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연구자 3천여명, 尹 고등교육 정책에 '반대' 서명…1차 전국 교수·연구자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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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연구자 3천여명, 尹 고등교육 정책에 '반대' 서명…1차 전국 교수·연구자 선언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4.2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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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대학 폭력적 구조조정” 규탄 시국선언
- 전국교수연대회의, 연일 ‘글로컬大’ 비판 “졸속추진…공공성 파괴”
- 2차 서명 돌입, 대대적인 반대 움직임 예고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가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을 촉구하는 1차 전국 교수·연구자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전국교수노동조합

정부가 대학 혁신으로 내세운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와 글로컬대학 사업 등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학계의 반대가 거세다.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전국교수연대회의) 전날(18일)에 이어 19일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이 고등교육 전반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학문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대대적인 반대 움직임을 예고했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을 촉구하는 1차 전국 교수·연구자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적 지방대학 구조조정이 폭력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이날까지 "전국 339개의 국공립대학 및 사립대학, 31개 연구소에 소속된 3,298명의 교수 및 연구자들의 서명을 1차적으로 받은 상태"라며 "오는 5월 20일까지 제2차 서명자를 취합해 그날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을 촉구하는 전국교수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현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의 문제점은 고등교육 이해당사자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며 "정부는 어떠한 해결책이나 보완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을 강행하겠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에 대해 "대학의 주체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결정된 것으로 초래될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교수연대회의는 장관 면담,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통해 수없이 정부와 교육부에 깊은 우려를 표명해 왔다"며 "글로컬대학 사업을 포함하여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시장만능주의 고등교육정책은 필연적으로 대학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고등교육 전반의 공공성을 파괴할 것이며, 학문 생태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대회의는 "국·공립대의 통·폐합과 시·도립화를 유도하는 글로컬대학 사업과 국·공립대학의 통·폐합을 교육부장관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학교 설치령 제24조 신설은 상대적으로 신분이 안정적인 국·공립대 교수들조차 적극적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우리 교수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교수, 학생 등 대학의 이해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협의해 대학 발전의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자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라이즈 사업·글로컬 대학 추진계획 즉각 철회 △대통령 직속의 범부처적 고등교육정책 총괄기구 설치 △고등교육 재정의 OECD 평균 이상 확보 △대학의 질서 및 교육의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한편 글로컬대학 추진사업이 폭력적인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대학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열린 대전·세종·충남지역 대학총장협의회에서 "윤석열 정부 동안 30개 내외의 글로컬대학을 지정하겠지만 결코 30개만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며 "글로컬대학으로 시작된 혁신과 변화를 통해 모든 대학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가 19일 오전 11시20분께 국회 정론관에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을 촉구하는 1차 전국 교수·연구자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전국교수노동조합<br>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가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을 촉구하는 1차 전국 교수·연구자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전국교수노동조합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을 촉구하는 
1차 전국 교수·연구자 선언

학문균형발전, 대학균형발전, 지역균형발전을 가져다 줄  
공공적인 고등교육정책을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오늘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현 정부의 졸속한 고등교육정책을 비판하고,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의 수립 및 대학균형발전,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할 올바른 정책대안을 촉구하기 위해 나섰다. 

현재 학문 선진국들은 '디지털 전환'과 '생태적 전환'이라는 엄청난 변화 앞에서 실로 문명대전환에 부응할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최근 10년 이상 고등교육 투자를 크게 늘려왔다. 그러나 우리의 역대 정부는 대학 등록금은 14년째 사실상 강제 동결하면서도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독립적 고등교육예산 지원을 외면함으로써 우리와 여타 선진국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고 훌륭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느냐가 바야흐로 우리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밝은 미래를 건설하는데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이런 국가적 과제 수행의 1차적 책임은 현장에서 연구하고 교육하는 우리에게 있다. 여기에서 우리 대학교수들은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비판과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대학 사회 일각에서 발생해온 연구 부정, 학생 인권침해와 갑질, 시대에 뒤처진 낡은 교육, 사학비리의 방조 등에 적지 않은 교수들이 연루되고 스스로의 권위와 자존을 짓밟아온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그리고 교수사회의 안일함으로 대학의 진취적 혁신을 위한 노력 또한 적극적으로 해오지 못하였다.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이러한 지금까지의 오류와 부족함을 겸허히 성찰하며, 스스로 자정 능력을 발휘하고 대학의 공공적 자기혁신을 위해 나서고자 한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윤석열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일련의 고등교육정책은 기존의 정책들이 지닌 약점과 함정을 되풀이하고 있을뿐더러 일방적인 발표와 추진을 통해 교수를 비롯한 대학 주체들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역량 발휘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 

