사법에서의 시효는 「형법」이 규정하는 ‘형의 시효’와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공소시효’가 있다. 형의 시효 제도는 형을 선고한 이후에 일정한 사유로 인하여 그 시효기간이 지나면 형벌의 집행을 면제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를 인정하는 이유는 시간의 경과로 형의 선고와 집행에 대한 사회 의식이 감소되고, 일정한 기간 계속된 평온한 상태를 유지·존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소시효 제도는 범행 이후에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국가가 형사소추할 수 있는 권한이 소멸되는 제도이다. 공소시효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사실관계를 존중해서 사회와 개인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형벌부과의 적정을 기하기 위하여 인정된다.

형벌권의 행사기간에 있어 유죄판결 전까지는 공소시효로 규율하고, 유죄판결 후에는 형의 시효로 규율하여 시간의 경과에 따르는 국가형벌권의 제한을 규율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 시효의 기간 규정의 개념과 용어의 문제점 

「형법」 제78조의 시효의 기간 규정은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음이 없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문구의 해석에 대하여는 이론이 나뉜다. 적극설은  “그 집행을 받음이 없이”라는 규정을 “형의 집행을 받음이 없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사형의 집행을 받음이 없이 30년이 경과하면 국가의 사형집행권이 박탈되는 것으로 본다. 소극설의 경우 시효의 기간 규정은 형이 확정된 자의 도주 또는 탈출의 경우를 가정한 규정으로, 교도소에서 사형의 집행을 위해 대기한 기간은 “집행을 받음이 없이”의 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같이 상반된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우리 형법의 ‘형의 시효’라는 명칭의 포괄성 때문이다. 형의 시효를 ‘형과 관련된 시효’로 이해하는 경우 “형벌에는 시효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형사법에서는 ‘공소시효’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형의 시효’라는 용어보다는 공소시효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집행시효’라는 용어가 보다 논리적이고 명확한 표현이다.

▶ 형의 시효의 효과

형을 선고받은 자가 시효가 완성되어 그 집행이 면제된다고 해도 형의 선고 자체가 실효되는 것은 아니고 그 집행만 면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과는 그대로 남게 되지만 형 집행 면제 효과는 별도의 재판을 거치지 않고 당연히 발생한다. 그렇다면 사형이 확정된 자가 30년 동안 사형의 집행을 받지 않고 시효가 완성되면 별도의 재판 없이 형을 면제하여 석방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 외국의 입법례

(1) 독일

독일은 사형폐지국으로 독일 형법은 무기자유형의 집행에 형의 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2)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도 사형폐지국으로 형법에서 무기자유형의 집행에 형의 시효를 배제하고 있다.

(3) 프랑스

프랑스는 사형폐지국으로 일정한 중죄에 대하여 공소시효 및 형의 시효에 관한 규정을 배제한다.

(4) 스위스

스위스 역시 사형제도가 없으며 스위스 형법에서 무기징역의 집행시효를 30년으로 정하고 있다.

(5) 일본

일본은 사형제도가 있으나 형법에서 시효로 그 집행이 면제되는 범죄에서 사형을 제외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