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의회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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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의회 선거제도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3.1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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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선거제도마다 장단점이 있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결합한 모델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지역구선거를 통해 지역민의 직접대표를 뽑으면서도 전국수준에서 득표-의석 간 비례성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모델을 따랐던 여러 국가에서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독일 내에서도 제도구성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의원정수가 지나치게 증가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형으로 꼽히는 독일 선거제도의 작동방식을 살펴보고, 최근 독일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도개편 논의를 소개하는 ‘이슈와 논점’ 보고서 <독일 연방의회 선거제도>(저자: 허석재 입법조사관)를 지난달 17일 발간했다. 

선거제도는 크게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로 나뉜다. 다수대표제는 의석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사표가 발생하는 대신 선출직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 용이하고, 비례대표제는 득표-의석 간 비례성이 높은 대신 정당난립의 위험이 있다. 이러한 두 제도를 결합한 것이 혼합형 선거제도이다. 지역구 소선거구와 정당명부 비례대표 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우리나라도 혼합형 국가에 속한다. 독일은 혼합형 선거제도의 원형(archetype)을 제공한 국가이다. 

독일은 혼합형 가운데서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결과가 연계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오랜 기간 병립형을 사용해 온 한국에서도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제도개편 논의는 연동형 전환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결국에는 총 의석의 정당명부에 따른 의석배분을 절반만 적용하는 소위 ‘준연동형’이 채택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현행 ‘준연동형’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독일식 연동형을 대안으로 고려한다면 지역구 대비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높아야 하고, 후보자 공천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요약】

■ 독일 연방의회 선거제도

후보자에 대해 투표하는 다수대표제와 정당에 대해 투표하는 비례대표제를 함께 시행하는 혼합형 선거제도는 병립형과 연동형으로 나뉜다. 병립형(MMM: Mixed Member Majoritarian System)이 지역구선거와 비례대표선거를 분리하여 의석을 산정하는 데 반해, 독일의 연동형(MMP: Mixed Member Proportional System)은 각 정당의 총 의석수가 비례대표선거 결과로 결정된다. 정당별 확보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인을 뺀 나머지가 비례대표로 채워지는 것이다.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할당되므로 득표-의석 간 비례성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구 중심의 선거를 통해 정당 간 구심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도 가지게 된다.

▶ 당선인 결정방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특징은 유권자의 투표를 의회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에 있다.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명부에 대해 투표를 하지만, 정당별로 차지하는 의석은 비례대표선거 결과를 따른다. 독일은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의 순위를 정하고 유권자는 정당에게만 투표할 수 있는 폐쇄형 명부를 사용한다. 유권자는 주 단위 정당명부(Landeslisten)에 대해 투표하지만, 각 정당에게 돌아가는 의석수는 전국수준에서 비례적으로 결정된다.

의석배분은 두 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에서 각 당의 주 명부에 대한 제2투표를 기준으로 정당별 할당의석이 배정된다. 주 명부로 할당받은 의석보다 주내 지역구 당선인수가 많은 정당은  초과의석(Überhangmandate)을 인정받고 비례의석은 배분받지 못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전국단위에서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률이 일치하도록 조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초과의석을 얻었거나, 특정 지역에 집중된 지지로 인해 전국수준에서 볼 때 과다대표된 정당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시정하기 위해 득표와 의석 간 비례성이 충족될 때까지 다른 정당들에게 보정의석(Ausgleichsmandat)을 배분한다.

1, 2단계 모두 정당 득표수를 생뜨-라귀 제수(除數)로 나누어 얻은 몫이 큰 순서로 의석을 배분한다. 의석할당은 지역구 3석 이상 혹은 전국기준 정당명부 득표율 5%이상인 정당에 한해 이루어진다. 비교적 높은 최소득표기준(threshold)을 적용함으로써 비례적 의석배분으로 인한 정당 파편화 효과를 제어하고 있다.

▶ 의원정수와 선거구획정

의원정수는 「연방선거법」(Bundeswahlgesetz) 제1조 규정에 따라 지역구 299명, 비례대표 299명이지만, 초과 및 보정의석으로 인해 실제 의석수는 유동적이다.

