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도의 세 가지 핵심 요소…다신론, 자연과의 관계, 마법과 점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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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도의 세 가지 핵심 요소…다신론, 자연과의 관계, 마법과 점괘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4.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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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교도 미술: 신과 여신, 자연을 숭배하는 자들을 위한 시각 자료집 | 이선 도일 화이트 지음 |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56쪽

 

부정적 함의를 가진 용어에서 정체성을 규정하는 용어로 사용되기까지 이교 개념의 다양한 변천사를 톺아보는 책이다. 고대 올림포스의 신과 여신들을 숭배하는 헬레네 신자, 스스로를 마법사로 칭하며 의식을 치를 때 마법을 거는 위칸, 철기시대 종교 의식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띠는 드루이드교도, 토르의 망치 모양 펜던트를 걸고 다니는 게르만 신들의 숭배자 히든 … 세계 각지의 이교도들의 철학과 신념을 살펴보며 ‘이교’라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초기 기독교도들은 자신들의 신을 제외한 모든 신들을 가짜 신, 즉 신을 가장한 악마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기독교와 유대교를 제외한 다른 모든 종교를 믿는 자들을 개종해야 하는 존재로 보았고, 이들을 통틀어 ‘이교도’라고 불렀다. 이처럼 우상 숭배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던 ‘이교’는 인류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기독교적 언어 체계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며 부정적 함의를 가진 용어로 자리 잡게 된다.

오랜 기간 박해되고 무시되던 기독교 이전의 종교들은 점차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고, 몇몇 북유럽 공동체들만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던 와중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이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새로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고대 세계에 대해 점증하는 예술적 관심은 과거의 태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 특히 17, 18세기에 사회적 엘리트들이 그들의 교양과 취향을 과시하는 도구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이용하면서 기독교 이전의 다른 종교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교’로 분류되어 자연 소멸되거나 음지에서 활동해야 했던 여러 종교들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자각은 20세기 현대적 이교도 신앙이 등장하는 촉진제가 된다.

물론 오늘날에는 이교의 부정적 함의가 많이 사라졌지만, 힌두교나 신도, 부두교와 같은 종교들을 이교로 통칭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교라는 용어가 부정적이고 유럽 중심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으며 탈식민 국가들 그리고 종교 간의 대화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교를 믿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교도’라는 용어로 표현하고자 한다. 부정적 함의를 가진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반항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한 것이리라.

“그리스·로마 신화, 토르의 망치, 일본의 신사, 마녀, 타로 카드, 부적…”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단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용어가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이교도’다. 그리고 이교도를 관통하는 세 가지 요소로는 다신론, 자연과의 관계, 마법과 점괘가 있다.

유일신교인 기독교와는 대조적으로 다신교들은 우주가 신적 존재들로 가득하다고 믿는다. 이때 신들의 세계는 자연계와 인간 사회의 복잡성을 반영하며, 신들은 제각각 특정한 자연력이나 직업, 인생의 국면과 연관되어 있다. 숭배자들은 이러한 권능 있는 존재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다양한 예술 양식과 매체를 통해 신들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일을 거듭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 12신이나 천여 명이 넘는 고대 이집트 신, 인도의 지배적 종교 힌두교의 신이나 노르드 신화 속 아사 신족과 반 신족 등이 있다.

강, 호수, 샘, 나무, 바위, 산 등은 정령들과 신들 혹은 이런 존재의 화신들이 머무르는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졌다. 그리스인들은 특정한 신을 모시던 숲속에 신전을 지었는데, 일례로 포세이돈의 신전은 그리스의 칼라우레이아의 숲 한가운데 있다. 러시아 마리족의 전통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퀴소토라고 하는 숲에 모여 신들에게 제를 올리고, 요루바족의 다산의 신 오순과 관련이 있는 오순-오소그보 숲은 나이지리아 남부의 원시 교목림 지대에 산재해 있는 마흔 개의 성소로 이루어져 있다. 타원형 또는 기둥 형태로 되어 있는 남근석은 힌두교의 시바 신과 관계가 있으며, 네팔의 간다키강에서 볼 수 있는 샬리그람은 비슈누 신의 화신으로 숭배된다. 돌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관념은 서아프리카 요루바인들의 전통 종교와 브라질의 칸돔블레, 쿠바의 산테리아 같은 전통 종교에서 흔히 등장한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많은 공동체들이 이러한 자연 공간을 특별히 신성한 곳으로 여겨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혹은 자발적으로 나서 보호하고 있다.

인간은 대부분 기근이나 가뭄, 빈곤, 질병,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해하기 힘든 슬픈 일들을 겪으며 산다. 많은 사회에서는 이러한 불행을 초자연적인 세력, 즉 분노한 신이나 악령 등의 탓으로 돌리거나 혹은 점에 의지하여 그들이 처한 상황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 방법을 결정한다. 전자의 경우 여러 공동체에서 이러한 존재들을 지칭하는 이름을 따로 가지고 있지만 영어의 ‘위치witch’, 즉 마녀가 가장 널리 쓰이고 이와 관련된 현대 이교도 신앙으로 ‘위카’가 있다. 후자의 경우 점술의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일부 공동체에서는 콜라 열매를 던지기도 하고(이파점술), 서죽을 사용하기도 하며(역경의 점술), 카드를 읽기도 한다(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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