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우울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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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즈·글로컬대학 30 사업의 우울한 전망
  • 임운택 편집기획위원/계명대·사회학
  • 승인 2023.04.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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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운택 칼럼]

지방대학의 곡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이러저러한 해법이 많다. 지방대학이 자율적으로 정원감축을 하면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구조조정을 유도했던 방식이나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여 지역대학을 평생교육원으로 전환하자는 해법은 비교적 잘 알려진 방안이지만, 대체로 그 효과성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재정지원이라는 교육부의 당근으로 구조조정의 채찍을 휘둘렀던 사업은 소위 인기학과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대학 내에서조차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재정지원으로 기사회생하는 대학의 이미지로 인해 대학의 서열화를 피하기도 어려웠다. 대학의 기능을 직업학교 수준으로 이해하는 평생교육원 전환 전략은 현실적으로 취미와 교양강좌 수준의 부가적 수익사업을 벗어나기 어렵고, 실제로 대학에서 학과별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역량과 기획도 부족하여 대안으로서는 현실성이 없다. 이는 수도권대학이나 지방대학이나 마찬가지이다. 

최근 정부가 ‘글로컬대학 30’사업을 내놓으면서 이제는 구조조정의 공을 다시 지역의 당사자에게 넘기고 있다. 대학의 생존능력은 지역의 산업 수요와 연계하여 혁신역량을 발휘하는 데 있으며, 모니터링은 지자체가 담당하라는 것이다. 소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이다. 실제로 ‘라이즈·글로컬대학 30’에 선정될 경우 대학의 재정지원사업 예산은 교육부가 내지만,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등 일반 재정지원이나 연구개발을 제외한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의 50%는 지자체가 담당하게 되어 있다. 다른 중앙부처의 대학 지원도 라이즈로 통합시킬 예정이라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차대하다. 2020년 사학진흥재단 집계에 의하면, 기존 중앙정부의 고등교육예산은 14조7,695억 원인데, 지자체의 고등교육 예산 규모는 7,150억 원이었다(한국일보, 2023.2.4.자 재인용). 라이즈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은 당연히 지자체로부터 받을 예산도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에 이 지역대학 살리기 당사자주의는 지자체에 지역대학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맡기는 것과 같다. 그러면 지자체가 그런 역할을 할 것인가? 나는 단연코 그럴 리가 없다고 본다. 당장 제대로 된 담당자 하나 선정을 못하는 지자체에서 그런 일을 할 리가 만무하고, 영악한 지자체 단체장이 지역에서 표 떨어지는 정신 나간 일을 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용히 전망해본다. 아마도 1차 라이즈·글로컬대학 사업 발표가 나면 전국 대학에서 곡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고, 사업에 탈락한 지역대학 총장님들의 서울행차가 부지런해질 것이다. 그러면 여러 가지 이유로 2차 추가 지원대학이 올해든, 내년이든 생겨날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예정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이 사업은 2024년 총선을 거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종료되면 일부 유탄을 맞은 일부 지역대학의 소멸과 함께 에피소드로 끝날 것이라 보인다. 어찌됐건 당장 30등 안에 포함이 안 될 경우, 대학은 학생유치의 어려움이 있을 터이니 당장 구조조정의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사업의 지원을 받은 대학이나 그러지 못한 대학이나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글로컬대학 30에 선정이 되어도 그 사업이 지역의 산업수요에 부흥해서 지역경제를 살리리라는 생각은 애초에 이 사업의 평가 지표에서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혁신지정 평가점수에 따르면 혁신성이 60점, 성과관리가 20점인데, 지역적 특성은 20점에 불과하다. 애초에 정부가 이야기한 지역산업의 수요와는 무관한 사업이 아닌가? 결국 사업에 뛰어든 대학은 혁신성과 성과관리 지표를 위해 그 어떤 목표와 지역과의 연계성 없이 스스로의 팔다리를 잘라내야 하는데, 지방대학의 사지절단장애증(apotemnophilia)은 이미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서도 있었던 것이므로 새로운 것은 없다. 결국 30등에 들든, 안 들든 보고서 작성과 인위적 구조조정으로 교수들만 들들볶고, 30등 안에 들어간 대학과 들어가지 못한 대학 모두 구조조정 외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은 무관심하고, 지역의 대학원도 이 사업으로 효과를 보는 건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대학의 조정은 필요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지역대학이 살려면 난립하는 학교의 일정한 조정은 필요하다. 문제는 지역경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의대, 로스쿨만으로 대학이 버틸 수 없으며, 그도 아니면 공과대학만으로도 지역경제를 살릴 도리는 없다. 의사와 변호사를 배출하는 것과 지역의 발전과는 별 상관이 없으며, 아마도 그중 성공한 자는 수도권으로 빠르게 탈출하든지 일부는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꿈꿀 것이다. 공과대학은 어떤 점에서 인문·사회대보다 더 사정이 안 좋다. 산학연계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학과 대부분이 지역의 산업과 연계되어 있지 않으니 정부의 산업정책에 맞춰 고무줄처럼 학과가 조정되고 생겨난다. 최근의 반도체학과가 대표적이다.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려면 기초학문이 튼튼해야 하는데, 실제로 지역의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는 대부분 구조조정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실제 해외에는 이런 과들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지금 당장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우후죽순처럼 만들었다가는 수년 후 공급과잉으로 또 다시 구조조정에 내몰릴 것이다. 

