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과학, 철학, 예술, 종교의 역사
상태바
라파엘로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과학, 철학, 예술, 종교의 역사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3.05 2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라파엘로가 사랑한 철학자들: 예술은 어떻게 과학과 철학의 힘이 되는가 | 김종성 지음 | 비제이퍼블릭(BJ퍼블릭) | 228쪽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정말 유명한 벽화이다 보니, 이 그림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그림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외에 누가 있고,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졌는가? 그리고 이 그림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를 새로운 지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라파엘로는 『아테네 학당』에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인류가 치렀던 거대한 투쟁의 역사를 새겨놓았다. 아테네 학당에는 수많은 사상가가 개성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그림 속 개별 인물들의 사상을 낱낱이 알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테네 학당』을 자세히 보면 중간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플라톤은 『TIMEO』라는 책을 들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ETIKA』라는 책을 들고 손바닥을 펼쳐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 라파엘로는 두 철학자의 사상을 이렇게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현대 물리학과 플라톤 철학의 접점을 탐색해 나간다. 혹여 누가 현대를 사는 우리가 왜 플라톤에 대해 알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 책은 '현대 입자물리학의 근본적인 아이디어는 플라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현대 과학의 승리인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이해하려면 플라톤을 모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을 것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외에도 저자는 라파엘로의 작품에 그려진 유클리드, 피타고라스, 프톨레마이오스, 아베로에스와 같은 학자들을 탐구해 나간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피타고라스는 이름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날 것만 같은 존재이며, 유클리드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누군가는 눈치채주길 바라며 라파엘로가 새겨놓은 수많은 지적 장치는 우리의 바로 눈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만다.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인물들의 사상, 그리고 이들이 추구했던 아름다움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이런 질문을 하기 이전에 현대를 사는 우리가 과거의 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앎’이란 단순히 필요의 여부를 떠나서 우리에게 큰 기쁨을 종종 선사해준다는 점이다. 

이 책은 『아테네 학당』에 그려진 라파엘로의 시선을 따라 그의 의도를 추측하고 깊이 파고들어 감으로써, 과학, 철학, 예술, 종교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놓고, 이를 통해 현대 사상의 최전선을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라파엘로가 이들을 왜 그렸는지, 또 왜 그러한 모습으로 표현했는지를, 우리는 책을 읽으며 답을 찾아나가는 사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사상은 수학과 과학 그리고 예술에까지 뻗어나간 보고였으며, 현대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