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발달과 현대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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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달과 현대 생물학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3.03.1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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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 김환규 교수의 〈과학에세이〉

 

현미경의 발명에 의해 미생물이 발견되었고 모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가 세포라는 세포설이 제기되었듯, 생물학은 새로운 도구의 출현 및 기술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하여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학문과 산업 전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다. AI는 인류보다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디자인된 컴퓨터 과학 분야의 기술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AI와 생물학 연구 분야도 공진화하고 있다. 생물학 분야에서 AI의 적용에 의해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개인의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의약품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AI에 의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로 자료를 수집, 통합∙분석하고 포괄적인 예측 모델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AI의 발달에 따라 이미지, 언어와 문자 인식 분야에서 많은 혁신이 이루어졌으며, 생물학 분야 역시 AI에 의한 지식의 통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생명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야가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의 조류 행동학 연구에서는 소수의 개체에 ‘추적 장치’를 부착하여 이동 추적과 사회적 네트워크 등을 분석하여 조류의 사회적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AI가 적용되는 현재의 연구는, 조류의 환경에 대한 적응도와 개체 사이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파악하고자, 번식 패턴, 교신, 이동, 유전적 요인, 바이오마커, DNA 염기서열 등 다양한 범위의 생물학적 요소와 비디오 촬영, 음성 녹음, 추적 장치 부착 등을 통한 공간적 요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전은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풀을 찾아다니는 많은 초식동물 행동의 계급적 결정 모델에도 AI를 이용할 수 있다. 한 생명체의 표현형을 예측하는 것은 분자에서부터 생명체의 주변 환경까지 다중의 생물학적 조직 체계를 아우르는 정보의 통합이 요구된다. 표현형 예측에 대한 AI의 적용은 DNA 염기서열 자료, 계통학적 정보와 환경 요인 같은 이질적 자료와 실험에 앞선 유전자의 기능 예측을 통해 표현형을 생성하는 입력 요인을 밝히고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세포의 이미지, 유전체학, 후생 유전체학, 단백질체학, 대사체학, 토양에서의 메타유전체학 같은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수집된 자료를 통합∙분석하여 옥수수 같은 작물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 내 결정 인자 및 경로 또는 표현형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하며 잠복기가 있는 감염성 질병의 발병, 확산과 변이 추적 및 통제에도 AI 기술이 기여하고 있다. 인류는 2020년부터 AI와 머신러닝 기법을 COVID-19 연구에 적용하였다. 전통적인 모델링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자주 노출되며, 이질적인 자료들을 통합하기 매우 어렵다. 컴퓨터 능력의 빠른 개선과 인구학, 역학과 인류 이동 자료의 광범위한 이용가능성과 함께, 감염성 질병 특히 COVID-19에 대한 AI 적용은 보편적인 도구가 되었다. AI와 머신러닝은 통합된 사례 자료를 분석하여 실시간으로 질병 매개 변수를 특정할 수 있도록 해주며, 이것은 팬데믹 진전에 대해 보다 정확한 예측을 이끌어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현재, 인류는 약품 처방 및 복용에서 성별, 연령, 체중 등 환자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 프리 사이즈식 지시를 따르고 있다. AI 플랫폼은 디지털화된 환자의 모든 건강 기록에 접근하여 맞춤형 의약품 제조 및 처방 같은 최선의 치료 계획을 제시할 수 있게 한다. 여러 변수에 대한 통합적인 해석을 통하여 AI는 의사에게 투여 약품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또는 감염원이 돌연변이 되었다면 치료 방법을 수정하여 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미국의 엔리틱(Enlitic)사는 AI를 이용하여 병력, 이미지, 혈액 및 심전도 검사, 유전체 정보 등의 기록을 통합∙분석하여 환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처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020년 1월 11일에 중국 연구자들이 COVID-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최초로 발표했으며, 이틀 후인 1월 13일에 생명공학 회사인 모더나는 이 정보를 이용하여 코로나 백신 개발 디자인을 완성하였는데, 이것은 AI와 머신러닝의 발달로 가능하였다.