지역대학이 지역에 안착하려면 산업과 경제는 물론 사회, 안전, 복지 등 지역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OECD도 지역의 대학이 살기 위해서 지역대학-산업-지역공동체 트라이앵글의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존의 조건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도 중요하지만, 산업전환 시대에 지역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공동체 안으로 포섭하고 이들이 다시 일어서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짜 사회적 혁신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역대학의 구성원조차 이러한 사회혁신에는 대부분 관심이 없다. 교육부와 연구재단의 업적관리로 그럴 시간이 있으면 동료교수들이 보든 안보든 논문 한 편 쓰는 게 교수 개인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끔 나가는 지자체의 o o위원회는 어차피 형식적으로 운영되므로 용돈벌이 외에 별다른 생각도 없다. 지역대학의 총장님은 교육부 예산 확보와 학생유치 외에는 관심이 없다. 사정이 이러한데 무슨 글로컬대학 사업인가?

글로컬이라는 용어가 마법을 부리던 시기는 지났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생채기를 낸 지역의 운명은 철저하게 로컬의 문제에서 풀어야하지 되도 않는 글로벌 전략을 외친다고 한들 변화하는 것은 없다. 시카고, 위스콘신 대학 등 뉴딜시절 지역의 산업과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던 미국 중서부의 대학도 로컬 전략으로 글로벌한 대학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조선산업의 폭망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되살린 스웨덴의 말뫼대학이 있다. 어느 곳도 해외 사례를 어설프게 벤치마킹하여 글로벌한 대학들이 되지 않았다.

결국 학문의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내부사정은 모르고 허구한 날 해외사례만 가지고 국내문제를 해결하려는 윤똑똑이 교수들과 관료가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의 문제는 연구 프로젝트의 테스트 베드가 아니다. 어설프게 해외사례를 앞세운 69시간제 노동쇼가 엊그제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라이즈·글로컬30’ 사업은 또 어떤 해프닝으로 종료될지 상상하기조차 싫다. 결국 직접적인 피해자는 지방대 학생들이고, 세금 내는 국민일 텐데 말이다. 

지금까지 학문이 산업이든, 청년이든 지역문제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좀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학제 간 연구와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끊임없는 교류, 대학운영위에 지역인사의 참여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산업이든, 사회든 지역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학 간의 선의의 경쟁은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결국 그 진실성은 지역사회가 선택할 테니 말이다. 


임운택 편집기획위원/계명대·사회학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 사회학 박사. 현재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한국이론사회학회 회장, 비판사회학회 편집위원장과 회장을 역임하였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을 맡은 바 있다. 주 연구분야는 정치경제학, 노사관계, 정치사회학, 현대 사회이론이다. 주요 저서로 <전환시대의 논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이중위기>, <경제의 디지털화와 노동의 미래>, 공저로 <현대사회와 베버 패러다임>, <문화, 환경, 탈물질주의 사회정책>, <청년실업과 노동시장, 그리고 국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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