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훈민정음과 문헌 『훈민정음』을 문화중층론의 관점에서 해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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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훈민정음과 문헌 『훈민정음』을 문화중층론의 관점에서 해석하다
  • 백두현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3.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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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훈민정음의 문화중층론: 관점의 전환과 새로운 해석』 (백두현 지음, 경북대학교출판부, 1108쪽, 2023.02)

 

지금까지 문자 훈민정음과 문헌 『훈민정음』에 대한 연구 성과는 많이 축적되어 왔다. 저자는 선학先學이 일구어 놓은 성과에 힘입어 문자체계로서의 훈민정음과 문헌 『훈민정음』에 문화중층론의 관점을 적용하여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였다. 두꺼운 부피를 가진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 저자가 취한 연구 방법과 관점, 이 책의 연구 내용과 얻어낸 성과를 ‘저자의 관점’에서 소개한다. 


문화중층론이란 무엇인가?

훈민정음에는 다양한 학문 이론과 문화 요소가 중층적으로 융합되어 있다. 이 책에서 필자는 훈민정음에 내재한 융합성과 중층성을 드러내기 위해 문화중층론을 적용하였다. 문화중층론은 ‘문화’와 ‘중층’을 열쇳말로 삼아 문헌과 문자에 융합된 다양한 문화 요소를 분석하고, 이를 통합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문화의 중층重層’이란 ‘문화 요소가 중첩되고 융합되어 있음’을 뜻한다. ‘중층성’이란 여러 가지 요소가 겹겹이 쌓여 여러 층을 형성하고 있음을 말한다. 따라서 ‘문화중층성文化重層性’이란 ‘어떤 문화 요소가 중첩되고 융합되어 있는 속성’이다. ‘문화중층론’이란 ‘어떠한 대상에 문화가 중층적으로 녹아 있는 속성을 밝혀내고 분석하는 이론’이다. 

훈민정음에는 다양한 학문과 사상과 언어 문화가 녹아들어 있다. 훈민정음의 문화중층론은 문자 훈민정음과 문헌 『훈민정음』이 가진 중층적 문화 요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중층론의 기반은 실증적 연구에 두고 있다. 문헌 자료에 대한 분석과 문자 텍스트에 담긴 언어 현상과 구조를 분석하려면 엄밀한 고증과 실증적 연구 방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책의 ‘서장’에서 이러한 연구 방법론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필자는 훈민정음에 담긴 문화 요소를 언어문화, 특정문화, 사회문화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었다. 언어문화는 문헌 텍스트의 언어와 문자에 담겨 있는 문화적 특성을 뜻하고, 사회문화는 문헌에 내재된 사회적 특성을 가리킨다. 특정문화는 어떤 문헌의 중심 내용과 관련된 주제를 가리킨다. 특정문화는 문헌의 내용에 따라 구체화된다. 문헌 특정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어서 ‘특정 문화’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 세 가지 구성 요소가 문자 훈민정음과 문헌 『훈민정음』에 중층적 융합체로 녹아 있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각 층위에서 논구한 결과를 서로 관련지어 통합적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관점의 전환과 새로운 해석’은 무슨 뜻인가?

신영복 선생은 『강의』에서 “처지가 관점을 정하고, 관점이 생각을 결정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른바 「핑크대왕 퍼시Percy the Pink」 이야기는 관점이 곧 세상을 보는 안경임을 비유적으로 말한 우화이다. 문자 훈민정음과 문헌 『훈민정음』을 실증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여기서 나아가 해석학적 관점을 적용할 수도 있다. 문화중층론은 실증적 연구에 바탕을 두고 해석학적 연구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필자가 제안한 것이 문화중층론의 관점이다. 

필자가 훈민정음에 문화중층론이라는 관점을 적용하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훈민정음이란 문자체계에는 창제 당시에 성취된 다양한 학문론이 융합되어 있다. 중국에서 받아들인 성운학, 문자학, 성리학의 역리론이 훈민정음의 제자론에 융합되어 있고, 한자의 음훈을 이용하여 한국어를 표기해 온 차자법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둘째, 훈민정음에는 인류가 지향해 온 보편적 가치(민주성·과학성·철학성)가 내재되어 있다.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훈민정음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훈민정음에 대한 새로운 담론談論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이다. 담론은 하나의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언어적 사고의 틀을 보여 준다.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훈민정음을 고찰하는 것은 훈민정음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구성하고 해석을 찾는 일이다. 

