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미국의 침략 전쟁 실패사失敗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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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국의 침략 전쟁 실패사失敗史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3.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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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러나다: 촘스키, 다극세계의 길목에서 미국의 실패한 전쟁을 돌아보다 | 노암 촘스키·비자이 프라샤드 지음 | 유강은 옮김 | 시대의창 | 180쪽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의 새로운 대담집이다. 그의 ‘제자’이자 ‘동료’, 인도 출신 언론인 비자이 프라샤드와 함께 촘스키는 일극패권 약화와 ‘신냉전’ 정세 속 위험한 확전으로 위기에 처한 세계의 한복판에 또다시 뛰어들어 지금의 국제 질서와 앞으로의 세계에 대해 분석하고 전망했다. 

‘불량국가’이자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트 국가’ 미국의 21세기 대외정책은 정치적, 도덕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완전히 실패했으며, 일극패권의 취약성은 더욱 도드라지게 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침략, 제재, 점령으로 수십만 명의 목숨을 빼앗고 수백만 명을 기아와 빈곤으로 내몬 미국 지배계급의 행태는 뉘른베르크 원칙을 적용해 나치처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할 중차대한 범죄다. 그러나 ‘서방’의 주류는 반성하지 않았고, 미국은 항상 그랬듯 한 곳에서 ‘물러나도’ 금세 또 다른 전쟁으로 나아갔다. 추악한 실패는 누적됐고 패권은 점차 쇠퇴했다. 하지만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채 중국, 러시아, 더 나아가 수많은 나라들에 시비를 걸고 복종을 강요하는 미국의 태생적인 ‘대부The Godfather’식 행태는 지금의 ‘신냉전’과 세계적 범위의 전쟁 위기 및 불안정을 파생시키고 있다. 세계는 어쩌면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기후 위기부터 세계대전 위협까지, 파국으로 치닫는 듯 보이는 세계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촘스키는 힘주어 말한다. “게임이 끝난 건 아니에요.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할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지요. 의지만 있다면, 재앙을 피해 훨씬 더 나은 세계로 분명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본질을 각성한 대중이 의지를 담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목표 지점은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대부’를 바로잡아 제대로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명이 기아와 빈곤에 노출된 결과로 귀결된 21세기 미국의 20년 전쟁은 여전히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결국 친미 정부 수립에조차 실패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전쟁의 핵심을 비판적으로 복기한다. 정치적 목표가 결국은 달성되지 못했고, 도덕적으로 추악하며, 군사적으로 실패했고, 경제적으로도 명확한 결과를 말할 수 없는 총체적으로 실패한 전쟁이며, “그들이 미국을 싫어하는 건”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에서의 전쟁에는 여섯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학살이 있었다. 둘째, 미국이 지원한 건 ‘민주’ 세력이 아닌 ‘부패한 부자들’이었다. 셋째, 이런저런 불의를 바로잡겠다며 가장 큰 불의인 침략을 정당화했다. 넷째, 민중의 삶은 침략 이전보다 모든 측면에서 퇴보했다. 다섯째, 유엔헌장은 무시당했다. 여섯째, 결국 미군은 철수했다.

하지만 미국은 역사에서 배우지 않았다. 20년의 추악한 전쟁과 그 실패는 미국의 일극패권을 약화시켰다. 세계적 범위에서 미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리더십에 대한 의심이 쏟아진다. 미국은 여전히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대폭 위상이 낮아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미국이 일극패권에서 다극세계로 점차 나아가는 국제질서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 나서면서 위험한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과 ‘글로벌 나토’의 하이브리드 ‘신냉전’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사실상의 ‘미-러 전쟁’은 일극패권의 유지와 다극세계의 출현이라는 세계질서의 변동 속에서 볼 때 그 성격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촘스키와 프라샤드는 이 전쟁에서 명백히 드러난 것은, 유럽(그리고 한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군사 동맹)의 대미 종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과 중국, 러시아 및 남반구 전반의 다극화와 비동맹을 향한 지향 역시 새로운 단계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자신이 비교우위를 누린다고 판단한 무력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대부’식 질서를 폭력으로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점점 약해지는 ‘깡패’가 더 큰 무기를 들고 와 더 큰 위협을 가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를 절멸로 이끌 핵전쟁과 세계대전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그 무엇보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촘스키와 프라샤드는 한계가 있을지언정 ‘유엔헌장’에 기초를 두고 주권 평등과 다자주의의 원칙으로 세계질서를 바로 세우자고 말한다. 이는 ‘미국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헌장을 제대로 따른 적이 전혀 없다시피 한 유일한 강대국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예외주의’다. 미국은 1946년에 자기만큼은 “유엔헌장이나 미주기구헌장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법제화했다. 사실상 미국을 국제법 위의 예외적 존재로 인정하는 철저한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유엔헌장의 정신에서 완전히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의 세계질서는 무엇이었나? 촘스키와 프라샤드는 이를 설명하고자 ‘마피아 대부’와 ‘깡패’, ‘미치광이’라는 표현을 쓴다. ‘대부’가 정한 ‘규칙’에 기반한 질서, 이것이 미국이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국제질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저 미국이 결정하고 규정하는 대로 따르는 것, 결정과 해석 권한이 미국 지배계급에게 주어진 것일 뿐이다.’ 촘스키는 “지금 세계 질서 구상 두 개가 의제에 올라 경쟁”한다는 점을 유념하자고 이야기한다. “미국의 말을 따르는 게 규칙을 따르는 것”이라고 세계 체제를 정의할 것인지, 유엔헌장에 바탕을 두고 각 국가의 주권이 평등하다는 점을 인정한 토대 위에서 다자주의를 통해 세계 체제를 정의할 것인지, 우리가 선택하고 실제로 행동할 시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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