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이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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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이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인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4.16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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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과 알고리듬 사회 | 이재현 지음 | 컴북스캠퍼스 | 446쪽

 

이 책은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임을 증명하고 알고리듬 미디어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종합 개설서이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알고리듬의 개념, 텍스트 생성의 특징, 커뮤니케이션 방법, 인간과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고대 철학에서부터 최신 사회과학 지식까지 총동원하여 정리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추천 시스템, 그로 인한 개인의 종언과 분인의 탄생, 인간 주체의 사고 능력의 박탈과 빈곤화, AI가 만드는 규칙과 그 성격, 알고리듬의 대항 방법 등 알고리듬과 관련된 중요한 주제를 철학, 정치, 사회 측면에서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크게 군사, 산업, 일상의 영역에서 실현된다. 특히 일상적 영역에서 선보이는 AI는 모두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로봇 저널리즘, 넷플릭스나 유튜브의 추천 서비스, 신경망 기계 번역, 애플의 시리와 같은 대화 에이전트, 소셜 챗봇, 객체 인식, 스마트 장난감 등은 전형적인 보기다. 예술 또한 넓은 의미에서 일상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면, 예외를 찾기 어렵다. 많이 논의되는 AI 윤리나 법적 지위 문제 또한 실제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슈다. 그래서 AI는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아직 이론적으로 체계화되지도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AI 시대에 AI를 다루는 중심 학문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야라고 주장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AI가 구현된 알고리듬 미디어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했다. 이를 위해 아래 다섯 가지 문제를 설정하고 답을 끌어냈다. 즉 알고리듬 미디어는 어떤 기계인가?(기계 문제), 알고리듬 미디어는 어떤 양식의 텍스트를 생성하는가?(텍스트 문제), 알고리듬 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매개하는가?(커뮤니케이션 문제), 알고리듬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인간 문제), 알고리듬 미디어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사회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AI의 이론과 실제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근본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를 초기 기계 지능 논의에서 찾고 있다. “기계 지능의 시발점인 튜링 테스트는 텍스트 매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상황을 상정한 것이었다. 기계 지능의 또 다른 접근인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자인 위너 또한 인간과 기계, 그리고 기계와 기계 사이의 메시지 교환, 즉 커뮤니케이션을 사이버네틱스의 핵심으로 간주한 바 있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알고리듬이란 용어의 기원에서 시작해 유클리드의 알고리듬, 그리고 현대적인 컴퓨터 알고리듬의 시작으로 간주되는 앨런 튜링의 튜링 기계와 보편적 튜링을 거쳐 튜링의 기계 지능 구상까지 살펴본다. AI에 대한 몇 가지의 접근과 그 역사까지 포함하여 고대 그리스의 수학적 알고리듬부터 최첨단의 AI 알고리듬까지 알고리듬의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의 기본적인 주장은 알고리듬 체계는 항상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이며, 인간은 알고리듬과, 또는 알고리듬을 매개로 상호작용하며 존재 양식의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알고리듬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또는 상호작용하며 포스트-휴먼으로 변화한다.

알고리듬의 본질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알고리듬은 주어진 논리들의 집합, 즉 규칙에서 시작하지만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데이터를 처리할 규칙과 논리를 스스로 변화시켜 나간다. 데이터라는 입력을 처리해 기계적으로 출력을 결정해내는 1단계 알고리듬과 달리 2단계 알고리듬은 자기조직화를 통해 창발적으로 규칙을 변화시켜 나가면서 새로운 결과를 생산해 낸다. 그래서 생기는 알고리듬의 불확정성은 유한한 규칙과 무한한 데이터라는 조건에서 야기되는 우발성이 아니라 알고리듬 자체의 창발성에 있다. 이런 점에서 알고리듬을 처리하는 기계, 즉 컴퓨터의 상태 공간은 잠재성을 내재한 가능태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알고리듬이 만드는 텍스트와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해석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글로벌 미디어 힘을 깨닫게 한다. 아마존은 개인 고객의 구매 이력, 특정 웹 페이지의 페이지 뷰와 체류 시간, e-커머스 포털의 방문 시간, 탐색하거나 체류한 링크, 쇼핑 카트나 위시 리스트 활동, 전화 문의, 지리 같은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AI에 기반하는 구매 예측 모델을 사용한다. 이는 단순히 배송 시간의 단축을 통해 수익을 증대시키려는 마케팅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의 연구 집단인 언서튼 코먼스는 아마존의 예기적 배송을 “확정적 기투”의 대표적인 사례로 간주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하는 이른바 “긍정적 기투”와 달리, “확정적 기투”는 “미래의 모든 것이 원칙적으로 표상 가능하고 인지 가능하며 계산 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전제를 토대로 “잠재태를 생산하고 그것을 활용하는바, 그런 점에서 다른 가능성은 차단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품에 대한 욕망을 아마존이 미리 알고 결정해 준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상업적인 선제적 서비스가 넷플릭스, 유튜브, 스포티파이, 아마존 등에서 보듯 몇몇 추천 시스템에 국한하지 않고 현대사회의 서비스 환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계 학습과 AI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선제적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제적 서비스는 미결정의 잠재적인 취향과 욕망을 미리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포획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후반부는 자연스럽게 주체의 사라짐과 사고의 빈곤으로 드러나는 현대 자본주의의 알고리듬 통치의 문제로 이어진다.

알고리즘 미디어가 야기한 여러 문제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학술적 자원을 동원했다. AI 기술을 개발한 공학은 물론 철학, 사회 이론, 문화 이론, 미디어 이론과 커뮤니케이션 연구 등을 포괄한다. 저자가 알고리듬의 이론화에 몰두한 이유는 분명하다. 알고리듬 미디어가 다양한 상호작용을 매개하고 있지만, 그것의 핵심은 인간-인간 상호작용성을 넘어 인간-기계 상호작용성을 본격적으로 구현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챗봇 chatGPT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새로운 인공지능의 모습이 소개될 때마다 큰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개념도 어렵고 그것을 이해하지면 동원해야 하는 관련 지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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