지역선거구의 획정은 주의 경계 안에서 이뤄져야 하고, 전체 선거구의 평균인구수를 기준으로 상하 편차가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대통령이 연방통계청장, 연방행정법원 판사 등을 포함하여 구성하고, 획정보고서는 연방하원의 임기 개시 후 15개월 이내에 제출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인구편차 기준이 없었다. 1961년에 독일 헌법재판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지역선거구간 인구불균형(malapportionment)이 정당 별 의석배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1963년에 선거구 평균 인구수의 ±33⅓%를 벗어나는 획정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고,  이후  입법을  통해  1964년 ±25%, 1996년 ±15%로 강화돼 왔다.


■ 독일 선거제도의 특징과 쟁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후 독일의 정치안정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었다. 여러 나라가 독일을 본떠 연동형을 도입했지만, 뉴질랜드를 제외하면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역구 의석 점유율이 높은 대정당이 비례대표 의석확보를 위해 위장명부(decoy list)를 제출하거나, 반대로 지역구선거에서 연합 대상인 다른 정당의 후보자를 지지하도록 전략적 분할투표(strategic vote-splitting)를 독려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같이 연동의 고리를 끊는 전략은 1인 1표제를 통해 지역구와 비례의석을 모두 배분하지 않고서는 방지하기가 어렵다.

독일 제도는 지역 및 주 단위 정당조직이 상향식으로 후보자를 공천하고, 다수의 후보자가 지역구와 주명부에  중복입후보(doppelkandidat)하며, 지역구와 비례대표의원 간 활동양식에 별 차이가 없는 조건에서 작동해 왔다. 비례대표제를 준거로 하여 지역구선거를 가미한 만큼, 지역구선거에서 발생한 초과의석은 허용해 주거나 시정해야 할 현상으로 간주된다.

2013년 「연방선거법」 개정 이전에는 초과의석만 허용하였지만, 2011년 연방헌법재판소가 ‘음의 득표 가치’(negative Stimmgewicht)가 발생하는 것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함에 따라 보정의석이 도입되었다. 음의 득표가치는 특정 정당의 득표가 늘어나는데 오히려 의석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2013년 이전에는 정당별 의석배분 방식이 현재와 달랐다. 전국 기준으로 정당별 득표비율에 따라 의석을 먼저 할당한 뒤에 정당의 주별 득표율에 따라 할당의석을 배분 했다. 가령 A주에서 지역구 초과의석으로 비례의석을 배분받지 못한 정당 P가 있다고 하자. P의 A주 비례명부 득표가 늘어나 비례의석이 추가되어도 이미 확보한 지역구 의석수보다 적으면 총 의석은 늘지 않는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A주에서 P의 득표가 늘어났으므로, P가 전국기준으로 배분받은 비례의석 가운데 A주에 할당될 몫이 커지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P의 다른 주에 할당된 비례의석은 줄고 A주의 비례의석은 늘 수 있다. 이 경우 A주에서 P의 비례의석은 계산상 늘지만 지역구의석 때문에 실제의석은 변함이 없다. 결과적으로 P의 득표는 늘었지만 P의 총의석은 줄어들게 된다.

2013년 「연방선거법」 개정으로 주 단위에서 먼저 의석배분을 하도록 절차를 바꾸고, 보정의석을 통해 비례성을 담보함으로써 음의 득표가치를 해소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2013년 이전까지 초과 의석 규모에 따라 비례성에 변화가 있었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비례성이 현저히 개선되었다. 대신 의석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소수정당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면서 초과의석이 늘고 보정의석도 늘어나게 되었다. 의원정수 급증은 예산증가 등의 문제를 낳을 뿐 아니라,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초과·보정의석 배분으로 여야가 뒤바뀔 수 있어 정부구성의 정당성 논란이 초래되었다. 결국 「연방선거법」이 2020년 11월 14일에 개정되었는데, 초과의석이 발생해도 3석까지 보정하지 않고, 2025년 선거부터는 지역구를 기존의 299개에서 280개로 줄이는 내용이다. 그러나 변경된 제도로 치른 2021년 선거에서 초과·보정의석이 138석이나 발생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연방의회가 구성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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