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과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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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과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3.05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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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왜 인간은 다채로운 신발을 신는가?’에 관한 방대하고 진귀한 문화 탐구서 | 엘리자베스 세멀핵 지음 | 황희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448쪽

 

사람들은 왜 신발을 신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신발은 이런 실용적인 기능 외에 사회적 필요에 따라 디자인되고 사용된다. 그저 발 보호가 목적이라면, 지금 같은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신발은 역사적으로 그것을 신는 사람의 정체성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신발을 선택해왔다. 따라서 신발의 변천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것을 필요로 했던 당대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의 흐름, 정서 등 인간의 역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읽어낼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바타 신발 박물관은 4,500년 전 신발부터 현대의 신발까지, 13,000여 점에 이르는 세계의 신발이 전시된 이색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저자 엘리자베스 세멀핵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패션 큐레이터이자 역사학자로서 이 책은 그의 탁월한 통찰과 오랜 기간의 연구 성과를 한데 엮은 역작이다. 그간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신발 탄생의 비화, 신발을 만들고 유통하고 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난 흥미로운 에피소드,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발의 변천 과정에 담긴 의미 등을 이 책에 모두 담아냈다.

저자는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신발을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각각의 변천사를 인간의 삶과 엮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170여 장의 신발 이미지와 함께 사람들이 신발을 선택하는 이유와 그 선택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자유를 위한 투쟁 그리고 여가 활동에서 샌들이 왜 선택받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부츠와 남성성의 관계,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에 대해 살펴보고, 스니커즈는 어떻게 편하게 신는 신발에서 가장 각광받는 고급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었는지 등을 신문과 잡지, 문학작품 같은 방대한 자료를 통해 흥미롭게 펼쳐놓는다.

신발의 색, 모양, 소재, 굽의 높고 낮음 등은 단순히 실용성이나 미적인 아름다움만을 위해 달라지지 않았다. 그것을 신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 또는 욕망을 드러내기 위해, 생각을 표현하거나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발 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 신발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곧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그 스타일의 변천사에 모두 드러난다. 이 책은 ‘우리는 왜 신발을 신는가?’라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삶과 역사를 묻는 매우 복잡하고 방대한 질문에 대해 답해주는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문화 탐구서다

성별과 계급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던 복식 액세서리(장갑이나 모자 같은)가 거의 사리지고, 이제는 거의 유일하게 신발만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계급의 구분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오늘날에는 신발을 통해 개성을 표출하고 있으며 신발은 문화적으로 더더욱 중요해졌다. ‘신발 중독’ 상태라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신발 소비가 늘었으며, 이는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정체성 표출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신발은 사람들의 의식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환경보호에 대한 시대의 요구에 따라 친환경(재활용) 소재로 만든 스니커즈가 등장한 것처럼.

신발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곧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그 스타일의 변천사에 모두 드러난다. 이 책은 ‘우리는 왜 신발을 신는가?’라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삶과 역사를 묻는 매우 복잡하고 방대한 질문에 대해 답해주는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문화 탐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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