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망은 희망적인 생각이 아닌 행동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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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희망은 희망적인 생각이 아닌 행동에 관한 것입니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2.27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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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의 이유: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 | 제인 구달 지음 | 박순영 옮김 | 김영사 | 412쪽

 

23세에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 평생을 침팬지와 함께하며 자연 환경과 동물 보호에 앞장서온 동물학자·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의 대표작으로 그의 철학과 신념, 영적 성장을 보여주는 자서전이자 사랑하는 것을 지키려고 분투해온 치열한 삶의 회고이다. 

2023년 한국어판 특별 서문에서 그는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파괴, 전쟁과 폭력 등 문명의 위기에 직면한 인류가 어떻게 여전히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전하며, 자신이 말하는 희망은 “희망적인 생각이 아닌 행동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연과 동물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어린 시절부터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를 관찰하며 보낸 나날들, 그리고 그의 꿈을 지지해준 어머니와 남편, 그의 활동을 함께해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이 책은 제인 구달이 66세의 나이에 지난날을 회고하며 쓴 글로, 삶의 내력과 철학, 내면의 고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동물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늘 아프리카에 가는 것을 꿈꿔왔다고 말한다. 그러다 친구의 초청을 받아 떠난 아프리카 여행에서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나고, 곰베에서 침팬지 연구를 시작하며 동물학자로서의 행로가 시작된다. 

침팬지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경이로움으로 뒤덮인 자연 속에서 영원한 아름다움을 꿈꾸기도 하며 자연과의 교감 속에 연구를 이어갔다. 특히 그가 목격한 침팬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가 나뭇가지를 꺾어 개미사냥을 하는 행동은 인간중심적이었던 편협한 사고를 넓히며 인류의 정의를 완전히 바꾸어놓는 데 일조했다. 

그는 두 남편과의 이혼과 사별뿐만 아니라 침팬지 종족의 전쟁, 인류의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경험하며 고난의 시간을 고백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단한 신념과 영적인 믿음으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제인 구달 연구소나 환경운동 단체 ‘뿌리와 새싹’을 설립하는 등 평생을 야생동물 보호 운동과 생물다양성의 의의를 전파하는 데 노력해왔다. 자연과의 연대, 지속적인 행동으로 채워진 그의 아름다운 여정이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제인 구달은 궁극적으로 이 책을 통해 인류와 지구 생명체의 미래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말하는 희망은 ”우리 후손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계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세계는 “나무들이 살아 있고 그 사이로 침팬지들이 노니는 세계, 푸른 하늘이 있고 (…) 어머니인 지구와 위대한 신이 우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힘차게 되새겨주는 세계”이다.

그러나 제인 구달이 말하는 희망은 막연한 낙관주의는 아니다. 수동적인 기다림이라기보다, “행동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위로 기어오르고, 아래로 구르고, 앞에서 언급한 우리와 별 사이에 있는 모든 장애물을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지구의 자원들은 고갈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지구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모든 문제들은 저 밖에 있는 ‘그들’에게 떠넘기는 짓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내일의 세계를 구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3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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