셋째,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에는 15세기 중엽 조선어의 언어 현상과 당시의 학술·문화 요소는 물론, 이를 둘러싼 사회문화 요소가 융합되어 있다. 다양한 문화 요소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문화중층론은 문헌 『훈민정음』과 문자 훈민정음에 관련된 사회문화 요소의 연구에 유용한 이론이다. 

넷째, 훈민정음은 15세기 중엽에 창제되어 20세기에 이르는 동안 사회적 위상이 달라졌고, 문자로서의 용도와 사회적 역할에서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훈민정음 창제와 사용에 관련된 사회적 특성을 연구하는 데 문화중층론의 방법론이 유용하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관점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말소리와 이것을 시각화한 글(문자)의 관계에 있어서 말소리는 1차적 존재이고, 문자는 말소리를 기록하기 위한 2차적 수단이다. 문자로 기록된 글에는 인류가 일구어온 온갖 문화가 담겨 있다. 필자는 문자에 대한 제 학자의 관점을 검토하고, 크리스타 뒤르샤이트Christa Dürscheid의 연구를 중심으로 입말의 구어성口語性과 글말의 문어성文語性 간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였다. 독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문자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이에 따른 연구의 흐름을 확인하고 리쾨르Paul Ricœu의 해석학에 주목하였다. 문자와 기호에 대한 이러한 연구는 언어 체계 연구에 집중하는 소쉬르학파와 구별된다. 

“언어사는 문화사이다.”라고 한 메링거R. Meringer의 말은 인간 문화의 역사가 문자 텍스트에 담겨 있음을 말한 것이다. 바이스게르버L. Weisgerber는 언어와 문자는 사용 집단 공동체의 문화 자원이라고 보았다. 이희승은 문자는 “문화를 재는 척도”라고 하였다. 이러한 견해들은 문자에 중층적으로 융합되어 온 문화적 속성을 포착한 말이다. 필자가 훈민정음을 문화론적 관점 특히 문화중층성의 관점에서 연구하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필자는 훈민정음에 대한 실증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삼아 더 넓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해석학적 연구를 시도하였다. ‘새로운 해석’은 관점의 전환을 통해서 얻어내려고 하는 목표이다. 저자가 얻어낸 새로운 해석의 결과는 아래에서 간략히 예시할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훈민정음의 문화중층론』은 서장과 종장을 별도로 하고, 본문은 4개 부로 나뉘어 있다. 서장에서는 문자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서술하고, 문화중층론의 방법론을 설명하였다. 제1부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의 서지와 내용 구조를 논한 2개 장으로 구성되며, 본격적 연구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이다. 제2부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텍스트에 나타난 언어 현상을 논하는 3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어문화 층위론에 해당한다. 

제3부는 해례본의 중심 주제인 제자론을 논한 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문화 층위론에 해당한다. 훈민정음 창제의 학문적 배경, 제자 과정의 작업 단계, 훈민정음에 내재된 보편적 가치의 규명, 훈민정음에 녹아든 융합 요소들의 분석과 해석이 제3부의 중심 내용이다. 3부 1장에서는 훈민정음 제자론의 바탕이 된 세종대의 학문 연구의 내용과 수준을 조선왕조실록과 『동국정운』 등 운학서의 서문을 통해 파악하였다. 2장에서는 훈민정음 창제의 작업 단계 재구성하고 단계별로 적용된 제자론의 특성을 논하였다. 제자론과 제자 작업 단계를 관련지은 표를 그려 전체 작업과 제자 원리의 상관성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만들고, 각 단계의 작업 내용을 순차적으로 논하였다. 

3장에서는 훈민정음 제자론에 융합된 학문론을 분석하여 문자체계에는 우리말을 분석하고 표기해 온 차자표기의 경험, 중국에서 가져온 성운학과 문자학 이론, 주역에서 가져온 역학적 성리론, 세종이 창안한 독창적 음성 분석법 등 다양한 학술 요소가 융합되어 있음을 밝혔다. 이는 오늘날의 자동차 혹은 휴대전화가 온갖 기술의 융합체인 점과 유사하다. 4장에서는 훈민정음의 창제 목적에는 민주성이란 보편 가치가 태생적으로 내재해 있고, 훈민정음 제자론에는 과학성과 철학성이라는 보편 가치가 내재해 있음을 말하였다. 그리고 민주성, 과학성, 철학성의 가치가 역사적으로 실현되어 가는 과정과 이것이 갖는 의미를 논하였다. 제5장은 『훈민정음』 해례의 제자론制字論을 비판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비판에 대한 해명을 시도해 보았다. 제3부는 훈민정음 제자론을 몇 가지 다른 관점에서 논구한 것으로 훈민정음 제자의 핵심을 파헤치고 이에 대한 해석을 제시함으로써 문화중층론의 지향점을 보여 주었다. 

