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는 차이메리카 어겐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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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는 차이메리카 어겐 시나리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2.27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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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러시아 전쟁으로 도래할 뜻밖의 미래와 한국의 생존 전략 | 최윤식 지음 | 김영사 | 444쪽

 

‘차이메리카Chimerica’(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 상태)라는 말이 유행하던 10년 전, 저자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전쟁이 국제사회를 흔들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생존을 건 필사적인 패권전쟁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경제적 전면전을 벌이자 모두가 중국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저자는 다시 한 번 충격적인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중국이 절대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고 예측한 것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패권전쟁의 양상은 더 복잡해지고 더 격렬해졌다. 미래기술과 미래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 속도는 더 빨라졌고, 러시아의 블러드 오일 공격으로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글로벌 패권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점친 지 5년, 저자는 2050년 패권전쟁의 미래를 업데이트했다. 러시아가 야욕을 드러내는 이때, 세계는 어떻게 이합집산할 것인가. 대만 통일 전쟁을 단행하려는 중국과 이를 막고 중국을 옥죄려는 미국은 세계를 핵전쟁 위험으로 몰아갈 것인가. 이번에도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지 못할 것인가.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시진핑의 종신집권은 방법의 문제일 뿐 정해진 미래다. 야망을 표출하는 순간 중국 정치 시스템에 균열이 일고 권력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장기적 성장동력이 꺾인 시점에서, 부동산, 주식, 채권 시장이 무너지고 일자리 부족 문제와 고물가·고금리 현상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최악의 경우에는 성난 민심이 시진핑 정권을 침몰시킬 수도 있다. 5년 이내 미국을 뛰어넘는 것도, 경제성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그의 선택지는 단 하나,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넘어서는 업적을 세우는 것이다, 바로 대만 통일이다.

하지만 미국이 참전하면 중국 대만 통일 전쟁은 세계 전쟁으로 비화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중국 봉쇄망을 뚫기 위해 대만에 상륙할 것이고 중국은 핵전쟁을 피하는 수준에서 군사적 충돌의 최대치인 전술핵으로 위협할 것이다. 러시아와 북한이 중국 쪽에 가담하면서 전 세계에 핵전쟁 위기가 고조된다.

전쟁 위기만 보여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피해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에서 주식·외환·채권 시장이 동시에 무너지는 ‘트리플 붕괴’가 발생하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나라들이 쇄도할 것이다. 실제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90%가 감소하고 기아로 50억 명이 사망하는 재앙이 닥칠 것이다.

지난 10여 년 미국과 중국은 정면충돌을 서로 피하면서 장기간 대치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등장하고 대만 문제까지 생기자 미국은 국익과 세계 패권 영속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려 한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공격하면 미국으로선 승산이 없다. 따라서 미국이 먼저 중국 본토를 공격해 중국이 대만에 집중할 여력을 없애려 할 것이다. 하지만 무력전쟁보다 더 치명적인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중국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시진핑은 부동산 버블 붕괴라는 시한폭탄을 손에 쥐고 불안한 행보를 해야 한다. 앞으로도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부동산 시장 대붕괴를 막아야 하고 부동산에 물려 있는 중국 중산층들의 불만을 달랠 별다른 묘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 약점을 파고들어 자본과 사업을 무기로 경제전쟁을 일으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중국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순간 미국의 거대 자본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폭락에 불을 붙이고 거대 기업가들은 중국의 회사를 싼값에 사들여 되파는 잔치를 벌일 것이다.

미국이 강력한 패권국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한꺼번에 상대할 수는 없다. 미국이 현실적 선택을 한다면, 미중러 간 군사적 긴장감을 낮추고,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적 힘을 적당히 빼고, 중국이나 러시아 중 한 나라와 손을 잡고 나머지 한 나라를 모든 분야에서 압도하는 식의 3단계가 ‘적절한 균형점’일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누구와 손을 잡을까? 중국이다. 중국의 동맹국이 러시아의 동맹국보다 많고, 앞으로 중국은 미국 제품을 생산하는 거대한 공장 역할에서 벗어나 미국 제품을 소비하는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달러를 받쳐주는 숨은 공신 중국을 달러 지배력이 미치는 영향권 내에 계속 머물도록 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대만을 포함한 ‘하나의 중국’을 재인정하는 것이다.

중국의 현재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2050년에나 가능하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미국은 버틸 수 있어도 중국은 버티기 힘들다. 미국의 반복되는 경제공격으로 중국이 지속적으로 국력을 소모한다면 영원히 미국을 추월할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 기술전쟁, 산업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전쟁들도 중국이 제4차 산업혁명기 핵심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인정하고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면 끝난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뒤로 물러설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중국과 극적으로 타협하는 ‘차이메리카 어겐 시대’ 시나리오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밀월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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