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교육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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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교육을 만나다
  • 강현석 경북대학교·교육학
  • 승인 2023.03.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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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내러티브와 교육: 삶, 앎, 그리고 가르침』 (강현석 지음, 경북대학교출판부, 746쪽, 2023.02)

 

본 저서는 인간의 전체적 삶의 모습을 내러티브 존재로 형성되어 가는 모습으로 보고 그러한 삶에서 구성되는 앎의 문제, 그것을 토대로 하는 교육의 문제를 탐구한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저서의 제목도 내러티브에서 바라보는 교육이라는 큰 제목 하에 삶, 앎, 그리고 가르침으로 구성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본 저서가 추구하는 방향은 인간을 내러티브적 존재로 보고 이에 부합하는 교육의 방향과 모습을 고민해 본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내러티브 형식(구조주의 문학에서는 담론의 구조를 강조하며, 인지구성주의라는 심리학의 입장에서는 경험의 구성 과정을, 해석학이나 현상학의 철학 흐름에서는 의미 구성의 기제 형식)으로 구조화하고, 유의미하게 구성한 이야기에 비추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지각하고 인식하고 도덕적으로 선택하는 존재이다. 자신의 경험을 내러티브 형식으로 구조화하고 현상을 지각, 인식하는 것을 ‘내러티브 원리’라고 부르며, 인간은 이에 기초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아니 삶을 살아내는 존재이다. 단순하게 보면 인간의 삶은 하나의 이야기인(life is a narrative) 셈이다. 최근에 줄리아 크레스테바(Julia Kristeva)가 지은 Hannah Arendt: Life is a Narrative(2001)가 그것을 증명한다. 

유명한 인지심리학자이자 교육 사상가인 Jerome Bruner는 이야기 만들기(making stories)라는 내러티브가 법이나 문학, 인간의 삶에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비단 이들 분야만이 아니라 인간 삶을 주목하는 모든 학문 분야는 내러티브를 거치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제도가 분류해 놓은 학분 분류의 명칭인 인문사회과학이라는 말은 이제 과감히 내러티브학으로 재개념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편, 금방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삶이 내러티브 원리를 통해 작동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수용한다면 교육의 이론적 모습도 그리고 우리가 실제 맥락에서 실천하는 교육의 모습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게 된다. 인간 행위로서 교육뿐만 아니라 제도로서 교육, 기관으로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공식적인 교육을 포함하여 전체적으로 새롭게 이해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취지하에서 본 저서는 ‘내러티브와 교육’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교육의 모습을 크게 새롭게 그려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의도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화여 본 저서의 구성을 크게 세 개의 파트로 설정하였다. 내러티브를 기초로 교육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내러티브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를 살펴보아야 하며, 여기에 기초하여 인간의 문제, 지식의 문제, 구체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에 따라서 다음의 순서로 전체 내용을 구성하였다. 

Ⅰ부에서는(총괄 영역) 우리가 왜 내러티브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논의하였다. 내러티브 전회로 인간과 사회, 지식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 내러티브의 등장을 그 학문적 배경을 포함하여 살펴보고 있다. 우선 내러티브의 의미를 살펴보고, 이어서 확장된 내러티브의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Ⅱ부에서는(삶의 영역) 내러티브와 인간의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서는 내러티브 이전에 우리가 바라보던 인간관의 문제, 내러티브와 인간 존재의 문제, 그리고 내러티브 본질에 충실한 의미 구성 존재로서의 인간을 다루고 있다. 특히 내러티브 자아라는 새로운 자아의 입장을 논의하고 있다. 

Ⅲ부에서는(앎의 영역) 내러티브와 지식의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서는 내러티브 이전의 지식의 문제를 여러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상당히 폭넓은 인류의 지성사에서 내러티브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시도가 다소간 무리가 없지는 않지만 내러티브의 본질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고 생각된다. 이어서 구체적으로 내러티브 앎을 포함한 내러티브 인식론의 등장과 그 구체적 문제를 논의한다. 
 
Ⅳ부에서는(가르침의 영역) 내러티브와 교육의 과정의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서는 기존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양태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내러티브에 입각한 교육의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내러티브 페다고지의 제안, 내러티브를 통한 교육 혁신과 미래 교육의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본 저서는 지금까지 학계와 교육계, 일반 사회 현장에서 바라보는 교육의 모습을 반성해보고 역사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풀리지 않는 교육의 이론적, 실천적 문제를 논의하고 그 대안으로 새로운 교육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우선 학문적 기여도로 제시하고 싶은 첫 번째 점은 교육(학)을 포함하여 인간의 삶에 주목하는 학문들의 경우 내러티브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 경험의 내러티브 특징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의 논의는 언어적 형식주의와 방법주의에 경도되어 인간 삶과 유리되는 허망한 지식을 생산해낼 뿐이라는 점을 경계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둘째, 기존 교육에 대한 설명 방식에서 누락된 인간의 내러티브적 속성 내지 존재의 위상을 한층 분명히 규명하고 그 근거 하에 교육의 모습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교육학의 학문적 성격을 그간 제도학이나 실천학 내지 방법학으로서의 협소한 지형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제 교육(학)은 단순히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 기술적 활동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서 인간 이해를 추구하며 개인의 성장, 사회-문화적 토대와의 상호 교섭적 작용을 거치는 문화적 행위임을 밝히는 의미가 있다. 

셋째, 교육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한 학문적 전회(academic turn)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교육은 가르치고 배우고 평가하고 학업 성취도를 확인하고 학생들을 가려내고 배치하는 매우 기술적인 일로 간주하고 여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곳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통념적 접근은 이미 실패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 서양교육의 역사이다, 그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것은 교육이 매우 고도의 문화적 실천 영역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내러티브의 접목은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나가는 주요 학문적 거점이 된다.  

넷째, 교육이 이루어지는 실천적 장면에서의 새로운 실천 행위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기존 교수법이나 학습법, 교육과정 구성법, 평가법 등이 근대적 공학주의에 경도되어 온 점을 보다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철저한 변신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본 저서의 학문적 기여는 이 실천의 영역에서 보다 많은 교육계 종사자들에게 근본적인 학문적 경각심을 안겨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저서를 통하여 교육이 기술의 언어가 아니라 문화의 언어이며, 내러티브 원리에 의해 인간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이 만들어져서 교육이 인간 세상을 보다 실천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새롭게 주도해나가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본다. 

교육이나 학교교육의 모습을 내러티브 입장에서 탐구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독자들은 다음의 책들도 참고하기를 바란다. 

※ Bruner, J. S.(2010). 『이야기 만들기: 법, 문학, 인간의 삶을 말하다』. 강현석·김경수 공역. 교육과학사.
※ Bruner, J. S.(2021). 『다시 생각해보는 브루너 교육의 문화: 의미 구성하는 마음, 지식과 내러티브』. 강현석 역. 교육과학사.
※ Hopkins, R. L.(2013). 『내러티브, 학교교육을 다시 디자인하다』. 강현석·홍은숙·장사형·허희옥·조인숙 공역. 창지사.
※ Roberts, L. C.(2020). 『지식을 넘어 내러티브로의 혁명』. 강현석·김종훈·신경애·황연주 공역. 교육과학사.
※ 강현석(2022). 『내러티브 기반 지식교육의 대전환』. 학지사 .


강현석 경북대학교·교육학

경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북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교육과정 및 수업방법 전공으로 석·박사학위 취득.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Post-Doc. 과정 이수. 한국내러티브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교육과정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최신 백워드 교육과정과 수업설계의 미래』(공저) 외 다수의 공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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