제4부는 훈민정음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특성을 논한 5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4부 1장에서는 세종시대의 정치와 훈민정음 창제의 배경을 고찰하였다. 세종이 즉위 직후에 민생을 돌보기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신하들에게 제안서를 내게 하였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제안 내용을 분석하여 도표로 제시하고 그 의미를 논하였다. 2장은 훈민정음 창제 주체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친제설과 협찬설의 타당성을 검증하였다. 창제 주체와 관련된 문헌 기록을 종합 정리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여 각 자료가 가진 신뢰도를 수치로 평가하여 계량화하는 방법을 도입하였다. 3장에서는 훈민정음 창제 목적에 관한 여러 주장을 재음미한 후 여러 가지 창제 목적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4장에서는 최만리 등의 언문 반대 상소문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상소문에 내포된 정보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5 장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후대에 활용된 양상을 조선시대 학자들의 저술을 통해 살펴보았다. 

종장終章에서는 이 책의 논구 성과를 장별로 요약하고, 층위간 통합적 해석에 알맞은 중층성 여섯 개를 선정하여 그 의미를 논하였다. 그 여섯 개는 훈민정음에 담긴 문자유형론적 중층성, 제자론의 중층성, 창제의 작업 단계에 나타난 중층성, 자형에 융합된 제자론의 중층성,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텍스트의 반영된 물리적 중층성, 언문 반대 상소문에 담긴 중층성이다. 통합적 해석과 함께 본론 곳곳에 흩어져 기술된 훈민정음 창제 전후의 사건·정책·서적 편찬의 역사적 사실을 표로 정리하고, 각각의 사실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였다.


이 책이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이 책의 특징은 지금까지의 연구 중 가장 넓은 시야에서 훈민정음에 접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텍스트에 반영된 언어문화의 특성과 역사적으로 쌓여온 문화적 중층성을 밝혔다. 제자론에 융합된 다양한 학술문화 요소와 그 의미를 해석하였다. 한글의 기원에 대한 학설이 분분했던 것은 훈민정음 문자체계에 다양한 학술문화적 요소가 융합되어 있었고 이 중에 어느 하나에 초점을 둔 여러 학설이 분출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훈민정음 문자체계에는 서양 음소문자(알파벳)의 원리와 동양의 상형법이 융합되어 있다. 1669년에 송이영宋以穎이 제작한 혼천시계渾天時計는 서양 기술인 톱니바퀴 운동 원리와 동양의 전통 방식인 혼천의가 융합된 것이다. 이 시계는 훈민정음 창제의 융합적 전통을 계승한 것처럼 보인다.

훈민정음 제자론을 과학성과 철학성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제자론의 과학성은 자모 음절표(=반절표)라는 가장 쉬운 한글 학습자료를 만들어 낸 이론적 바탕이 되었고, 400여년 동안 방치되어 온 한글이 민간에서 자생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글의 민주성과 과학성은 한글이 긴 세월 동안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었다. 

훈민정음 창제 목적을 민주성이라는 보편 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민주성의 역사적 실현 과정과 이것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해석했다. 훈민정음의 민주성은 전근대 사회에서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였으나 위로는 임금과 왕실로부터 아래로는 노비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의 전 계층이 사용한 문자였다. 이것이 전근대 사회에 실현된 훈민정음의 민주성의 특징이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는 문명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길을 놓은 것이자 씨앗을 뿌린 것이었다. 갑오개혁 이후부터 언문이 국문으로 승격되면서 한글은 공론장의 매체가 되어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근대화를 이루어 내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한글이 한국인의 지식 역량과 문명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한글에 내재된 철학성(삼재론, 오행론 등)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조화를 지향하는 자연철학의 하나이다. 환경 문제로 위기에 부딪힌 오늘날 지구의 현실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특징으로 하는 한글의 철학성은 지구적 과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미래 가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세종이 행한 작업 단계를 표 형식에 담아 재구성하고 각 단계의 작업 내용과 주역 기반 성리론의 상관성을 고찰하였다. 그리하여 주역 기반 성리론이 문자 창제 이후 이론적 포장을 위해 분식粉飾한 것이 아니라, 경연을 통해 세종과 신하들이 독파한 성리대전의 주역 이론이 창제 과정에서 작용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 점은 주역 계사전에 기술된 주역의 네 가지 효용성 중 제기론制器論에 바탕을 둔 것이며, 이러한 방법론이 전통 건축, 태극기 제작, 각종 기기 제작과 제도의 제정制定에 공유된 특징임을 말하였다.

