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사론적 접근법! 지형의 역사로 지리학의 영역을 확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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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사론적 접근법! 지형의 역사로 지리학의 영역을 확장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3.0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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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사 지형학 | 가이즈카 소헤이 지음 | 김태호 옮김 | 아카넷 | 2404쪽

 

인간을 알려면 지리를 알아야 하고 지리를 알려면 지형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지구의 지형이 어떤 형태와 분포의 규칙성을 갖고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 그 발달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형 자료에서 최신의 것과 그에 따른 연구방법을 200여 점의 도표, 지도와 함께 세세히 분석한다.

20세기는 인류에게 기념비적인 시기다. 달에 처음으로 인간이 발을 내딛은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우주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주, 정확히 말해 태양계를 발견할수록 지구의 모양이 더욱 뚜렷해졌다. 수성, 금성, 달, 화성의 지형과 비교하면서 지구 지형의 특이성이 선명해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20세기는 지구 발견의 시대였다. 

지구의 표면은 유라시아 대륙, 태평양 해저라는, 세계 지도에서나 볼 수 있는 대지형부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소지형에 이르기까지, 같은 모양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지형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지형은 지구라는 특이한 행성의 발달사에서 최종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인류가 살아가는 환경의 근원이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형학은 지리학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지표면의 형태를 의미하는 지형은 지표를 구성하는 물질과 이를 변형 · 변위시키는 원동력인 지형 영력과의 상호작용이 반영된 지형 프로세스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인간의 활동에 직 ·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본적인 환경 요소다. 따라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주요 주제로 삼는 지리학에서 인간의 활동 무대인 지표면의 성질을 고찰하는 지형학은 지리학의 핵심 영역이다.

지형이 어떻게 발달하였는지에 대한 연구는 지형 형성의 역사에 주목하는 방법, 지형 형성의 작용 원리에 주목하는 방법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발달사론적 지형학, 후자를 프로세스론적 지형학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프로세스론적 지형학이 주목받고 있는데, 프로세스론적 지형학은 지리학적인 색채가 약한 반면, 발달사론적 지형학은 발달사 연구가 종합적 · 역사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지형학의 체계화는 약 1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중위도의 육상 지형이 대상이었지만, 20세기 중엽이 되자 극지부터 열대, 고산부터 심해저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형이 대상이 되었다. 또한 고속도로를 비롯하여 각종 구조물의 기초 조사로 지구의 표층 구조가 알려지고, 거대 댐의 건설, 삼림의 벌채, 경지와 나지의 확대로 인한 새로운 현상도 알려지면서 지역과 현상에 대한 연구는 지난 50년간 크게 확대되었다. 더욱이 달과 행성의 지형도 새롭게 대상에 더해져 지구 지형과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발달사 지형학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학술지를 통해 소개되는 연구 성과는 특정 장소 지향적인 데다 내용도 대단히 세부적이고 전문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형을 종합적 ·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그 특질과 의미를 알기 쉽게 소개하는 개론서는 한국 지리학 발전에 필수다. 일찍부터 지리학을 중시했던 일본에서는 지형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 성과는 다양한 모습의 지형 관련 서적으로 간행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확대된 지형 지식도 체계에 집어넣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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