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제고 방안…아날로그 형식의 적절한 복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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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제고 방안…아날로그 형식의 적절한 복원 필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3.04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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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보고서]
- 경기연구원, 〈평생학습시대 미디어 리터러시 제고 방안〉 발간
- 디지털 미디어가 크게 늘어나면서 가짜뉴스, 개인정보유출, 정보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정보를 원활하게 다루어 소통하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
- 디지털이 지배적인 세상에서는 역설적으로 아날로그 형식 복원 필요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를 생산하면서 디지털 미디어에 접근하여 활용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은 연령별・계층별로 차이가 증대하고 있다. 바야흐로 미디어를 통한 정보를 바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수준에 따라 사회 적응력이 좌우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미디어가 모든 분야에 걸쳐 확산하고, 개인이 직접 정보를 생산하는 1인 미디어 시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디어 이해력(리터러시)을 갖추기 위해 아날로그 형식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정보 홍수 속에서 미디어를 건전하게 소비하고 생산하는 ‘평생학습시대 미디어 리터러시 제고 방안’ 보고서(연구책임자: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를 발간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을 벗어나 대다수가 글을 읽고 쓰는 문명국가로 발전했다. 지금은 다양한 미디어가 급증하면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디지털 미디어에 접근해 정보를 찾고 활용하는 새로운 문해력이 요구된다. 

2021년 기준 스마트폰 보유율은 92.8%, 우리나라에서 만든 유튜브 구독자는 37억 명, 누적 조회수는 처음으로 1조를 넘어섰다. 국내 방송산업은 2005년 525개 사업체 규모에서 2019년 1,062개 규모로 102.3% 증가했다.

우리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소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급증한 미디어로 인해 가짜뉴스, 사생활 침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활용 능력에 따른 정보 격차 등 문제점도 함께 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 디지털 정보화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70세 이상 노인은 46.6에 해당하는 반면, 20대는 125.4로 그 격차가 매우 크다. 학력이 높을수록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높고, 저학력자와의 정보화 수준 차이는 50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또한 소득이 낮을수록, 농어촌 지역일수록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낮았다. 

우리 사회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디지털 전환에 큰 어려움 없이 동참한 세대, 디지털이 익숙지 않은 아날로그 세대가 모두 공존한다. 각 세대는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날로그 세대는 디지털 학습을 여러 번 반복해도 활용 능력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디지털 세대는 대면이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교육부와 학교에서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능력을 조기에 갖추도록  관련 내용을 교육 과정에 반영하고 있으나 성인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제고 방안은 미흡하다. 각 세대에게 필요한 리터러시도 서로 다르고, 정보 격차와 불평등을 교육으로 개선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원은 생애 주기별 미디어 리터러시 개선 전략으로 ▲정규교육 과정을 넘어 전 생애 및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문화운동 전개 ▲기술 문명을 다루는 능력에 대한 과신(過信) 진단 ▲독서와 토론을 통해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상상력과 창의력 개발 ▲대면 소통 경험을 늘려 감각 능력 개발 및 유지 등을 제시했다.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디어 리터러시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능력과 기기를 원활하게 다루는 능력을 모두 가리키지만, 학습 과정에서 두 가지를 혼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종이책 독서, 토론, 건전한 대면과 접촉 등 아날로그 형식을 적절히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요약】

◇ 결론

□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 확립 필요

ㅇ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생산하는 능력과 디지털을 원활하게 다루는 능력을 구별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을 확립해야 함
ㅇ 미디어 리터러시 범주 안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포함함으로써 리터러시를 둘러싼 용어 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음
ㅇ 미디어 리터러시를 개선하는 정책을 정규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수준에서 지능 정보사회에서 전 생애 및 계층에 요구되는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그 외연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함

□ 미디어 문맹은 교육보다 자각을 통해 개선

ㅇ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전통적인 문맹 퇴치에서 정보를 종합적으로 건전하게 다루는 새로운 리터러시 개선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함
ㅇ 지식이나 교육열이 부족했던 한글 문맹과 달리, 미디어 문맹은 미디어가 발달한 가운데 정보를 접하는 경로와 환경이 달라진 것에서 비롯함
ㅇ 지식 내용을 접하기가 어렵고 학습 형식이 체계를 갖추어지지 않았던 교육의 부족과 달리, 미디어 리터러시는 문명의 과도(過度)로 빚어진 주의력(注意力) 결핍에서 비롯함
- 과다 정보, 가짜 뉴스, 네트워크 연결 속 소통 단절, 사생활 노출, 디지털 중독, 스마트폰 과의존 등은 질서와 통일성의 훼손으로 진단됨
- 미디어 리터러시는 지식과 기술을 보완하는 교육보다 기술문명을 다루는 능력에 대한 과신(overconfidence)을 자각(自覺)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음

