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인삼문화사…‘인삼’으로 꿰어낸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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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인삼문화사…‘인삼’으로 꿰어낸 한국사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4.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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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큰 한국사, 인삼 | 이철성 지음 | 푸른역사 | 420쪽

 

이 책은 ‘인삼’으로 꿰어낸 한국사로서 ‘이야기 인삼문화사’이다. 하지만 한국사에서 인삼의 경제적 역할과 정치적 의미도 놓치지 않은 덕분에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선다. 

‘백제 인삼’은 6세기 중국에서 최고의 약재였고, 12세기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인삼’을 소개했다. 홍삼은 18세기부터 조선의 공식 무역상품이 되었고, 산삼은 광해군~경종 시기 한ㆍ중ㆍ일을 잇는 인삼로드를 통해 동아시아의 번영을 가져왔던 주인공이었다. 뿐인가. 대원군의 부국강병책, 고종의 광무개혁에서 제3공화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까지 개혁과 변화를 위한 든든한 재원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 인삼은 단순한 약초가 아니라 우리 역사에 깊이 뿌리내린 문화의 담지자라 할 수 있다.

정조가 “집집마다 부유하고, 사람마다 즐겁게 하라”는 비전을 가지고 건설한 수원 화성의 번영을 위해 서울에서 이주하는 부자들에게 가삼 무역의 독점권을 주려 한 사실은 한국사에서 인삼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저자는 인삼을 ‘탐침’ 삼아 이처럼 한국사의 단면을 짚어낸다. 이 책은 제도ㆍ정책 중심으로 엮은 인삼 통사는 아니다. 대신 37건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83세까지 장수하며 52년간 권좌를 지킨 영조는 근검절약으로 유명하지만 하루 두세 번씩 산삼을 위주로 한 ‘건공탕’을 마시며 건강을 지켰다든가 금띠를 두른 백삼을 찬란한 종이상자에 넣은 ‘익 자 표’ 개성인삼을 등록하고 통신판매까지 도입했던 일제강점기 인삼 마케팅의 귀재 최익모의 활약 등이 그렇다.

여기에 산삼을 캐는 심마니의 습속, 쌀 한 가마에 0.6원 하던 시절 거래액이 100만 원에 달했다는 대구 약령시, 한국전쟁 때 인삼 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개풍군에 특파되었던 전매청 직원과 인삼 상인들의 삼종參種 회수 특공대 등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인삼 문화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조명했다는 점이다. 17~18세기 일본에서는 나이 어린 여인들이 조선 인삼을 사서 부친의 난치병을 고치기 위해 몸을 팔기도 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든가 ‘아메리카 인삼’의 시초는 중국에 파견된 프랑스 신부의 서간문을 본 캐나다의 라피토 신부가 18세기 초 모호크족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발견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아편의 해독에 인삼이 효과적이라 해서 아편전쟁 직후 중국 수출량이 두 배로 뛰었다든가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개혁 군주 민 망 황제의 인삼 사랑이 지극해 신하와 무관들의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선물로 인삼을 하사했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1885년 조선 주재 공사를 대신 맡아 인삼 재배 정보를 캐기 위해 진력했던 미국의 조지 포크, 미국 인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심했던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 와일드먼의 모습도 우리의 시야를 넓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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