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과학 사상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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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과학 사상의 의미
  • 오준영 단국대학교·과학철학
  • 승인 2023.03.1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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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과학적 세계관과 과학사상의 이해』 (오준영 지음, 연세대학교 출판문화원, 504쪽, 2023.02)

 

과학의 변화는 그저 과학 이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과학 이론이 발전하거나 진화한다면, 마찬가지로 진화하는 과학 이론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도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세계가 어떻다고 판단하는 어떠한 암묵적 믿음을 가지게 되거나 또는 원래의 믿음이 다른 의미를 가진 믿음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믿음은 형이상학적 믿음으로 과학이론의 암묵적인 전제가 되어 우리가 자연 세계를 바라보는 안경인 과학적 세계관이 되는 것이다.

이 저서는 이러한 과학적 세계관의 역사적 진화 과정을 탐색함으로써 우리 인간의 과학적 세계관의 변화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이 저서는 세계관의 틀이 결정되는 형이상학적 믿음의 변화를 토대로 과학 사상을 살펴본다.


Ⅰ. 서구 과학사상사 흐름의 이해

전통적인 서구의 과학적 이성은 변화에서 불변을 찾으며, 다수에서 하나의 원형을 찾는다. 불완전한 것에서 완전을 찾으며, 구체적인 것들에서 추상적인 것을 찾아내려 한다. 이와는 반대로, 현대 과학으로 전통적인 엄격한 결정론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가능성’이니 ‘우연’과 같은 의인화된 개념이 필요하다. 

고중세의 목적론적 설명에서, 근대의 인과론적인 설명으로, 그리고 현대의 변증법적인 설명으로 과학 사상사의 흐름을 말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의 영원한 불변성의 가치로, 이는 변화하지 않는 유클리드 기하학적 학문 정신은,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질서를 중요시하는 서구의 자연과학 법칙과 이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Ⅱ. 우주적 합목적성을 인간의 이성을 통하여 세계를 이해

고대 그리스인들은 존재론적인 믿음으로서 우주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고정된 집이며, 그 안에 있는 물질들은 어떤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우주적 합목적성은 인간의 이성을 통하여 이해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세계관이 대표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유기체적 세계관에서 생물 유기체들은 다양한 신체들을 함축한다. 우주는 곧 질적인 세계라는 것이다. 또한 개별적인 인간들이 각각의 소우주이고, 우주 전체가 대 우주라는 유비를 바탕으로, 질적이고 유계가 있는 자아실현의 생물 영혼의 세계관으로서 유기체적인 우주를 이해했다. 즉 인간 본인이 유기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비적으로 우주 또한 유기체라고 본 것이다.

즉 우리 인간자신을 위하여 세계가 존재한다는 어린 시절의 마음과 같은 우리의 의도가 스며있는 세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에 감추어져 있는 목적에 접근하는 방법은 수동적인 관찰자가 되어야 했다.


Ⅲ. 고대 원자론의 부활인 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 

근대로 오면서 근대인의 세계관에서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기계이고, 수동적인 우주라고 보았기 때문에 이성적인 신이 자연과 과학의 법칙을 만들었을 뿐, 이신론적 관점으로서 신이 세계를 창조한 이후에는 세계의 운행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신이 자연의 법칙을 만들었다고 보며, 모든 것들은 신이 만든 법칙에 따라서 움직인다고 믿었기 때문에 처음에 창조된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즉 자연이라는 세계는 신이 기계처럼 어긋나거나 변하지 않는 요소로서 만들었고, 그것이 곧 법칙이 되었으며 이 세계를 기계처럼 작동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 근대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우주를 시간에 따라 작동되는 시계 장치와 기계들을 유비로, 양적이고 상호작용만 있는 물리적인 기계론적 세계관으로서 이해했다. 그렇기에 자연의 질적인 차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세계 어느 곳이든 질적으로 단일한 것은 한 가지 물질만 있고, 기하학적인 구조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계관에 따른 과학이론의 위치

