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처벌, 그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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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처벌, 그다음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3.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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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의 대안: 미셸 푸코의 미공개 강연록 | 미셸 푸코 지음 | 이진희 옮김 | 시공사 | 168쪽

 

감시 체계의 탄생과 발달을 연구한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그의 역작 『감시와 처벌』이 출간된 다음 해인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에서 ‘감옥의 대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책은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이 강연의 녹취본을 편집한 것이다. 

푸코는 강연에서 감옥이 끊임없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사회의 주요 처벌 장치로 살아남은 이유를 설명하며, 감옥의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정책들이 과연 감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제안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감옥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파헤치며 심도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감옥의 존폐 또는 대안이라는 단순한 의제를 뛰어넘어 사회 감시 체계의 현재와 미래까지 다각도로 살펴보게 된다. 현대의 사회 감시 체계는 인간을 물리적으로 가두는 데 그치지 않고 전자 감시 제도나 정보 공개, 위치 추적 같은 형태로도 뻗어나간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추적 과정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목격했다. 이 책에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까지 함께 실어, 푸코가 미처 다루지 못한 현대판 ‘감시와 처벌’까지 살펴보고 있다.

푸코는 강연에서 “새로운 사회를 꿈꾸지 않고서는 감옥을 개혁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감옥의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그저 범죄자 인권 보장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반과 구조를 뜯어보고 고민하는 과정이다. 20세기 위대한 철학자의 목소리에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2016년 5월, 영국 국정연설에서 ‘주말 전용 교도소’라는 새로운 교도소 정책이 발표되었다. 재소자가 평일에는 집에 머물면서 생업을 이어가고, 주말에만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이다. 2010년 설립된 노르웨이 할덴 교도소는 쇠창살 대신 높은 천장과 큰 창문을 만들고 조깅 코스나 음악 감상실에서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를 두고 “인권의 시대에 걸맞은 변화”라는 주장과 “호텔 같은 시설에서는 감옥의 본분이 이행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우리는 흔히 감옥이라는 말에서 모든 자유를 빼앗고 바깥세상과 철저히 단절시키는 공간을 상상한다. 실제로 아직 전 세계 대부분의 감옥이 그렇게 운영된다. 의식주, 운동, 직업, 심지어 인간관계에도 제약을 가한다. 이렇게 수감자들을 통제함으로써 감옥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위험인물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안전하게 수용하는 ‘감금’, 그리고 적합한 사회 구성원으로 재탄생시키는 ‘교정’이다. 그런데 실제로 감옥에서 이 두 가지 목적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는 다시 깊게 생각해볼 문제다.

지난 수십 년간 감옥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제기되었다. 2015년 8월, 당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전미 유색인 지위 향상 협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더 많이, 더 오래 가두면 사회는 더 안전해질까요?” “교도소를 나온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정상적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과연 범죄자들을 한곳에 가둬두는 것이 답인가? 범죄자는 감옥에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뉘우치고, 사회로 복귀한 후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가는가? 다른 사회 구성원들도 감옥이 두려워 범죄 의지를 잃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감옥보다 더 효과적으로 범죄자를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를 이루는 수단은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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