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의 생존을 위한 근원적 방향성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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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학의 생존을 위한 근원적 방향성 찾기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 승인 2023.03.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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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올해 부산지역 4년제 15개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5.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3.2%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미등록 인원도 지난해 2,186명보다 924명 감소한 수치이다. 이런 현상은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대학에서도 조금의 편차는 있지만 대동소이한 결과로 나타났다.

신입생의 충원율이 지난해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하나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내년 2024학년도 4년제 대학 모집 인원은 34만 명 정도인데, 여기에 전문대 입학 인원까지 합치면 전체 정원은 약 47만 명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만 18세 학령인구 추계를 분석한 결과 2024학년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약 37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원보다 약 10만 명이 부족한 셈이다. 그리고 2025년부터 2031년까지 40만 명 안팎을 유지하다가 다시 계단식으로 급감해 2040년부터는 3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래서 대학교육연구소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지역 사립대 전체가 폐교 위기에 처하고, 이로 인해 지방 소멸 사태가 더욱 가속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지역대학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 지 제법 되었다. 몸부림의 강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그 해결책은 아직도 미지근한 상태이다. 근본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학생 수를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이니 현실적인 해결방안의 모색은 학과 통폐합을 통한 학생정원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별로 학생정원을 줄인다고 지역대학이 만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지역대학의 위기문제는 지역대학 자체만으로 해결해 나가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즉 각 대학이 각개전투에 가까운 전략만으로는 지역대학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가 힘들다. 이는 우선 지역 대학끼리의 협력체제를 서둘러야 함을 말한다. 여기에는 국·사립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국·공립대학만 살아남는다고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국·사립 지역대학이 함께 위기 극복의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각 지역대학들이 자기 대학만의 문제해결에 전력을 쏟을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대학이 위기에 처하면서 그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이 함께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상황을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즉 대학이 만난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지역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라는 사실을 이 시대의 절박한 위기상황으로 새롭게 인식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지역대학들은 그 대학이 자리한 지역사회에 대한 발전에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인가?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그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는 지역사회에 대학이 존재하고 있다는 정도의 존재성을 드러내는 선에서 각 대학별로 각기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금 대학이 처한 상황은 이러한 지금까지 각 지역대학들이 그 지역과 연계해서 펼쳐온 일회적인 명목상의 봉사 정신으로는 대학이 지역을 회생시킬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개별 대학의 힘으로는 지금 지역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의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고 무겁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대학들이 함께 힘을 모아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지역대학발전 모델을 세워나가야 한다. 각 지역대학이 가진 다양한 연구역량과 교육을 통해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것인지를 체계화해나가는 시스템을 새롭게 구상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에는 기존의 대학끼리의 경쟁체제보다는 협력체계를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체제가 지니는 강점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현재 지역대학들이 처한 현실은 지역대학이 소멸하지 않고 각 대학이 지닌 특화된 학과들이 지역의 산업체에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양성해내어 지역 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각 대학별 역할을 분담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역대학들이 개설해 놓은 중복 학과를 과감하게 줄이고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적절한 수준으로 양성해서 배출시키는 지역인재양성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도 현재의 지역대학들이 서로 뼈를 깎는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과정을 잘 통과하기 위해서는 한 지역 내에 소재한 대학들은 현재 각 대학들이 처한 현실을 터놓고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고통을 서로 함께 지고 가는 지역대학 협력체제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결국 각자도생으로 경쟁시스템 속에서 함께 자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지역대학들의 협력체제가 선결되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대학이 소재한 지역민들의 협력체제 구축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역대학이 지역의 발전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과 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추진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힘을 받아야 대학이 그 지역에서 생존력을 키워 나가갈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은 지금까지 그 지역 주민들에게 심겨진 대학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시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사립대학이 그 지역주민들에게 안겨준 기업으로서의 대학 이미지를 씻어내는 자기갱신이 선결되어야 한다. 사립대학 하면 대학 비리의 산실처럼 인식되어 있는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국·공립대학은 공무원이 된 철밥통의 이미지부터 털어내어야 한다. 현재 지역대학이 안고 있는 위기 극복을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풀어나갈 때, 진정한 지역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및 고신대 석좌교수.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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