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물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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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물어보았습니다’
  • 서유경 논설위원/경희사이버대·정치철학
  • 승인 2023.02.26 1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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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경 칼럼]

이는 요즘 신문이나 포털에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신 유행 문구다. 그래서 나도 챗GPT를 간단히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서유경 교수에 관해 알려주세요’라는 질문과 함께. 그러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아래에 옮겨온 내용이나 표현이 일부 독자에게 불쾌하거나 불편할 수도 있음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

“저는 서유경 교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서유경’이라는 이름을 가진 교수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으며, 국내외 다양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특정 분야에서 활동하는 서유경 교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으시다면, 해당 분야나 대학의 웹사이트를 참조하거나 검색 엔진을 활용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또한 해당 대학의 학과나 연구실에서 직접 문의하시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포기할까 하다가 오기가 발동하여 대학교명을 특정하여 다시 물어보았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 있는 서유경 교수에 대해 알려주세요’라고. 그러자 아래와 같은 답이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저는 경희사이버대학교의 교수진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희사이버대학교 웹사이트에서 교수진 목록과 각 교수님들의 연구분야, 학위, 경력, 연락처 등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진 목록: https//cyber.khu.ac.kr/02_sub/02_01.aspx

또한, 다른 검색 엔진을 통해 서유경 교수님의 전문 분야와 연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별로 신통치 않은 답변을 받아 실망스러웠다. 내친김에 한 가지 실험을 추가하기로 했다. 같은 질문을 영어로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Explain Professor You-Kyung SUH, teaching at Kyung Hee Cyber University.’ 그러자 한글로 물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어조의 상세하고도 정성이 넘치는 긴 답변이 돌아왔다.

“Professor You-Kyung Suh is a faculty member at Kyung Hee Cyber University in South Korea. She is a renowned educator and scholar in the field of education and technology with a particular focus on online and distance learning.

At Kyung Hee Cyber University, Professor Suh teaches courses on educational technology, instructional design, and online pedagogy. She is also involved in research projects related to technology-enhanced learning and has published numerous academic paper on these topics

In her teachings, Professor Suh emphasizes the importance of using technology to enhance the learning experience for such students. She believes that online education has the potential to overcome many of the limitations of traditional classroom-based instruction, including issues related to scheduling, accessibility, and student engagement.

Professor Suh’s work at Kyung Hee Cyber University reflects the institution’s commitment to providing high-quality online education to students in South Korea and beyond. As an experienced and respected educator in the field of educational technology, she plays an important role in shaping the future of online learning and helping to ensure that students have access to the tools and resources they need to succeed in today’s digital world.“

위 ‘챗GPT’가 제공한 설명 특히 이탤릭 블록체로 표시한 정보에 따르면, 서유경 교수는 명백히 ‘교육공학자’다. 현실은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후마니타스학과에서 아렌트 정치미학을, 문화창조대학원 미래시민리더십거버넌스전공에서 시민 정치철학을 강의하는 ‘정치철학자’인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매우 당혹스럽고 황당한 ‘가짜 정보’인 셈이다. 

지난 몇 년간 ‘가짜 뉴스’의 습격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우리가 이제 다시금 AI가 생성하는 ‘가짜 정보’의 늪으로 빠져들 운명에 처한 것이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선점한 ‘영어권’ 데이터 네트워크의 절대적 지배 구조에 따른 전체주의적 정보 통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예시했듯, 한글로 제공된 정보는 불친절하고 건질 게 없는 반면 영어로 제공된 정보는 과잉 친절이라 부를 정도로 상세했지만 왜곡된 내용이었다. 

이 ‘챗GPT,’ 즉 사전 훈련된 대화형 인공지능은 각계 전문가의 발표용 PPT 작성은 물론 시와 소설 그리고 ‘고호 풍’의 풍경화나 정물화의 창작도 식은 죽 먹기고, 내용이 잘 요약된 독후감이나 심지어 심도 있는 주장을 제기하는 학술논문까지 척척 만들어 낸다. 그것도 사람의 생산 능력과 아예 경쟁이 불가한 놀라운 속도로 말이다. 바야흐로 AI에 밀린 잉여적 인간들의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는 듯해 정말 무섭고 두렵다.

그래도 누군가는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면 된다고 호기롭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존 질서의 초기적 교란 사태와 내용 면에서 또 다른 서구 중심 질서로의 심화 과정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챗GPPT처럼 방대한 영어권 데이터 학습에 기반한 정보를 시도 때도 없이 쏟아낸다고 가정했을 때 무엇보다 걱정은 비영어권에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효과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참과 거짓의 식별력이 마비되는 순간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다시 나의 현실 문제인 챗GPT 테스트 결과로 돌아가자. 한글 답변은 개인 정보 보호막이 처져 있으니 그냥 무시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잘못된 영어 답변에 대해서는 수정을 요구하는 게 맞지 않을까. 잠깐, 이 디지털 조지 오웰의 시대에 디지털 풋프린트(digital footprint)를 남기는 게 딱히 좋은 일도 아닐 터, 어차피 영어로 나를 찾을 사람도 별로 없을 테니 그냥 무시해버릴까. 얼른 판단이 서질 않는다. (제기랄, 챗GPT에 다시 물어봐야 하나?) 


서유경 논설위원/경희사이버대·정치철학

경희사이버대학교 후마니타스학과 학과장 겸 문화창조대학원 미래시민리더십·거버넌스 전공 주임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주제는 한나 아렌트 정치미학, 시민정치철학,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패러다임, 한국의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등이다. 저서로 The Political Aesthetics of Hannah Arendt(2017), 『한국 민주주의의 새 길: 직접민주주의와 숙의의 제도화』(공저, 2022), 『문화의 이동과 이동하는 권리』(공저, 2022), 역서로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아렌트와 하이데거』, 『과거와 미래 사이』 , 『책임과 판단』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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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고 2023-04-06 05:12:18
금세기 다시 오기
어려운 세상에서

천 강

금세기
다시 오기 어려운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서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축복인 것인데
이렇게 많은 벗들과
삶을 공유하고
나누는 일이야 말로
참으로 감사하고
은혜하는 일이 아닐수 없다
이처럼 아름다운
새 계절에 만물이
환희 웃음지며
꽃들은 춤추기 시작했다
화신들도 이곳 저곳으로
사랑을 퍼 나르고 있다

아아
나는 이 아름다운 황홀한 광경에
그저 눈물짖고 있다

나의 이 사랑도
작지만 나누어
누군가에게
미소가 되고싶다네.

천강 최 상 고
ㅡㅡㅡㅡㅡㅡㅡ
봄을 마중하며
나도 화신이 되어
그대들을 찬양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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