□ 아날로그 형식 복원을 통한 미디어 리터러시 개선

ㅇ 지식이 얕고 체계적이지 않은 학습자의 서사(narrative)적 역량을 높이기 위하여 선형 텍스트(linear text)를 읽을 기회를 늘려야 함
- 서사적 역량은 지식 내용을 연속적이고 일관적으로 이해 및 경험하는 것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거나 전달하는 능력임
- 디지털은 하이퍼텍스트로 이루어져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반면, 시간과 공간이 불연속적이므로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경험하지 못하고 끊어지는 서사적 교란이 생겨남
ㅇ 디지털화가 심화할수록 현실의 사건을 주관적으로 재구성하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독서 및 토론이 더욱 요구됨
- 사람과 기기, 기기와 기기가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로 전환할수록 자주성(自主性) 및 자기 통제력은 약화함
-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제한적이므로 문자를 통한 서사보다 이미지나 영상을 이용하다보면 이성보다 감성이 크게 작동하며, 디지털 공간에서는 발전적 논의와 비판보다 악의적인 공격이 지배적이게 됨
ㅇ 대면(對面)과 대화를 통한 소통 경험을 늘려 타고난 감각 능력을 건전하게 활용하는 등 아날로그적 가치를 보존해야 함
- 디지털 환경이 보장하는 익명성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기 어려우므로 아날로그적 현실에서처럼 윤리의식의 기대하기 어려움
-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는 것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도나 감정을 적절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아날로그적 환경이나 형식이 요구됨
ㅇ 미디어 리터러시는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능력임
-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메시지 발화자와 수신자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함
- 디지털 사회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파편화한 정보를 온전히 조합하는 일련의 행위능력으로서 기술적 조작과 메시지 재구성을 포괄함

 

◇ 정책 제언

□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 정의 

ㅇ 미디어 리터러시를 ‘정보를 원활하게 다루어 소통하는 능력’으로 정의할 것을 제안함
ㅇ 미디어는 전달하려는 정보 내용과 표현 방식을 포괄하며, 리터러시는 정보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종합 역량을 의미함
ㅇ 정보를 원활하게 다루는 것은 다양한 형식을 통해 정보에 접근하여 정보 전달자 의도와 사실여부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함

□ 미디어 리터러시 지표와 개선을 위한 학습 제안

ㅇ 미디어 리터러시 영역을 소비, 전달, 관리, 생산 등 4개 영역으로 구별하여 각 영역별 3개 단계로 수준을 측정함으로써 개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ㅇ 평생학습 영역 가운데 기초문해교육에서 ‘미디어 문해력’, 인문교양교육에서 ‘서사적 역량’, 시민참여교육에서 ‘시민성 확립’을 교육과정으로 포함함
- 미디어 문해력은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진위를 판별하는 비판적 사고 학습 과정과 다양한 기기를 원활하게 다루는 디지털 종합 역량 개선 과정을 반영함
- 서사적 역량은 종이책과 문서를 중심으로 읽기, 말하기, 쓰기를 경험함으로써 상상력과 창의력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둔 과정임 
- 시민성 확립은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의도를 바탕으로 기획한 다양한 콘텐츠 혹은 프레임으로부터 정치적 이해관계를 검토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등 권리를 포괄적으로 행사하는 훈련 및 경험의 기회를 확보함

□ 세대 융합을 통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상호 보완

ㅇ 디지털 미디어가 급증할수록, 역설적으로 아날로그적 형식을 유지 및 복원함으로써 리터러시 개선이 기대됨
- 디지털 기기 활용과 별개로 미디어를 이해하고 다루는 균형 잡힌 관점과 종합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의 틀을 넘어 사회 재구조화가 요구됨
ㅇ 아날로그적 리터러시와 디지털 리터러시를 서로 보완하는 세대 통합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함
-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와 아날로그가 익숙한 세대는 생활 밀착을 통해 서로 역량을 보완할 수 있음
- 인스턴트 메신저(instant messenger)에 주로 의존하는 세대는 대면과 전화 통화를 불편하게 느끼는 데 반해, 디지털 정보화 능력이 비교적 취약한 고령층은 아날로그적 접촉과 교감에 익숙함
ㅇ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기술창업, 유치원 및 보육시설과 노인복지시설 간 주기적인 교류 활동 등을 통해 아날로그 형식의 순기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음
ㅇ 경기도는 세대 공존형 학습 과정 및 주거를 활성화하여 청년 세대의 대면접촉 및 대화 기회를 늘리는 한편, 고령층에게는 디지털 정보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생애 주기별 미디어 리터러시 개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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