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내 좌파정부 확산에 따른 정치·경제 환경 변화와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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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내 좌파정부 확산에 따른 정치·경제 환경 변화와 시사점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3.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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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경제]

최근 5년 사이 중남미에서 좌파정부가 연이어 창출되고 있다. 이는 2000년대 중남미에서 좌파 또는 중도좌파 성향의 정부가 연쇄적으로 들어섰던 이른바 ‘핑크  타이드(pink tide)’ 시기를 연상케 하며,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제2의 핑크 타이드’라 명명한다.
 
역내 경제규모 상위 6개국인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브라질에서 연이어 좌파 또는 중도좌파 성향의 정부가 창출되었고, 멕시코나 콜롬비아와 같이 △우파가 한 번도 정권을 내준 적 없고 △친미적 성향이 강하며 △유권자의 성향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국가에서도 좌파정부가 들어섰다. 

한편,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는 사실상 권위주의 체제로 이행한 상황에서 민주적 절차가 일부 지켜지지 않은 가운데 좌파 대통령이 연임했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역내 좌파정부의 확산 배경과 좌파정부 집권에 따른 주요국의 정치·경제 환경 변화를 분석한 ‘오늘의 세계경제’ 보고서 〈중남미 내 좌파정부 확산에 따른 정치·경제 환경 변화와 시사점〉를 2일 발간했다. 

▶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남미 내 좌파정부의 연이은 집권은 전임 정부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불만과 함께 불평등 및 빈곤 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투표 이론(economic voting theory)은 ‘유권자들이 현 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 정부에 보상(reward) 또는 엄벌(punish) 차원에서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다’는 이론인데, 집권 정부의 경제적 성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경우 다른 성향의 후보와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내용이다.

불평등과 빈곤 심화는 중남미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이 재분배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좌파 성향의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을 높이며, 이러한 경향은 일정 불평등 수준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제적 투표 이론에 따르면, 최근 중남미 내 좌파정부 확산은 멕시코를 제외한 역내 주요국에서 전임 정부의 부정적 경제지표와 함께 불평등 및 빈곤의 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 좌파정부 집권에 따른 정치·경제 환경 변화는 다음과 같다.

ㅇ 경제: 대부분의 좌파정부가 경제 전반에서 ‘정부 역할 강화’를 경제정책 기조로 설정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불평등 및 빈곤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음.

ㅇ 산업: 세계 산업구조 및 공급망 재편과 탄소중립 목표 실현 과정에서 수혜가 기대되는 광물자원 개발이나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계획이 구체화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함.

ㅇ 정치: 대부분의 좌파 집권 국가에서 여당이 의회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가중되는 정치 양극화 속에서도 여야관계 제고가 필수적임.

ㅇ 외교: 역내 좌파정부간 연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 및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일부 재설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급진적인 변화가 관찰되지는 않을 전망임.

 

▶ 전망 및 시사점

ㅇ 중남미에서 최근 5년 사이 연이어 들어선 좌파정부의 재집권 여부는 여러 제약 속에서 불평등 및 빈곤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임.
•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경기침체 국면에서 불평등 및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지출이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임.
• 불평등 및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 역내 좌파정부는 광업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정부 수입 증대를 도모하거나 신산업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됨.

ㅇ 역내 좌파정부의 대미관계가 일부 재설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급진적인 변화가 관찰되지는 않을 전망임.
• 미국 바이든 정부는 중남미에서 축소되고 있는 자국의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이며 여러 의제에 걸쳐 중남미 국가와의 협력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에 역내 좌파정부가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임.
• 역내 좌파정부는 미국과의 외교관계 재설정을 구호로 내걸고 있지만, 제1의 핑크 타이드 국면에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가 보인 급진적인 대미정책 변화는 관찰되지 않을 전망임.

ㅇ 역내 좌파정부와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강화되겠지만, 중국의 경기침체와 미·중 경쟁 심화로 인해 중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중남미가 얼마나 높은 위치를 차지할지는 의문임.
• 2000년대 제1의 핑크 타이드 시기부터 중국은 중남미 국가와의 협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했으며, 최근 역내 좌파정부 확산세는 중국에 이 국가들과의 또 다른 협력 강화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
•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중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미·중 경쟁에 대한 대응 등으로 가용 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중남미 협력에 있어 주요 축인 경제협력이 얼마나 강화될 수있을지 의문임.

ㅇ 역내 자원부국에서 집권하고 있는 좌파정부가 석유, 핵심광물, 전력 등 전략산업에서 역할 강화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자원부문 투자 및 협력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됨.
• 국유화 조치 등을 포함하는 자원민족주의 움직임은 공급망 강화 차원에서 핵심광물 등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필요로 하는 우리 정부와 기업의 자원부문 투자 및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음.
• 우리 정부는 그동안 축소되었던 해외자원 개발 공기업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기업의 해외자원 확보 노력을 국고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으로 지원하는 등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ㅇ 우리 정부는 중남미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중 경쟁의 양상이 역내 좌파정부 확산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정부의 대중남미 협력정책 수립 시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음.
• 역내 좌파정부 확산세로 인해 중국의 대중남미 협력 여건이 미국에 비해 향상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우리 정부의 대중남미 협력 활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음.
• 우리 정부는 대중남미 협력정책 수립 시 역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ㆍ중 경쟁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협력의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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