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철학, 경제학, 심리학 관점으로 ‘표현의 자유’를 다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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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 경제학, 심리학 관점으로 ‘표현의 자유’를 다시 생각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4.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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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어스: 기만의 시대, 허위 사실과 표현의 자유 | 캐스 선스타인 지음 | 김도원 옮김 | arte(아르테) | 272쪽

 

당치 않은 거짓(false), 가짜뉴스(fake news), 혐오표현(hate speech) 등이 뒤섞인 거대한 언설의 쓰나미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허위사실(falsehood)은 순식간에 퍼질 위험이 있다. 허위사실은 개인의 명예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뒤흔든다. 허위사실을 억제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 되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지 법철학적 사유를 제공한다.

저자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우리의 법이 ‘거짓’과 ‘허위사실’의 해악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침과 동시에,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주제를 다룬다. 그는 허위사실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그것을 처벌,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벌이나 검열이 오히려 허위사실에 땔감을 공급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 입장을 잘 이해해야 최악의 거짓말을 도려낼 방안을 찾을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저자는 허위사실의 정도를 판별하기 위해 네 문제를 기본 틀로 설정하고, 헌법적 문제는 물론 소셜미디어 업체를 포함해 민간기관의 의무를 분석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기본 틀이 제기하는 네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발언자의 ‘의식 상태’는 어떤가? (거짓말인가, 합리적 실수인가) 2) ‘해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심각한가, 경미한가) 3) ‘해악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확실한가, 개연성이 낮은가) 4) ‘해악의 발생 시기’는 언제인가? (즉시인가, 먼 미래인가) 이 질문들에 세세한 네 가지 가능성을 조합해 256개 ‘경우의 수’를 도출하고, 흔히 접하는 사례에서부터 익숙하고 대표적인 미국의 판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안을 대입해 정부와 민간기관의 역할, 시민의 대처 방안에 대해 논한다.

나아가 인간이 왜 ‘진실 편향’에 빠지는지, 왜 ‘1차 정보’에 훨씬 주목하는지, 왜 ‘집단 극단화’ 경향을 보이는지 등 사람들이 허위사실을 쉽게 믿어 버릴 위험에 대해 지적하며, 현대 미디어 역동성에 관한 연구물과 기술의 발전(디프페이크, 합성 조작 영상 등)을 언급하며 그 심각성을 부각한다. 또 공리주의적 관점(존 스튜어트 밀, 마르틴 루터, 하이에크)과 칸트주의적 관점(칸트, 코스가드)을 들어 ‘거짓’의 부당성을 다채롭게 해석하는 등 ‘표현의 자유’ 논의를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저자는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보장할 것인가” “‘왜’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해 섬세한 논의를 펼친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면?”이라는 가정하에 “말하는 사람이 권력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게 중요하다”라고 언급한다. ‘위축효과’란 허위사실을 규제 또는 처벌하려는 노력이 그 과정에서 진실 또한 억누르는 효과를 말한다.

저자는 「수정헌법」 1조에 근거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허위사실의 해악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위축효과가 가리키는 지점을 찾기 위해, 과거 미국 사회에서 논쟁적이었던 ‘표현의 자유’를 과하게 보장한 판례를 예로 들며,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권력의 횡포를 견제하면서도 허위사실의 확산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위축효과를 찾기 위해, 표현의 자유 일반에 관한 기존의 주장을 검토하며 논의를 전개한다. 인간의 삶에서 진실과 거짓의 역할을 분석하며, ‘표현의 자유’와 동시에 ‘명예의 보호’ ‘공중보건’ ‘공공안전’에 대한 저자의 관점을 펼친다(1장). 이 관점을 더욱 세밀히 분석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개념 틀(표)을 제시하며 허위사실이 일으키는 해악의 규모, 해악의 가능성 등을 따진다. 정부가 사용하는 수단에 대해서도 주목한다(2장).

나아가 윤리적 측면에서 거짓말의 해악에 대한 공리주의적, 칸트적 관점을 구분해 표현의 자유를 검토한다(3장). 실례로 「미국 연방헌법」의 현 상황, 거짓말과 허위사실에 관한 법원의 주요 판결을 논의하고(4장), “허위사실을 도대체 왜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파고든다(5장). 이 문제를 심리적, 경험적 문제로 옮겨 사람들이 왜 허위사실을 믿는지, 왜 그렇게 빠르게 타인에게 퍼지는지를 다양한 연구물을 기반으로 분석한다(6장). ‘명예훼손’ 문제를 짚으며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전통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고(7장),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좀 더 현대적 관점에서 해로운 표현을 다룬다(8장). 업적 및 보건에 대한 허위 주장, 다른 사람에 대한 무고, 가짜 이미지를 만드는 첨단기술 사용 등이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공직자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방송국과 신문, 잡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허위사실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9장). 공공기관이든 민간기관이든, 해당 표현에 대해 특정한 표시나 경고를 붙여 허위사실로 인한 폐해를 줄이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수단이 가능함을 제안한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명백한 허위이며 즉각 피해를 일으키는 진술이 퍼지는 것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허위사실이 심각한 해악을 초래할 위험이 있고, 표현의 자유를 좀 더 보장하면서도 그 해악을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정부가 증명할 수 있다면, 그 허위사실은 헌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 책은 ‘표현의 자유’와 ‘공중보건’ ‘공공안전’ ‘명예’, 큰 범위에서의 ‘진실’을 팽팽한 긴장 상태에 놓고 논의를 심도 있게 끝까지 전개한다. 이 점에서 조효제 교수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치열한 문제의식, 정교한 분석법, 팽팽한 균형감각으로 논의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탱크 같은 지성이 우리를 압도한다!”

저자는 우리 시대 공론장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최적의 위축효과’라는 열쇳말로 풀며, 허위와 진실 모두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고려해 딱 맞는 수준의 억제 효과(deterrent effect)을 찾자고 한다. 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1) 소셜미디어의 경고 및 공지를 이용한 해당 정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법 2) 매우 적은 액수의 명예훼손 배상액(화자의 입증책임 부담을 부과하는 방편) 3) 매체에 수정 또는 삭제를 요구할 권리 보장 4) 매체가 그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명목상 배상책임 부과, 그에 걸맞은 법률제도의 개편 5) 소셜미디어상 허위사실 또는 거짓이 뉴스피드에 드러나지 않게 하는 알고리즘 구축.

요는 검열과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 적절히 ‘반론(counter speech)’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상의 자유시장(marketplace of ideas)’ 원칙에 따라 바로잡히는 진실에 대한 올곧은 믿음이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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