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정말 무용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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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정말 무용한 것일까?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2.27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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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철학 강의 | 고스다 겐 지음 | 오정화 옮김 | 더숲 | 172쪽

 

빠르게 변해가는 불확실한 오늘, 철학이란 학문은 너무 사변적이고 그 내용도 방대하여 쓸모없고 무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몇 해 전부터 국내 일부 대학교에서는 철학과가 폐지될 정도로 철학을 효용성의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철학은 정말 무용한 것일까?

고대에서 현대까지 모든 철학의 핵심 질문을 일러스트와 간결한 설명으로 한 권에 담아낸 철학 입문서이다. 왜 일을 해야 할까? 왜 학교에 가야 할까? 돈이란 무엇인가? 왜 법을 지켜야 할까? 인간은 진보하고 있을까? … 이 책은 일반적으로 연대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철학 입문서들과는 달리, 우리의 일상에서 품을 법한 의문들에서 언어·정의와 진리·신과 예술과 같은 범주의 형이상학적 내용에 이르기까지 총 33개의 핵심 의문을 제시한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한나 아렌트, 마이클 샌델, 주디스 버틀러까지 총 62명의 철학자의 생각과 사상을 각각의 의문과 연결해 통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폭넓은 논의를 가능하게 했다.

철학은 누구에게 필요할까? 시계만 바라보는 직장인, 학교생활이 맞지 않아 고민인 친구, 모성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남자친구, 정치가를 꿈꾸는 친구, 은둔형 외톨이인 아들, 바람을 피운 연인, 나를 찾는 그대, 주변 상황에 쉽게 휩쓸리는 친구, 초면인 사람과 만나면 긴장하는 직장 후배 등 저자는 이 모든 이에게 철학을 권한다. 그들이 가진 해당 고민과 연관된 철학자가 그들의 옆에 있었다면 해줬을 만한 생각과 말을 담아 그들이 철학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할 만한 의문들로부터 더욱 깊은 성찰을 거친 근본적 질문들을 끌어내, 올바른 해답을 찾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33개의 의문과 62명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통해 우리는 알고 싶었던 거의 모든 철학을 이해하게 된다.

1장에서는 너무나 평소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만큼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시간 · 학교 · 신체 · 자유 등에 대한 여러 의문을 깊이 있게 파헤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후설의 시간, 루소의 학교, 푸코의 학교, 보부아르의 성, 주디스 버틀러의 성, 사르트르의 자유, 메를로퐁티의 신체 등을 다루며, 곳곳에 실린 철학자 소개는 의문과 답변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2장에서는 우리의 사고와 의사소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언어에 대해 탐구한다. 우리가 언어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언어가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가 쓰는 언어 중 ‘나’, ‘이해한다는 것’, ‘색’, ‘언어’ 등처럼 손쉽게 이해되지 못한 언어들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소크라테스의 나, 하이데거의 나, 비트겐슈타인의 이해, 가다머의 이해, 데카르트의 색, 괴테의 색, 로크의 언어 등을 다룬다.

3장에서는 복잡다단한 인생에 얽힌 문제에 대한 핵심 질문들을 다룬다. 인생에 의미가 있을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살아가는 기쁨이란 무엇일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등 예수 그리스도, 니체, 토마스 네이글 등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사상가들이 인생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살피는가 하면, 인생에 관한 문제에서 빠질 수 없는 행복, 일, 살아가는 기쁨, 죽음 등의 핵심 문제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4장에서는 ‘무엇이 옳은가’라는 묵직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개인의 가치관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옮음’의 기준은 달라지는 게 아닐까? 보편적 정의는 있을까? 정의(正義)의 문제를 다룬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샌델까지 여기서 빠짐없이 다룬다. 이러한 물음들은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될까? 자기희생은 정의로운 일일까? 전쟁이란 무엇일까? 왜 법을 지켜야 할까 등 현실과 접목할 수 있는 문제들로 확장되어 논의된다.

5장에서는 돈이란 무엇일까? 세계는 왜 존재할까? 등 세계의 모습과 인류의 진보, 역사적 고찰을 통해 이 세상의 배경을 탐구한다. 우리가 살아온 사회와 세계에 대한 탐구를 통해 앞으로 사회와 세계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성찰한다. 애덤 스미스의 돈,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 칸트의 진보, 아도르노의 진보, 헤겔의 역사, 마르크스의 역사, 에드워드 사이드의 유럽론 등이 다뤄진다.

6장에서는 인식론, 확실성, 진리 등 흑백으로 확실하게 나누기 어려운 물음에 대한 철학자들의 해답을 들어본다. 플라톤의 이데아론, 라이프니츠의 진리, 비트겐슈타인의 확실성, 포퍼의 과학론, 캉길렘의 과학론 등을 함께 다룬다.

7장에서는 신의 존재와 예술, 사고의 방법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 논의까지 뻗어 폭넓은 논의를 보여준다. 포이어바흐의 신, 니체의 신, 쇼펜하우어의 예술, 디키의 예술, 퍼스의 사고,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철학, 베이컨의 철학, 메를로퐁티의 철학으로 끝을 맺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철학은 불황의 시대에 발전해 왔다. 개인마다 고민과 불안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하나의 해답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갈 때면 철학은 생각과 판단의 기준을 정하는 데 필요한 지도를 그려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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