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대학교수단체, 이주호 만나 ‘시장만능주의 대학구조조정 정책’ 철회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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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대학교수단체, 이주호 만나 ‘시장만능주의 대학구조조정 정책’ 철회 촉구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3.2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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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연대회의 '교수·연구자 1만인 서명 운동' 돌입
- 4월 19일 선언문 발표…5월 15일 '교육부 규탄 전국교수대회'

 

3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 관계자들이 ‘졸속하고 일방적인 고등교육정책 추진하는 이주호 장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학 교수단체 대표들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글로컬(glocal) 대학 사업'과 '라이즈(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 등 시장만능주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이하 교수연대회의)'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부총리를 만나 대학 재정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넘기는 정책 기조에 반대 뜻을 밝혔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교육부를 규탄하는 서명 운동과 집단 행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교수연대회의는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국교조)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사교조)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이 연대한 단체다.

교수연대회의는 이날 면담을 마치고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소수 대학만을 남기고 전국의 대다수 대학을 존폐의 위기로 내몰 것이 불 보듯 뻔한 시장만능주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려 면담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지정된 대학에 5년 간 국고 1000억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세계적 수준의 지방대, Global+Local), 시도지사에게 교육부 등 중앙 부처 대학 재정 집행 권한을 넘기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이다.

교수연대회의는 면담에서 글로컬대학사업, 라이즈사업 등 교육부가 추진 중인 핵심 사업들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들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과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갈 것을 요구했다.

정부 정책이 겉으로는 ‘지방대 살리기’를 표방하나, 실제로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대학들이 도태되도록 방치하는 폭력적 방식의 ‘지방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 발전을 선도하고 지역대학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지방대 30곳을 선정해 2027년까지 5년 간 1곳당 1천억 원씩 투입하는 사업이다.
 
라이즈 사업은 정부의 대학재정지원 권한의 상당부분을 2025년부터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정책으로, 올해와 내년 5개 내외 비수도권 시·도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한 뒤 2025년에 17개 시·도로 확대된다. 2025년 지자체가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은 2조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연대회의는 “글로컬 대학 사업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으로 지역별로 많으면 2~3개의 대학에만 재정이 투입될 것”이라며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대학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교육부에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겉으로는 지역대학 생태계를 살리는 사업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나머지 대학을 시장에 맡겨 대규모로 구조조정하고 정리하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교수연대회의는 이런 우려를 이 부총리에게 전달했지만 이 부총리는 “글로컬 대학이 시발점이 되어 모든 대학을 끌어올릴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고 전했다.

교수연대회의는 "글로컬대학에게만 재정이 집중 투입될 것이고 나머지 대학들에게는 재정 지원을 안 한다는 것"이라며 "등록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지역 대학들이 어떻게 살아 남겠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4대 요건' 완화에 따른 강사들의 신분 불안정 문제 등을 함께 지적했지만 이 부총리에게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교수연대회의는 2025년부터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 2조원 이상의 집행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에 대해서도 “대학 통폐합 등 구조조정의 뒤처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주무부서인 교육부는 슬쩍 빠져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이 부총리에게 즉각 중단,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선재원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은 "우리가 개혁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 "교수들이 교육의 주체인데 전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10년 전과 같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성공하지 못한다' 지적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뿐만 아니라 사업을 준비하는 지자체와 대학 구성원 사이의 소통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른 참석자는 "대학 구성원과 합의된 바 없는 내용을 도지사가 라이즈나 글로컬대를 전제로 대학 통합을 추진하겠다 언론에 공표했다"며 "이런 부작용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연대회의는 3월 23일부터 4월 19일까지 교육부의 대학 정책 기조에 반대하는 '교수·연구자 1만인 서명 운동'을 벌인 뒤 4월 19일에 선언문을 발표하고, 스승의 날인 5월 15일에는 교육부를 규탄하는 '전국교수대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저지 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기자회견문 】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 대학정책 철회 및 공공적 고등교육정책 실현을 위한 
교수·연구자 1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기자회견

학문균형발전, 대학균형발전, 지역균형발전을 가져다 줄 
공공적인 고등교육정책을 우리 교수·연구자들은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우리는 3월 23일(목)부터 전국의 교수·연구자들이 공공적인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선언문에 대한 서명운동에 돌입한다. 이 서명운동은 다음 달까지 계속되어 4·19혁명 63주년인 4월 19일에 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발표할 것임을 밝힌다. 