 

알파폴드가 해독한 여러 단백질의 3차원(3D) 구조. 다양한 단백질 구조를 통해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기능이 구현된다. 사진=딥마인드

인류는 현미경을 이용한 이미지 분석, 단백질 구조 예측과 약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넓은 생물학 영역에서 AI를 적용하고 있다. 생물학에서 AI의 활용 증가는 PubMed에서 ‘AI’,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대한 탐색 결과만 보더라도 명백하다. 인류는 AI 기반 AlphaFold 프로그램을 통해 아미노산 서열에 근거하여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AlphaFold는 단백질 구조의 물리 및 생물학적 지식을 조합한 ‘신경 네트워크’를 적용하여, 비교 가능한 유사한 단백질 구조가 없을 때조차도 거의 원자 수준에서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AlphaFold는 단백질의 구조 예측을 통해 질병의 치료에서부터 생명의 진화과정에 수반된 효소를 이해하는 것까지 생물학의 모든 영역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AI에 힘입어 생물학은 프로그램화가 가능해졌다. DNA 염기서열 결정과 합성에 드는 비용은 지난 몇십 년 동안 매우 저렴해졌으며, AI는 생물학자들에게 생명 현상의 규칙을 해독할 능력을 향상시켰고, CRISPR 유전자 편집 도구를 통해 생명체를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DNA를 읽고 쓸 수 있는 생물학자들의 능력은 물리적 유전 자료에 국한되었으나 AI는 그 물리적 제한을 제거하였다.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조 개의 세포들이 상호작용하고 교신하는데, 이러한 과정에 대한 지식 획득 과정은 비효율적이고 더뎠다. 전통적으로, 생물학 지식은 과학적 방법론을 이용한 실험 또는 발견으로부터 얻어졌다. 이전의 생물학 지식은 미끼를 달고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단선적으로 수집되고 해석되었으나, 현재는 저수지의 물을 모두 빼낸 다음 그곳에 있는 모든 물고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양적 생물학(mass biology)의 시대로 전환되었다. 

 

의약품 및 환경 등 합성생물학은 다양한 파생 분야로 인해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받는 기술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엄청난 양의 생물학 자료로부터 통합된 지식을 끌어내는 AI의 능력은 생물학 전 분야를 변혁시키고 있다. DNA, RNA와 아미노산 서열의 결정 및 정량을 포함한 생물학적 자료의 수집과 해독 방법의 발달은 전적으로 AI의 진보에 의해 가능해졌다. ‘자가 개발(self training) AI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인간의 ‘시행-착오’ 방법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독특한 생명 현상을 신속하게 탐색하여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AI의 발달에 따라, 인류는 합성생물학과 생물공학에 바탕을 둔 기관 합성, 다양한 의약품과 생물학 관련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4조 달러의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AI는 탄력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AI는 페트리 접시에서 고기를 합성하거나, 청정 연료 및 환경 친화적 비료 생산 같은 생태계 친화적인 지속 가능한 개발과, 생물학적 위협을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기법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농부들은 AI-기반 영농 기법으로 부산물을 줄이면서 생산물을 증가시키고, 적절한 시기에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AI에 기반한 인간 유전체 사업(HGP)은 인류의 생명 현상에 대한 인식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HGP 사업에 의해 얻어진 기본적인 염기서열 정보 외에도 돌연변이, 유전자 상호작용 패턴 등 방대한 자료는 새로운 차원의 바이오뱅크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유사하게, 인간 마이크로비옴 사업(HMP) 결과 연구자들은 건강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약 100조 종류의 미생물을 확인하였다. 이런 이유로 연구자들은 새로운 차원의 AI-기반 유전 자료의 수집, 저장 및 분석이 가능한 세계 차원의 바이오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AI는 현 시대의 인류를 물 위에 계속 떠 있게 하는 서프보드이다. 통계학이 20세기의 생물학을 변혁시켰다면 21세기 생물학은 AI에 의해 혁명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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