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취업…'학점'보다 ‘대학 소재지·성별’이 더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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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취업…'학점'보다 ‘대학 소재지·성별’이 더 큰 영향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2.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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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연 현안보고]
- 대학교육연구소 ‘학점과 취업률 관계’ 보고서
- “학점, 취업 좌우하는 요인 아냐”
- 서울·지방 취업률 차이 6.3%p…남녀 차이도 4.1%p

대학 졸업자의 학점과 취업과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졸업한 대학의 소재지나 성별이 취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담은 〈학점과 취업률 관계〉 현안보고서를 14일 발표했다. 연구소는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196개 대학의 최근 3년간 평균 졸업 백분율 점수를 분석했다.


▶ 대학 88.8%가 상대평가로 학생 성적 평가

대학교육연구소가 각 대학의 학생 성적 평가 방식을 전수 조사한 결과, 196개 대학 중 ‘상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는 대학은 174교(88.8%)였으며, ‘절대평가가 원칙’인 대학은 고려대·한동대 등 8교(4.1%), 별도의 원칙이 없거나 교수 자율에 맡긴 대학은 6교(3.1%)에 불과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졸업 백분율 점수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백분율 점수는 87.82점였다. 그 중 상대평가로 학생 성적을 평가하는 대학의 평균 점수는 87.75점이고, 절대평가 대학의 평균 점수는 88.68점으로 0.93점 차이였다. 이는 4.5점 만점을 기준으로 0.042점 차이에 불과하다.

2019년에는 상대평가 대학 86.61점, 절대평가 대학 88.40점으로 1.79점 차이를 보였다. 이 또한 4.5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0.081점 차이에 불과하다.

▶ 학점과 취업률의 관계

일각에서는 대학 졸업 성적의 상향 평준화로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화, 성적 평가의 신뢰도가 떨어져 기업이 인재 선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전국 4년제 대학 196개교의 2021년 기준 평균 졸업성적과 취업률 사이에는 비례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학점과 취업률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련이 없다는 의미다. 평균 졸업성적은 85~90점 사이에 대부분 대학이 분포했지만 취업률은 50~90% 범위에 광범위하게 분포했기 때문이다.

‘성적을 후하게 평가한다고 취업이 잘 되는 것이 아님’은 높은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의 비율과 취업률을 살펴보면 더 명백히 드러난다. ‘백분율 점수 평균 90점’은 4.5점 만점을 기준으로 ‘4.05점, A0 이상’에 해당한다. 백분율 점수 평균 90점 이상 졸업생 비율과 취업률 사이에도 비례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21년 각 대학의 평점 ‘90점 이상’ 졸업생 비율(X축)은 10~80%까지 광범위했다. 취업률(Y축) 역시 50~90% 범위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 졸업생 비율과 취업률 간의 의미있는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 즉, 성적을 후하게 받은 학생 비율이 높건, 낮건 각 대학의 취업률이 다양했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학생의 졸업 성적과 취업률 간 의미 있는 특징을 찾기 어려웠다”며 “일부의 우려와 달리 ‘학점 인플레이션’은 취업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졸업 성적이 기업의 구인 때 고려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으나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 취업률에 영향을 미치는 건 대학 소재 지역과 졸업자 성별

오히려 취업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 요소는 각 대학의 소재 지역이다. 지난 2021년 서울 소재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68.3%, 경기와 인천은 66.6%, 비수도권은 62.0%로 그 차이가 뚜렷했다. 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서울에 일자리가 많고 취업과 관련한 활동이 많기 때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졸업자의 성별도 취업률에 영향을 미쳤다. 2021년 기준 남성 졸업자 취업률은 66.3%, 여성 졸업자는 62.2%로 남성이 4.1%포인트 높았다. 여성 졸업자 수(14만8047명)가 남성 졸업자(14만2060명)보다 5987명 많았지만, 이 중 취업자 수는 오히려 남성(9만4175명)이 여성(9만2047명)보다 2128명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 연구원은 “2019년과 2020년도에는 남성 취업률이 여성보다 각각 5.4%포인트, 5.2%포인트 높았다”며 “그나마 2021년은 이런 격차가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 학생 성적 평가 방식을 교수자 자율성에 맡겨야

연구소는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달리 평가 방식이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졸업 성적에 큰 차이가 없으며, 학점과 취업률의 비례관계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각 대학은 성적 평가 방식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대신 교수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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