Ⅳ. 모든 것을 변증법적으로 정리, 종합하는 현대과학

근대에서는 신이 만든 법칙에 따라 처음 만든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보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변화하고 융합한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는 시간에 따른 역사를 유비로, 모든 우주는 고정 불변보다는 변증법적으로 통합되는 전체론적인 세계관으로서 이해된다. 현대의 과학적 세계관은, 과학의 전통적인 가치인 자료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개입되는 낭만주의, 자연주의 사상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다윈의 진화론은 생성과 변화를 강조하는 자연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또한 지구과학의 혁명인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은 정적 지구모형을 벗어나 동적인 지구모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지구과학의 진화론적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는 절대적인 시공간을 전제로 하지 않고, 물체와 에너지에 기인한 중력장이라는 공간이 휘어져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별도의 형이상학적 전제인 절대적 시공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시공간을 통합했다는 것은 상대성이론을 구성하는 이론 간에 서로 필연적으로 단단하게 결합되었다는 의미에서 정합적이고 미적인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융합은 곧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순된 것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역할을 한다. 즉 융합을 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얼굴 중에서 코 하나만을 볼 때보다 눈과 코, 입이 모두 합쳐진 상태의 얼굴을 보았을 때 비로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처럼, 서로 독립되어 있으면 각각 하나의 기계일 뿐이지만 이것들을 다 결합해서 본다면 그것이 곧 예술이자 아름다움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주 또한 통찰력 있게 서로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영향력을 주고받는다. 즉 팽창하는 우주는 계속해서 융합되어 생성되기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우주를 기계로서 보지 않고 예술 작품으로서 보아야 진정한 우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처럼 선한 신도 없으며, 근대처럼 이성적이고 차가운 신 또한 없다. 통일된 원리가 곧 신이며, 신이 없어진 자리에 자연의 법칙이 들어간 것이다. 따라서 신의 속성이 없기 때문에 신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현대에서의 신은 결국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가가 된다. 즉 미적 가치로는 통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소립자 세계인 양자역학에서는 물질이 ‘파동으로서의 성질’을 강하게 나타낸다. 따라서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관측 결과의 애매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것은 소립자 세계에 존재하는 ‘원리적, 본질적인 불확실함’이고 양자역학이 초래한 발견 중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역학은 이러한 실용적으로 확률적인 세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와 생성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계(물질)는 우리(마음)와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보다는 세계와 우리의 정신은 서로 하나가 되어,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되고 생성되는 우연적인 요소가 가미된 확률적인 세계라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과 독립된 자연의 질서라기보다는 인간의 마음이 개입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학적 세계관은 계속해서 진화했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적 세계관에는 질서가 있었고, 진리가 있었다. 이는 논리적이기도 하며 수학적이기도 하다. 이때는 우리들은 자신의 생각으로 우주가 돌아간다고 믿었다. 반면에 근대의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모든 것이 기계화, 체계화되어 있었고, 예측한 대로 수립이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과학 이론이 마치 데이터로서 표현되었기에 변하지 않았다. 이때 우리들은 변하지 않는 요소로 이루어진 자연의 진리를 찾았고, 어느 하나도 저절로 된 것이 없었기에 인과 결과를 반드시 따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현대의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각각 보존되어 따로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성되고 융합할 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보존되면 변하지 않기에 보존보다는 생성이었다. 세계관의 이러한 역사적 진화는 곧 인간의 변화이며, 인류 사상의 근본적 전환이다. 과학적 세계관이 역사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우리 인간 또한 각각의 세계관과 함께 살아가고 나아가며 발전한 것이다. 그 인간의 변화 과정이 고대, 근대, 현대의 과학적 세계관에 포함되어 있듯이 과학 사상의 발전은 곧 인간의 발전이 되기에, 이러한 과학적 세계관의 역사적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 알아봄으로써 우리 인간의 변화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음에 의의를 지닐 수 있다.

자연에는 숨겨져 있는 질서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토대로, 그 질서에 접근하는 방범으로, 그러한 자연의 질서를 찾고자 고대 그리스의 수동적인 관찰자에서, 근대의 능동적인 관찰자로의 변화와 확장으로, 무엇보다도 계몽주의적 사상을 넘어, 관찰자의 마음도 개입된다는 낭만주의적이고 자연주의자적인 현대과학의 관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좀 더 낭만적으로 과학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단순히 먼 과거의 스토리 위주의 과학사보다는 그 당시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사상사로 기술하고자 하였다. 


오준영 단국대학교·과학철학

한양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 분야 전임 교수 역임. 정년퇴임 후 현재는 단국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연구교수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학부에서 과학사상사를, 대학원과 교육대학원에서 과학철학을 교육하고 있다. 최근의 주요 논문으로 “Understanding the Scientific Creativity based on various Perspectives of Science”(Axiomathes vol.32, no.6), 저서로 Conceptual Features of Einstein’s Theory of General Relativity based on the Philosophy of Science(New York: Nova Science Publishers. 2022), 그 외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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