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자본주의는 두 유대인 가문에 의해 일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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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자본주의는 두 유대인 가문에 의해 일궈졌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2.27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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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유대 기업은 현대 중국의 탄생에 어떻게 기여했나 | 조너선 카우프만 지음 | 최파일 옮김 | 생각의힘 | 448쪽

 

이 책은 중국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거대한 기업 제국을 형성했던 두 라이벌 가문 서순과 커두리의 숨겨진 100년을 복원한 논픽션이다. 1차 아편전쟁이 끝난 1842년부터 1949년 공산당 집권까지, 중국 정부가 ‘치욕의 100년’으로 여기며 감추려 했던 이면의 역사를 파고들었다.

저자의 끈질긴 추적은 중국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거대한 맥락과 연결되며, 서순과 커두리의 발자취와 함께 격동하는 20세기 초의 역사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두 가문의 선택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중국과 세계의 군사적·외교적 마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100년 전 그들이 겪어냈던 성장과 발전, 투쟁과 모순은 오늘날 국제 정세의 격랑에서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1829년 한 유대인 무리가 한밤중 감옥을 빠져나와 도망치고 있다. 오스만 투르크의 통치자는 한때 바그다드의 왕족이었던 이들을 탄압했고, 승계자의 목숨과 초고액의 세액의 거래를 제안했다. 탄압을 이기지 못한 유대인 무리는 인도로 건너간다. 불과 10년 후, 이 유대인 가문은 타고난 상술로 인도 봄베이 시내 최고 갑부로 올라선다. 이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1842년, 아편전쟁에서 영국의 승리를 본 이들의 눈은 중국의 심장 상하이와 아편 사업으로 향했다. 바그다드를 탈출하고, 상하이로 향한 승계자의 이름은 데이비드 서순. 상하이를 장악한 두 유대인 가문 중 하나인 서순가(家)의 시작이었다.

엘리 커두리는 서순가의 먼 친척이었으나, 그에게 돌아오는 재정적 지원은 없었다. 그는 데이비드 서순이 세운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홍콩의 서순가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엘리의 지위는 불안정했으나 그에게는 결단력과 민첩함이 있었다. 엘리는 홍콩 최고의 호텔 베란다에서 브로커와 투자자를 만났고, 금융 정보를 교환하고 주식을 사고 팔았다. 엘리는 고무회사 투자로 백만장자가 됐고, 상하이의 회사 지분을 사들이며 상하이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렇게 상하이의 두 번째 유대인 가문이자 서순가의 라이벌 커두리 가문이 탄생했다.

이 두 가문은 상하이를 넘어 중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서순가는 세계가 불황에 빠져들고 있던 1930년대에 중국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그들은 중국인 한 세대를 세계 자본주의 안에서 육성하며 오늘날 중국의 성공을 위한 기반을 쌓았다. 커두리가는 수백만 홍콩 주민에게 전기를 공급했으며, 홍콩에 세계 속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심어주었다. 무엇보다 두 가문은 중국인의 시선을 세계로 돌리며 성공할 수 있다는 사업가 정신을 상하이에 심었다. 상하이에 뿌리 내린 이 정신은 중국에 퍼졌고, 오늘날 강대국 중국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두 가문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면서 엇갈린 운명을 맞는다. 중국에게 1842년 아편전쟁부터 1949년까지 107년의 시간은 외세에 시달린 '치욕의 100년'이었다. 이 시기 서순가는 중국에 아편을 팔고, 중국인을 아편중독자로 만든 돈으로 상하이의 부동산과 주식을 사며 부를 키워나갔다. 무엇보다 국민당에 모든 것을 걸었다. 눈엣가시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1949년, 정권을 잡은 공산당 정부는 서순가의 재산을 몰수하고 역사를 지워버렸다. 커두리가는 홍콩에서 살아남았으나, 상하이에선 영향력을 잃고 몰락했다. 예견된 바였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에 살며 중국을 흔들었던 두 가문에서 중국어를 배운 일원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중국의 경제는 잡고 있었지만 정세를 읽진 못했다. 선택의 기준에 이익은 존재했으나 이해는 없었고, 공산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이 중국 사회에 들어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들이 상하이의 중심이었던 사실은 모자이크 처리되었다.

‘치욕의 역사’와 함께 사라진 서순가와 커두리가의 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오늘날 중국은 분명 강대국이다. 그러나 각종 규제와 간섭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이 중국을 떠나는, 이른바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탈중국)’가 계속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와 중국을 떠나는 기업 양측 모두에게 손실이 되고 있다.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해가 필요한 시기다. 서순가와 커두리의 역사는 오늘날 중국은 물론 국제 정세를 읽어내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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