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주제별로 바라본 러시아 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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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주제별로 바라본 러시아 문학사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3.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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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문학의 넓이와 깊이: 주제로 읽는 새로운 러시아 문학사 | 조주관 지음 | 세창출판사 | 976쪽

 

러시아 문학은 ‘언어의 보고’로서, ‘체험과 역사의 보고’로서, 그리고 ‘철학과 사상의 보고’로서 인문학적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이제 러시아 문학작품은 세계문학의 정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학의 기준과 한계를 스스로 설정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 책은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러시아 문학을 소개한다. 이 책에 소개한 러시아 작가들은 모두 각 시대의 자손들이고, 문학을 통해 그 시대의 인간상을 집약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문학 속에는 작품이 탄생하던 시대의 정신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제로 읽는 새로운 러시아 문학사’라는 부제가 알려 주듯, 이 책은 각 장이 주제 중심의 텍스트 분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와 이론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텍스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객관적 평가를 담음으로써 러시아 문학의 ‘넓이’와 ‘깊이’를 탐구한 것이다. 더불어 기존 문학사에서 등한시되었던 희곡 장르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I부〉에서는 18세기 계몽기를 다루었다. 로모노소프, 폰비진, 데르자빈, 카람진 등이 당시 문학계를 이끌었다. 러시아 최초의 언어개혁자인 로모노소프의 고전주의 시학, ‘러시아 시의 아버지’로 칭해진 데르자빈의 시학을 살피고, 당대 최고의 풍자작가였던 폰비진의 희곡 작품 『여단장』, 『미성년』을 통해 그의 풍자가 갖는 특징을 알아보았다. 한편 감상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카람진의 『가련한 리자』를 소개하였다. 카람진 문학의 감상성과 낭만성은 이후 러시아 낭만주의, 사실주의 문학의 토대가 되었으므로 그 의의가 크다.

〈II부〉에서는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인 19세기를 다룬다. 19세기 전반기는 낭만주의 시대로, 푸시킨, 레르몬토프, 고골을 대표적 작가로 설정할 수 있다. 낭만주의에서 시작한 19세기는 자연파와 사실주의를 거쳐 세기말의 상징주의로 넘어간다. 즉 자연파는 러시아 사실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사조이기도 하다.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상세하게 묘사한 이들 작가군의 중심적 인물은 고골과 벨린스키이다. 

19세기 후반기는 사실주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인간을 둘러싼 ‘현실(실재)’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들로는 투르게네프, 곤차로프, 살티코프-셰드린,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이 있다. 시대의 사상적 도약을 마련한 소설가 도스토옙스키는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지하에서 쓴 수기』, 사상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는 『죄와 벌』 외에도 『악령』, 『백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여러 뛰어난 작품을 썼다. 동시대에 활동한 톨스토이 역시 러시아 최대의 역사소설 『전쟁과 평화』, 세계문학사상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 안나의 일생을 다룬 『안나 카레니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룬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썼다. 두 작가의 예술적 특성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모두 장편소설의 황금기인 19세기를 빛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한편 19세기의 작가 중 체호프를 빼놓을 수 없다. 『벚꽃 동산』, 『갈매기』, 『세 자매』, 『바냐 아저씨』 등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체호프의 예술세계가 잘 드러난 작품들이다.

마지막 〈III부〉에서는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살핀다. 러시아 문학사에서 19세기가 비판적 리얼리즘의 시대라면, 20세기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시대라 불린다. 정치 이데올로기와 미학 사이에서 생겨난 일종의 혼합물인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사회주의라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삶의 현실을 문학과 예술로 형상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20세기에는 부닌, 고리키, 자먀틴, 파스테르나크, 숄로호프, 솔제니친, 불가코프, 나보코프 등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20세기에는 여러 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도 나와, 부닌, 파스테르나크, 숄로호프, 솔제니친, 브로드스키, 스베틀라나 등이 영예를 안았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공산주의 혁명의 격변기를 살다 간 러시아 지식인의 비극적인 운명,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진실의 문제를 시인 특유의 감성으로 관찰하면서 러시아의 역사, 인간의 삶과 예술에 대한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 주었다.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1922년에 이르기까지 돈강 유역의 카자크 민족이 겪어야 했던 격동의 역사를 예술적으로 생생하게 그린 대서사시이다. 수용소 문학의 진수라 할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구소련 공산주의 정권의 강제수용소를 배경으로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절규를 기록하였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기 시대의 증언자 역할을 충실히 실행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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