지난 12월 30일 교육부가 자율과 혁신,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입법예고한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이하 '개정안')은 고등교육의 이해당사자들과 전혀 소통과 논의 없이 처리되었으며, 세부 개정 사항들은 학문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지역대학과 지역경제의 쇠락을 재촉하여 결국 체계적인 인재 양성을 가로막을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의 요지는 대학의 4대 기본 요건(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의 기준을 대폭 낮추거나 철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학들이 개정된 기준을 충족하고 남는 토지와 건물을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함으로써 대학을 무원칙하게 운영하도록 허용하는 무책임한 짓이다. 교원 확보 기준의 완화는 더욱 심각하다. 개정안은 겸임·초빙 교원 비율을 현행 1/5에서 1/3로 완화하고, 학과 간 정원 조정 시 교원확보율 요건을 폐지한다. 지금도 많은 대학이 현행 규정을 악용하여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교수를 양산하는 현실에서 이를 더 폭넓게 허용하면 대학의 연구와 교육은 무너진다. 더불어 개정안은 지역대학의 몰락과 지역 소멸을 가속화한다. 서울과 수도권 대학은 기준 완화로 학과 신설과 통·폐합, 학과 간 정원 조정이 한층 자유로워져 인기학과 위주로 대학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다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심화한다. 지역대학의 몰락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져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동시에 기초학문의 저변을 파괴함으로써 결국 응용학문이나 첨단전공, 첨단산업마저 모래성처럼 부실하게 할 것이다. 

지난 2월 1일 교육부는 소위 '라이즈(RISE) 사업'(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을 발표하고 불과 한 달여만인 지난 3월 8일 비수도권 7개 시도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지역발전과 대학혁신을 결합해 균형발전을 담보하려면 그것을 감당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라이즈 사업은 독자적 예산확보는 없고 종래 여러 형태로 운영되어 오던 대학 재정지원사업들을 통합해 간판만 바꾸어 단 것이다. 정책을 발표한지 겨우 1개월 만에 시범지역을 서둘러 선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업의 졸속함과 기만성을 잘 보여준다. 나아가 교육부는 이 정책의 핵심으로 '글로컬 대학' 30곳을 2027년까지 지정하겠다고 한다. 각 광역 시도별로 거점 국립대학과 함께 고작 2~3개의 대학을 엄격한 경쟁을 통해서 정책적으로 선별 지원하되, 나머지 대학들은 무차별적인 구조조정과 정리의 길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컬 대학' 정책은 거점국립대학을 광역 시도립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강력하게 권장하고,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전제로 엄격한 구조조정을 강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함으로써 국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모든 지역대학을 무차별적인 초경쟁으로 몰고 가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더구나 중앙부처가 더 이상 대학을 관리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겠다는 '라이즈 사업'의 기조는 치명적 위험을 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을 관리하는 능력과 경험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을 지원할 예산 확보도 충분하지 못한 터에 이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면 결국 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힘들고 궂은일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교육부는 슬쩍 빠져나가는 꼴이다. 이대로 간다면 '라이즈 사업'은 지역대학을 육성하기는커녕 정반대로 지방대학들을 무차별적인 파괴의 늪으로 몰아가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고등교육체제 전반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 교수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려고 이러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정부가 교수, 학생 등 대학의 이해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협의하여 대학 발전의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자고 호소하는 것이다. 우선 선정 절차를 앞둔 '글로컬 대학' 선정 사업부터 일방적 추진을 중단하고 우리와 함께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건설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안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하에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이하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지난 3월 22일 세종시에서 이주호 교육부장관을 만나 우리의 요구를 분명히 하고 답변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면담에서 이주호 장관은 우리가 제시한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 철회 및 '라이즈 사업', '글로컬 대학 사업'의 중단, 그리고 고등교육정책 현안에 대한 민주적 공론형성과 원점에서의 재논의를 거부했다. 

우리는 교육부의 무분별하며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하며,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교수·연구자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를 분명하게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과 소위 '라이즈 사업'(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과 '글로컬 대학' 추진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떠받칠 실질적인 대학균형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과 대학균형발전, 그리고 대전환적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진취적이고 공공적인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범부처적 고등교육정책 총괄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나, 정부와 국회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여 독립적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나, 대학의 기본 질서를 정하고 교육과 연구의 수준을 확보하는 기본적인 법률, 즉 「대학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고등교육을 다루는 법률 체계가 어지럽고 허술한 현실에서 정권과 장관에 따라 쉽게 바뀌는 즉흥적인 대학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학문정책과 인재양성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국회에 상정된 「국립대학법」을 깊이있는 논의를 거쳐 우선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하나, 정부와 국회는 학계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면서 대학과 고등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규제 완화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대학 간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을 초래할 시장주의 일변도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는 이 교수선언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부당한 신자유주의 대학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정책을 분명히 받아들이도록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현대사의 전환점을 만든 4·19혁명의 날에 이 교수선언을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반드시 실현해내서, 대학균형발전, 학문균형발전, 지역균형발전의 진취적 길을 마련해 대학이 우리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뒷받침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3년 4월 19일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일동 

주관단위: 공공적 고등교육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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