지난 2월 1일 전국의 교수·연구자를 대표하는 7개 단체의 연대조직인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이하 ‘교수연대회의’)가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이고 시장주의적인 대학정책을 저지하고, 공공적 고등교육정책과 대학균형발전을 쟁취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이후 우리는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국회 토론회, 대언론 홍보 등을 통해 우리 입장의 정당성을 알리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고등교육정책을 일단 철회하고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에 부칠 것을 요구해왔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지난 2월 8일 전국 교수·연구자 1,056명의 서명을 받아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3월 22일(수) 오후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세종시의 집무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우리는 교수연대회의 출범과 동시에 장관 면담을 공식적으로 거듭하여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두 달 가까이 우리의 요청을 묵살하다가 국회의 압력 등에 떠밀려 겨우 만남에 응했던 것이다. 

우리가 이 장관을 면담하려는 목적은 세 가지였다. 첫째, 교육부가 교수와 학생 등 고등교육 주체와의 어떠한 소통도 없이, 정상적인 고등교육정책은 폐기한 채 일방적으로 졸속하게 강행 추진해온 대학관련 정책들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것이었다. 둘째 이렇듯 비민주적이고 졸속하며, 전국의 대학을 파국으로 몰고갈 시장만능주의적 대학정책들을 전면 중단하고 원점에서부터의 사회적 논의를 약속받는 것이었다. 셋째, 극소수 대학만을 남기고 전국의 대다수 대학을 존폐 위기로 내몰 시장만능주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고등교육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소통을 거쳐 지역과 대학이 진정으로 상생할 수 있는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을 약속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한대로 이주호 장관은 어제의 면담에서 현 정부의 파괴적인 대학관련 정책을 거둬들이고 좀더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기를 거부했다. 

우리는 교육부의 폭주를 막고,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바로 세우고 대학의 균형있는 발전과 미래지향적 혁신을 위해 대학 구성원들의 의지와 힘을 모아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교수연대회의는 앞으로 교수·연구자선언을 위한 1만명 이상의 서명운동 외에도 전국교수대회 등을 조직하여 치열하고 물러섬 없는 투쟁을 통해 대학을 시장논리로만 대하는 몰상식하고 야만적인 정책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또한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고등교육을 누리고 대학이 지역균형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공공적 고등교육정책 수립과 실행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1만명 이상의 서명을 목표로 하는 교수·연구자선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 정부는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령안과 소위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 및 ‘글로컬대학’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떠받칠 실질적인 대학균형발전을 위해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과 대학균형발전, 그리고 대전환의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진취적이고 공공적인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범부처적 고등교육정책 총괄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나, 정부와 국회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여 고등교육 재정을 OECD 평균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나, 대학의 기본 질서를 정하고 교육과 연구의 수준을 확보하는 기본적인 법률, 즉 「대학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고등교육을 다루는 법률 체계가 어지럽고 허술한 현실에서 정권과 장관에 따라 쉽게 바뀌는 즉흥적인 대학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학문정책과 인재양성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미 국회에 상정된 「국립대학법」을 깊이있는 논의를 거쳐 우선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하나, 정부와 국회는 학계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면서 대학과 고등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규제 완화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대학 간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을 초래할 시장주의 일변도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는 이상과 같이 지극히 정당한 대학인과 대학 사회의 요구를 1만명 이상의 교수·연구자 서명을 통해 보여주는 동시에 국민 여러분에게도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우리의 참뜻을 알려나갈 것이다.


2023년 3월 22일

전국교수연대회의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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