사회문화 층위에서 갖는 훈민정음의 특성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여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냈다. 세종의 민생 정책 맥락 속에서 훈민정음이 창제되었음을 사료를 통해 논증하였다. 훈민정음 창제가 갖는 대명 외교상의 문제, 한문자를 모르는 백성들이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문자를 만들어 주려고 한 세종의 의도와 이를 반대한 양반 관리들 태도를 논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훈민정음 창제가 세종의 ‘비밀’ 프로젝트가 아니라 ‘개인’ 프로젝트라고 보았다. 훈민정음을 강하게 반대한 최만리 등 언문 반대 상소자들의 인식은 대부분의 양반층이 가졌던 태도였고, 『훈민정음』이 단 한 번만 간행되고 사라져 버려 극귀極貴한 책이 된 배경이 된 것이라고 보았다. 

훈민정음 창제 주체에 대한 친제설과 협찬설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된 자료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각 자료의 신뢰도를 계량화하고 정성 평가하였다. 그 결과로 나온 수치는 친제설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세종실록의 훈민정음 창제 기사에 기술된 내용을 통해 창제의 범위를 설정하고 이 내용만으로도 세종 친제라고 인정할 수 있음을 논하였다. 또한 훈민정음 창제의 주목적이 한자음 표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어음 표기에 있음을 논증하고, 창제 목적 개념도를 그려 이 점을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하였으며, 교정 한자음 표기와 한어 한자음 표기도 창제 목적의 일부로 수용하였다.

후대 학자들이 『훈민정음』의 정음편을 이용하여 운학을 연구하였고, 이들이 저술한 학술서에서 정음해례편의 내용을 이용했는지 검토하였다. 신경준의 상형설이 해례본의 상형설과 차이가 있지만 해례본과 가장 근접한 것이라고 보았다. 남극관(1689~1714)은 그의 문집 『몽예집夢藝集』에서 『훈민정음』이란 책을 언급했다. 그리고 정동유의 아들 정우용鄭友容(1782~?)이 집안 동생뻘인 정원용에게 쓴 편지에는 해례본을 구해 보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찾아다닌 노고 끝에 드디어 소장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고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정우용의 이 편지는 『훈민정음』이란 책이 얼마나 드문 것이 되었는지 증언해 준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문자 훈민정음과 문헌 『훈민정음』 그리고 정음편을 번역한 훈민정음 언해본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을 선행 연구를 이용하여 요약 제시하고, 새로운 해석을 덧붙인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명실상부한 ‘고전’이다. 세계기록유산에 올랐으니 세계가 인정한 명고전이다. 고전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해석을 허용한다. 훈민정음 역시 그러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문화중층론이라는 관점에서 훈민정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탐색하였다.

 

백두현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경북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훈민정음학회 회장 및 국어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훈민정음과 옛 문헌 속에 담긴 한국어의 모습, 필사본과 간본을 망라한 한글 문헌 자료, 한국인의 어문생활사, 석독구결 등을 연구해 왔으며, 한글문화유산의 가치를 밝히고 이를 국내외에 널리 알려 한글 문화의 성숙을 위해 노력해 왔다. 주요 저서로는 『영남 문헌어의 음운사 연구』, 『현풍곽씨언간 주해』, 『음식디미방 주해』, 『석독구결의 문자체계와 기능』, 『한글문헌학』, 『현장방언과 문헌방언 연구』, 『국어 음운사와 어휘사 연구』, 『한글생활사 연구』 등이 있다. 지금은 ‘한국 어문생활의 역사’, ‘한글 학습자료와 문해율의 변천’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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