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중국의 변화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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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3기, 중국의 변화와 미래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4.0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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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식 현대화와 시진핑 리더십: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분석 | 이희옥·조영남·이현태·최필수·윤종석 외 4명 지음 | 책과함께 | 386쪽

 

이 책은 공산당 20차 당대회라는 프리즘을 통해 중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한국학계가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다양한 학문 분야와 이슈 영역을 대표하는 한국의 중국 전문가들이 함께 기획하고 집단적 지혜를 나눈 결과물이다.

중국공산당은 치열한 당내 권력투쟁과 노선투쟁을 겪으면서 관례와 관행, 규범을 통해 정치의 기술을 발휘해 왔다. 특히 덩샤오핑이 이끌었던 개혁개방 시기 이후에는 대체로 이러한 비공식적 정치과정이 작동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진핑 시기를 거치면서 기존의 정치 문법과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집단지도 체제가 무너진 자리에 ‘개인 지배’가 강화되었고 방어적 현실주의 외교도 점차 사회주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길’을 본격화했다. 이러한 추세가 경향적으로 확대된다면 중국정치도 불확실성, 불명확성, 불가예측성, 불투명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중국의 내부지향성을 강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세계질서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공산당 20차 당대회) 이후 새롭게 출범한 시진핑 3기 정부의 지속과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중국의 문제이자 곧 세계와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기적으로는 시진핑 체제의 성격에 관한 것이지만, 좀 더 멀리 보면 중국의 미래 존재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중국이 ‘중국다움’을 강조하고 서구와 담론과 제도 경쟁을 선언한 마당에 진영에 기초한 국제질서가 재편된다면 그 파장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개최되고 처음 열린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20기 1중전회)를 통해 그동안의 무성한 추측이 난무했던 새로운 공산당 지도부 인사가 발표되었다. 시진핑을 총서기에 다시 선출하면서 집단지도 체제는 현저히 약화되었고, 시진핑 ‘일인지배 체제’가 시작되었다. 덩샤오핑 시기 공산당과 정부의 분리, 당내 견제와 균형을 통한 중국식 정치개혁을 시도했던 흐름은 ‘공산당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라는 ‘공산당 전면 영도’의 원칙 앞에 추진 동력을 잃었고, 다양성과 유연성 대신에 확실성과 단일대오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시진핑 정부의 변화는 ‘백 년 만에 찾아온 미증유의 대변국’을 과도하게 강조할 때부터 예견되었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공급망 탈동조화, 지정학적 리스크, 코로나 팬데믹 등 전지구적 위기의식을 고양하면서 강한 리더십, 강한 중국, 권력 집중을 강조해 이를 자신의 정당성 기반으로 삼고자 했다. 

새로운 지도부는 중국의 길, 중국모델에 중점을 둔 국가 대전략을 추진할 것이다. 공산당은 2021년 2월에 ‘절대 빈곤’을 해소함으로써 ‘전면적 소강사회를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2017년 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는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무렵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그 중간 단계인 2035년 무렵에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20차 당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향후 5년(2022~2027)을 관건적 시기라고 못 박았다. 전반적 정책 기조는 기존방침을 계승 및 발전시킨 것이고, 새로운 위기의식이 고양되면서 개혁 의지는 상대적으로 후퇴했다. 한편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전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 책이 밝히는 시진핑 3기 정부의 과제와 전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체성의 정치’를 강화한다.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와 ‘시대화’를 강조하는 등 공산당의 집권 방향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마르크스주의의 기본제도에 기댈 것이며, 서구와 서사 및 담론경쟁을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둘째,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한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방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부국강병의 길을 추구해왔다. 과거 반근대적 근대를 연상시키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산업과 핵심기술의 자주화를 통한 경제안보이다. 종합국력의 한계를 지닌 중국은 대안부재의 상황에서 참호를 깊이 파고 최대한 버티면서 시장의 힘, 4차 산업의 성숙기술 경쟁력을 통해 미래 게임 체인저에 대비하기 위해 참호전과 지구전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내수경제 중심의 쌍순환 전략을 재강조한 것도 이러한 저간의 상황을 반영한다.

넷째, 중국의 주요모순을 수정하고 여기에 기반을 둔 사회전략을 제시했다. 지금과 같은 도농 간, 지역 간, 소득 간 불평등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존의 ‘선부론’ 대신에 ‘공동부유’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시장을 통한 1차 분배, 재정을 통한 2차 분배에 이어 ‘습관과 도덕’을 통한 3차 분배를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부유한 계층과 기형적 고소득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시진핑 정부에 대한 지지를 동원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다섯째, 중국식 제도를 구축하고자 한다. 중국은 선제적으로 기존의 현상을 타파하고자 하지 않겠지만, 미국의 약한 고리를 찾아 미국의 중국 전략을 무디게 하는 한편,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과 다자주의 등 중국에 유리한 제도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구하고자 할 것이다.

여섯째, 중국의 ‘핵심이익의 핵심이익’인 대만 문제에 대해 비타협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번에 수정된 〈당장〉에는 “대만 독립을 견결하게 반대하고 억제한다”라는 문장을 삽입했는데, 이는 미국 등 외부 세력의 대만 개입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 것이다. 이러한 핵심 이익의 수호 의지는 세계 일류군대 건설의 강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책임제’ 강화라는 안보 역량 확충과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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